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만난 우펜드라 포우디알 GABV 아시아태평양 챕터 대표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발전한 한국의 은행들이 더 많이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연합하고 공유하라” 은행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법

[인터뷰] 우펜드라 포우디알 GABV 아시아태평양 챕터 대표 글로벌 은행연합 GABV, 세계 45국 70개 회원사은행은 공공 비즈니스, 사회 지속가능성에 무한책임“전세계 은행 정보 교류, 한국 은행도 동참했으면” “은행이 보유한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사회와 지구를 지킬 수도, 망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가치기반 금융을 위한 글로벌 연맹(GABV·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 간담회’에서 우펜드라 포우디알 GABV 아시아태평양 챕터 대표가 말했다. GABV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은행들의 연합체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개 은행이 모여 창립했다. 이후 GABV는 돈이 지속가능한 가치를 중심으로 흐르도록 다양한 전략을 펼쳤다. 탄소중립을 위한 은행권 이니셔티브를 이끄는가 하면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나 사업에 투자하도록 촉구했다. 현재 미국, 독일, 방글라데시 등 전 세계 45국에서 70개 은행이 가입했다. 지난 2일 국내 은행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포우디알 대표는 “은행들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각자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변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우디알 대표는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NMB 은행 등에서 근무한 37년 경력의 뱅커다. 2000년부터 17년간 NMB 은행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은퇴 3년 전 네덜란드에서 열린 GABV 컨퍼런스에 참여하고서 금융에 대한 철학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30여 년의 커리어를 돌아본 그는 자신이 오직 주주 이익만을 중심에 두고 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후 은행장으로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쳐야 할지, 개인으로서 지구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어떻게 기여해야 할지 고민을 시작했다.

7일 만난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은 "NGO는 인도적 위기 지역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한다"며 "심리적 회복을 위한 섬세한 상담 서비스, 소득 증대 프로그램, 생필품 등을 지원해 이재민이 트라우마 없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인도적 지원의 미래, 민관협력에 달렸다”

[인터뷰]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 정부·NGO 동등한 위치서상호 협력 필요 관심 줄어든 만성재난에정부 지원 뒤따라야 “재난이 터지면 가장 먼저 집계하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사망자, 실종자, 이재민 수. 모두 ‘사람’이죠. 건물이 몇 채 무너졌는지, 피해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조사하지만 인명 피해를 파악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만큼 재난 현장에선 인명 구조(life saving) 그리고 사람이 핵심입니다.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구호활동을 펼치고 이재민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을 국제구호개발 NGO가 해요. 정부와 국제기구가 무너진 인프라를 구축하는 ‘하드웨어’ 역할을 한다면, NGO는 ‘소프트웨어’를 맡은 셈입니다. 정부와 NGO가 파트너로서 협력할 때 비로소 시너지가 나는 거죠.”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은 인도적 지원 분야 경력만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해외 재난 현장이나 국제개발협력·인도적 지원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가면 늘 그가 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회관에서 만난 김선 본부장은 튀르키예 대지진부터 아프가니스탄 지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올해만 연이어 발생한 인도적 위기 상황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도적 위기 상황이 동시다발하는 추세라 어느 때보다 정부와 NGO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안이 역대 최대인 6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NGO들의 평가는 어떤가? “ODA 예산이 올해보다 2조원 증가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지점도 있다.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인도적 지원 예산은 7400억원에 이르는데, 이 중 민관협력 부문은 50억원에 그친다.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하다. 예산 증가 폭만큼은 아니라도 증액될 거라 생각했는데, 동결 수준의 예산편성이 아쉽다.” ―우리 정부의 NGO 협력 수준은

아프간 1000명 사망 지진에도 국제사회 외면… “한달째 피해복구 기약 없어”

