전체뉴스
[모두의 칼럼] 인신매매 퇴치와 근절을 위해

2020년 한국에는 여전히 인신매매 피해자가 존재한다. 유엔이 2000년 채택하고 한국이 2015년 비준한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따르면, 현대적 의미의 ‘인신매매’는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 파는 경우뿐 아니라 착취를 목적으로, 납치, 속임수 등 사람의 취약한 지위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모집, 운송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이 정의에 따라 사실상 노예상태에서 놓여 있었던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자는 물론이고, 여권과 통장을 압수당해 선상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 외국인 어선원들도 인신매매 피해자로 분류된다. 그 외에도 인신매매 피해가 가장 문제되는 집단 중 하나는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이주여성들이다. 이들은 무대에서 공연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예술흥행비자’로 입국했지만, 실제로는 업주의 강압으로 유흥업소에서 성매매 등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사례는 1990년대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발생해 왔다. 초기에는 러시아, 이후에는 주로 필리핀 국적 여성들이 예술흥행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후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몇 년 전부터는 관광비자로 입국해 마사지업소 등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태국 여성들의 숫자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여러 명의 브라질 여성들에게 ‘한국에서 연예인을 하게 해주겠다’라고 속여 한국에 입국하게 한 다음 성매매를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국적이 달라도 피해사실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업주가 바로 인계해 여권을 압수하기도 하고, 자신이 출입국 공무원들과 친하고 지역의 ‘마피아’들과도 잘 아는 사이라 도망쳐도 소용 없다는 협박을 한다. 성매매를 직접적으로 강요하지 않더라도 비자를 받기 위해 많은 돈을 썼으니 빚을 빨리 갚아야 한다고 한다고 윽박지른다. 또 업주가 정한 일일 매출 기준을 채울 때까지 퇴근하지 말고 일하라는 식의 강압적인 분위기를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인류의 마지막 보험, 임팩트 비즈니스

보험업에 종사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보험업’이라는 비즈니스가 어려서부터 내겐 무척 익숙했다. 자세한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만약 우리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안전망의 역할을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언뜻 보면 보험은 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대한민국 운전자의 연평균 주행거리는 1만5000km. 주행거리당 교통사고 확률은 10만km당 1회 정도라고 한다. 확률상 6~7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난다는 얘기다. 그조차 가벼운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 확률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연간 수십만원, 혹은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보험료로 지급하고 있다. 확률의 함정 때문이다. 누군가는 100만km를 달려도 사고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주행 10km 만에 대형 교통사고에 휩쓸릴 수 있다. 불필요한 비용이라 여겼던 보험이 그 어떤 것보다 간절해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인류가 처한 상황이 딱 이렇다는 생각이 든다. 교통사고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만취한 음주운전자가 폭우가 쏟아지는 산길 고속도로를 달리는 꼴이다.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전염병과 환경 파괴, 자원 고갈, 극단주의와 혐오주의 세력의 난립 등을 헤쳐나가야 한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에 ‘최적화 인류’라는 이름으로 글을 연재하게 된 건 이런 현실 인식 때문이다. 90년대, 심지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인류는 무한히 성장하는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지금은 생존을 위해 발전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다. 여태껏 지불하지 않았던 환경 비용과 사회 비용을 뒤늦게 어마어마한 ‘추가 비용’을 납부하면서 갚아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간 반짝했던 성장과 번영의 서사는 끝났다. 이제는 우리 모두의 삶을 ‘최적화’해야 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 2050년까지 다음 한 세대에 걸쳐

[사회혁신발언대] 컴퓨터 없이 온라인 수업받는 아이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저소득 가정의 온라인 학습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가정방문을 진행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두 아이가 있다. 영구 임대 아파트에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민수(가명)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의 일용직 수입이 전부인 고등학생 효진(가명)이. 민수는 싱어송라이터가 꿈이라고 했다.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자신이 만든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효진이는 아름다운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수줍은 목소리로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니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두 가정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컴퓨터를 설치할 공간조차 없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우선인 이 가정이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코로나19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디지털 빈부격차‘라는 또 한 번의 좌절을 안겼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가 죽을지도 몰라요.” 아프리카 기니 출신 하디아씨의 요청은 간절했다. 그는 2013년 남편과 한국으로 망명했다. 넷째를 임신한 하디아씨는 고혈압과 선천적인 뱃속 질환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 그에게 공공영역의 지원은 불가능했다. 비자가 없어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출산이 임박해왔다. 산모와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당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리(가정복지회)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의 10%를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찐기부야 챌린지’를 기획했다. 찐기부야 챌린지는 트로트 가수 영탁의 노래 ‘찐이야’에서 착안한 제목이었다. 취약계층의 일상 회복을 목표로 삼고 홍보를 시작했다. 스타와 팬이 함께하는

