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아픈 아버지를 홀로 돌보다 무너진 대구의 한 청년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필자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우리 동네에도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에서 공약이 되고, 조례가 되고, 전국에서 처음 지급된 가족돌봄청년수당으로 이어졌다. 이제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전국의 시·군·구가 같은 출발선에 섰다. 그래서 한 지역의 성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 조례와 수당은 시작일 뿐이었다. 정작 어려운 일은 그다음에 있었다. ◇ 영케어러는 스스로 창구에 오지 않는다 서구는 세 차례 전수조사를 했다. 복지 행정 데이터에서 아픈 가족과 청년이 함께 사는 가구 수천 세대를 추린 뒤, 동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이 일일이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확인된 대상은 매번 백 명 안팎이었다. 수천 가구를 살펴 백 명을 찾는 일이다. 해마다 숫자가 조금씩 늘어난 것은 대상 자체가 늘어서라기보다, 숨어 있던 가족돌봄청년들이 뒤늦게 발견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데이터로는 잡히지 않는 유형도 계속 나왔다. 13세 미만 아동, 학교 밖 청소년, 소득기준을 조금 넘는 가구, 돌봄 사실을 숨기는 가정, 정신질환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이다. 올해는 다문화가정 자녀가 부모의 통역과 병원 동행, 행정 처리를 도맡는 경우도 ‘사실상의 돌봄’으로 보고 따로 살폈다. 질병·장애 코드만으로 접근했다면 영영 보이지 않았을 가족돌봄청년들이다. 이들을 알아보는 사람은 담임교사, 복지관 사회복지사, 병원의 의료사회복지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원, 그리고 이웃이다. 그래서 학교의 추천과 가족센터·복지관의 협약 연계를 조사의 공식 절차에 포함했다. 발굴은 행정 데이터와 민간의 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