학생독립만세, 경영지원 매니저 모집(~10/18)

◇조직 = 학생독립만세 ◇모집분야 = 경영지원 매니저 ◇마감 = 10월 18일 일요일 자정 ◇문의 = 로켓펀치 문의 또는 recruit@hakdokman.com 채용링크 바로가기

“의료 인프라 부족한 나라에 필요한 앱… 국제 사회서도 주목받았죠”

[인터뷰] 코로나19 예측 앱 개발한 군의관 허준녕 대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 현장에선 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가 아주 중요합니다. 누가 더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인지 알려주면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일수록 이런 시스템이 꼭 필요해요. 국제사회에서도 그걸 알아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예후 예측 서비스를 만든 국내 의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닥클(DOCL·Doctors in the Cloud)’ 팀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이 서비스를 공공 목적의 국제보건기술 목록에 등재했고, 구글은 지난달 후속 개발 기금 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닥클을 이끈 사람은 국군의무사령부 허준녕(34·신경과 전문의) 대위다. 지난달 22일 전화 인터뷰로 만난 허 대위는 “IT와 의료를 접목해 효과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다”면서 “필요한 곳 어디서든 쓰이도록 비영리 모델을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IT 덕후’ 의사가 만든 코로나 예후 예측 서비스 “닥클은 환자용과 의료진용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닥클이라고 검색해서 들어가면 환자용 서비스를 만날 수 있어요. 의심 환자인 경우, 동선과 증상 등을 따져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야 하는지를 자가 진단할 수 있어요. 의료진용은 앱(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해 현재 사용되고 있어요. 앞으로 증상이 얼마나 심각해질지가 점수로 나타나요. 처치 방법에 대한 조언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의료진용의 경우 환자 관리와 진단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력을 줄여준다는 면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병원이 가진 확진자 정보가 서비스에 자동 연동되게 만들었고, 인공지능(AI)이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상태를 점수로 보여주기

발달장애 아동 누구나 건강하게 ‘월경’할 권리를

“우리 학교 아이들은 정확한 위치에 생리대를 부착하는 것조차 어려워합니다.” 시작은 한 통의 편지였다. 발신인은 특수학교 교사. 그는 “장애 아동에게는 생리대를 교체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라고 했다. 수신인은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1970년대 국내에 처음으로 위생 생리대를 내놓고 초경 교육과 생리건강 교육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장애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제품 생산은 해 본 적이 없었다. 편지가 도착한 2019년 2월, 마케팅본부가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장애 당사자들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되고 있었다. 월경 시 보호자나 지도교사가 항상 곁에 있어야 했고, 기존의 생리 교육도 장애 유형별로 활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개별 훈련이 필요했다. 일부 발달장애 가정에서는 부득이 자궁 적출을 통한 조기 폐경도 고려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사례도 조사됐다. 유한킴벌리는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월경할 수 있는 권리인 월경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교육용 위생팬티 제작에 돌입했다. 팬티에 생리대 부착 순서 알기 쉽게 표기 프로젝트 출발은 순조로웠다. 여성용품 마케팅본부의 주도로 디자인팀, 학교월경교육지원팀 등 여러 부서 간 협조도 손쉽게 이뤄졌다.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초기에는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하는 게 목표였지만, 실물을 두고 교육할 수 있게 아예 제품을 만들자는 쪽으로 확장됐다. 디자인 특허를 내자는 의견, 이를 기술특허로 등록해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전양숙 유한킴벌리 여성용품 마케팅본부 수석부장은 “내부적으로 처음 이야기됐을 때 다들 흔쾌히 좋은 생각이라면서 아이디어를 더해줘서 사실 놀랐다”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한다니까 아이디어가

태양광 옥상, 열 차단 발코니… 건물이 알아서 에너지 ‘자급자족’

제로에너지 기법으로 지은 사회주택, 지난 8월 ‘첫 삽’ 건물이 에너지 자체 생산 온실가스 배출량 줄여줘 민간 건축물 활성화 주춤 정부의 현실적 지원 필요 “8년 만에 드디어 첫 삽을 떴습니다.” 지난 8월 28일, 사회적기업 ‘녹색친구들’의 김종식 대표는 창업 이후 가장 특별한 날을 맞았다. 친환경 사회주택을 목표로 법인을 설립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제로에너지 건축 방식으로 착공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제로에너지 건축이란 단열 시공 등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 패널 등으로 자체 생산하는 기법이다.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총량을 ‘0(제로)’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번 제로에너지 사회주택은 지상 6층에 연면적 856.84㎡로, 총 16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규모다. 김종식 녹색친구들 대표는 “국내에서 사회주택을 제로에너지 건축 기법으로 올리는 건 이번이 최초”라고 했다. 제로에너지 건축, 저탄소 사회의 ‘열쇠’ 제로에너지 건축이 온실가스 감축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 발표에 따르면, 주거·건축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제로에너지 건축 기법을 사용하면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잇따른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연구를 보면, 2030년까지 신규 건축물의 70%를 제로에너지 방식으로 지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1300만t 줄일 수 있다. 이는 500㎿급 화력발전소 10기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도 ’2030년 모든 신·개축 건물의 제로에너지화’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지난 2016년 발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에서 건축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18.1% 감축하겠다고 했으며, 이에 따라 제로에너지 건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협동조합, 외부 투자 가능한 ‘우선출자제’ 도입

비조합원, 배당은 받지만 의결·선거권 없어 “자금 부족 문제 해결” vs. “협동조합 정신 위배” 지난 1일부터 협동조합에 비조합원의 투자가 가능해졌다. ‘우선출자’를 허용하는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우선출자는 이익잉여금을 조합원보다 우선해서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로 주식회사의 우선주와 비슷한 개념이다. 배당은 받지만 조합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과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협동조합 업계에서는 우선출자 제도 도입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외부 투자자 유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합원 자격 대신 배당 수익만을 얻는 투자자가 유입되면 ‘협동조합의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협동조합들은 만성적인 자금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조합원 출자금은 협동조합기본법상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부채로 취급받는다. 금융권에서는 출자금을 조합원 탈퇴로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공동으로 소유하는 협동조합의 특성을 자금 회수가 어려운 원인으로 보기 때문에 대출 승인이 쉽지 않고, 대출 한도도 주식회사보다 적다.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은 “협동조합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내부적으로 조합원 출자와 외부적으로 금융권 대출밖에 없는데 모두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이를 우선출자제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우선출자가 ‘1인 1표’로 운영되는 협동조합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소속의 한 변호사는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기본인데, 협동조합 설립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 투자자가 유입돼 자금 회수 등 우회적인

[아무튼 로컬] 로컬에 번지는 ‘크래프트’ 정신

로컬의 시대에 가장 도드라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크래프트(craft) 문화, 즉 필요한 것을 자신이 직접 손으로 만들거나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소비하는 태도와 행동이다. 코로나 때문에 배달 음식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에선 공유 주방에 모여 함께 요리를 해 먹거나 집에서 유명 셰프를 흉내 내 음식을 만들고 인스타에 올리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접 로스팅 한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을 해주지 않는 카페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워졌다. 커피 도시 브랜드에 힘입어 힙한 로컬도시로 떠오르는 강릉은 인구 21만명의 소도시임에도 카페만 1000여개에 육박한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50개 남짓이던 국산 수제맥주 양조장은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두 배 이상 늘어났고 ‘강남페일에일’ ‘부산밀맥’ ‘버드나무브루어리’ 같은 로컬의 대표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다. 서핑의 성지 양양에서는 스티로폼 대신 나무를 깎고 조립해 서프보드를 만드는 공방이 생겨났다. 원단을 끊어 재봉틀로 만든 수제 마스크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군산에서는 낡은 건물을 함께 고쳐서 공유 공간으로 만드는 DIT(Do It Together) 프로그램에 전국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흐름의 저변에는 대량 생산–대량 소비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있다. 믿을 수 있고 취향에 맞는 것을 직접 만들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실천이다. 브랜드 전문 잡지 ‘매거진B’는 로컬의 성지라 불리는 미국 포틀랜드를 ‘크래프트 비어와 커피, 오가닉 푸드와 아웃도어 제품으로 요약되는 크래프트맨십 문화를 글로벌 비즈니스로 키워낸 곳’으로 소개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환경을 찾아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창작자와 메이커들이 서로

[진실의 방] 소셜 임팩트 기업?

인터넷 검색을 하다 못 보던 용어를 발견했다. 소셜 임팩트 기업? 처음 보는 말인데 어딘지 익숙하다. 더 검색해봤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소셜 임팩트 기업 들을 모아 포럼을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모양이었다. 지난달 21일 서울 명동에서 ‘소셜 임팩트 포럼’ 창립식도 가졌다고 했다. 소셜 임팩트 기업. 직역하면 ‘사회적(social) 임팩트(impact)를 창출하는 기업’ 정도가 될 것 같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기업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미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가 있다. 해외에서는 둘 다 ‘소셜 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로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분해서 쓴다. 정부의 인증을 받은 곳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지 않은 곳은 소셜벤처라고 부른다. 제도상의 이런 구분 때문에 기사를 쓸 때 설명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비슷한 용어가 또 생겼다.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었다. 알아야 기사를 쓰든 뭘 하든 할 게 아닌가. 업계 전문가들에게 소셜 임팩트 기업에 대해 물었더니 “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다행히 김 전 부총리가 어느 인터뷰에서 직접 뜻을 설명해 놓은 게 있었다. “소셜 임팩트 기업은 사회적기업보다 차원이 높다. 정부 지원을 받아 장애인을 돕는게 사회적기업이라면, 소셜 임팩트 기업은 경제활동을 잘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이 들으면 좀 섭섭할 소리였다. 자활기업에서 출발한 사회적기업들 가운데 비즈니스가 약한 곳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차원이 낮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비즈니스가 약한 기업일수록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들 중에

미래의 ‘소셜 에디터’들이 만들어갈 더 나은 세상은?

‘청년, 세상을 담다’ 11기 수료식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씨스퀘어 라온홀에서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11기 수료식이 열렸다. 청세담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 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소셜 에디터(social editor· 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1기를 배출한 2014년부터 기자, PD, 사회적기업가 등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공익 현장 취재와 영상 제작 기회를 제공해왔다. 지난 7년간 320여 명이 청세담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올해 청세담 11기 수료생 29명은 지난 5월부터 5개월간 ▲저널리즘·뉴미디어 강의 ▲청년 혁신가와의 만남 ▲현직 기자 멘토링 등을 소화하며 공익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웠다. 임소영 수료생은 “콘텐츠 하나를 생산하는 데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고, 그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도 컸다”고 했다. 최근 비영리단체에 취업한 이슬기 수료생은 “또래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현장을 누비면서 공익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료식에서는 우수 수료생에 대한 시상이 함께 진행됐다. 출석, 과제, 역량, SNS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3명을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소정의 상금이 수여됐다. 최우수상을 받은 강태연 수료생은 “평소 공익 분야와 언론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활동을 해왔는데, 활동 중에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여러 공익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고 콘텐츠 생산을 위해 고민한 시간 모두가 한 단계 성장하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유영철 현대해상 사회공헌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는데, 올해 사업 가운데 정상 운영된 프로그램은

“아름다운 미래는 끝났다… 웰컴 투 디스토피아!”

[Cover Story] ‘디스토피아 빌런’으로 돌아온 정경선 HGI 의장 정경선(34)은 전기면도기를 못 찾아서 수염을 깎지 못했다고 했다. 까칠하게 자란 수염 때문인지 인상이 좀 변한 것 같았다. 예전과 느낌이 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더니 “가르마를 바꿔서 그런가” 하며 웃었다. “한쪽으로만 가르마를 타면 탈모가 올 수도 있다고 해서 얼마 전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르마를 바꿨다”며 딴소리를 늘어놓는다. 현대가(家)의 일원인 정경선은 그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선하고 스마트한 재벌 3세’ 이미지로 그려졌다. 지난 2012년 비영리단체인 ‘루트임팩트’를 만들 때부터 남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4년에는 임팩트투자사 ‘HGI’를 설립해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셜벤처들에 투자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 2017년 오픈한 혁신가들의 공간 ‘헤이그라운드’도 그의 작품이다. 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에는 60곳이 넘는 소셜벤처가 입주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 선한 이미지가 이제 지겨워진 걸까. 지난달 21일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정경선은 작심한 사람처럼 ‘센’ 이야기를 쏟아냈다. “8년 전 루트임팩트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었어요. 세상에 수많은 사회문제가 존재하지만 우리 모두가 ‘체인지메이커’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 모든 게 해결되는 날이 오리라 믿었어요. 참 순진했죠.” 가르마만 바뀐 게 아니었다. 정경선이 딴사람이 돼서 돌아왔다. 체인지메이커들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 입으로 암흑의 시대 ‘디스토피아(dystopia)’를 선언했다. “네, 맞아요. 세상은 망했어요. 성장과 번영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암울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거예요. 웰컴 투 디스토피아!” 디스토피아 빌런 ―충격 받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갑자기 세계관이 뒤집힌 이유가 뭔가요. “인류에게 남은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