[인터뷰] 타민드리 드 실바 월드비전아프가니스탄 회장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터진 날아프간서 규모 6.3 강진 발생재난 발생 한 달, 이재민 27만명 아프가니스탄 지진이 발생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7일(현지 시각) 오전 11시. 아프간 북서부 헤라트주를 규모 6.3의 지진이 강타했다. 나흘 뒤인 11일과 15일에도 같은 규모의 강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1480명이 사망했다.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은 27만5200여 명에 달한다. 아프간 강진이 발생한 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전쟁을 선포했고 국제사회 관심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집중됐다. 탈레반 정권이 집권한 아프간은 재난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구호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년간 이어진 분쟁에 대부분의 인프라는 무너졌고, 탈레반 재집권 이후 해외 원조는 끊겼기 때문이다. 아프간 지진 한 달을 앞둔 지난 3일 월드비전아프가니스탄 사무소의 타민드리 드 실바 회장이 현지 소식을 보내왔다. 실바 회장은 짐바브웨, 수단, 스리랑카 등에서 인도주의 구호활동을 해온 국제구호개발 전문가다.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MJF자선재단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월드비전아프가니스탄 사무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번 지진 대응에 필요한 기금은 9360만 달러(약 1230억원)로 추정되지만, 현재 모금액은 26%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국제기구도, 언론도 외면한 재난 -국제사회에 아프간 상황이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장은 어떤 상황인가. “지난달 7일 발생한 첫 번째 지진으로 16개 마을이 피해를 입었다. 이어진 11일, 15일 지진 때는 4개 지역 400여 개 마을이 무너졌다. 지진 이후가 더

벤야 스티그 파거란드 교수는 "여성 리더십 증진을 통해 제품 개발 과정에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반영할 수 있고, 이는 수익 증가로 이어진다"며 "아이폰을 만든 애플이 될 것인지, 노키아가 될 것인지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기업의 노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유엔여성기구
“여성 직원을 뽑아라, 기업 이익이 늘어난다”

[인터뷰] 벤야 스티그 파거란드 사우스이스트노르웨이대 경영학 교수 노르웨이 20년 전 여성이사 할당제 도입상장사 이사회 여성비율 8%서 45%로“女임원 30% 이상 기업, 순익 6% 더 높아”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은 10%다. 지난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여성 이사를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소폭 오른 수치다. 다만 사내이사로 따지면 여성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국가인 노르웨이는 2002년 세계 첫 ‘여성 이사 할당법’을 제정했다. 상장 기업 이사회에 여성을 최소 40%로 채워야 하고, 기준 미달시 상장 폐지된다. 제정 당시 8.6%에 머물던 여성 이사 비율은 지난해 기준 45%로 늘었다. 벤야 스티그 파거란드 사우스이스턴노르웨이대 경영학 교수는 ‘여성 이사 할당법’ 도입을 이끈 주역이다. 그는 노르웨이 기업·산업 연맹(NHO)에서 성평등 관리자를 맡아 기업이 여성 이사 수를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2010년부터는 ‘기업의 다양성 책임(CDR)’ 논의를 확산하기 위한 글로벌 플랫폼 ‘쉬코노미(SHEconomy)’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쉬코노미란 여성(She)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여성이 영향력을 미치는 경제 영역을 뜻한다. 쉬코노미는 경제 영역에서 여성의 중추적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파거란드 교수가 발표한 개념이다. 지난 3일 방한한 파거란드 교수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다양한 성별을 포용하는 조직문화를 갖추지 못한 기업은 결국 뒤처질 것”이라며 “단순히 여성 직원, 고위직 비율에 집중하는 데서 나아가 여성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1년 전 여성 이사 할당법 제정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만난 장선문 대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두 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프로그램 운영을 정상화하고 헤이그라운드 뉴욕을 열기 위해 머슴같이 일했다"며 "지역 커뮤니티 레벨에서 어떻게 하면 사회문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했고 또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지역 커뮤니티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헤이그라운드 뉴욕’ 이야기

[인터뷰] 장선문 커뮤니타스아메리카 대표 사회혁신가 공간 ‘헤이그라운드 뉴욕’ 개소주민을 창업가로 육성, 지역문제 발굴·해결 뉴욕 할렘에서 사회혁신 조직을 발굴하는 장선문 커뮤니타스아메리카 대표는 출근길에 3개의 미국을 만난다. 사무실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 내리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이 있고, 한 블록을 지나면 스타트업이 들어선 오피스 단지가 나온다. 여기서 좀 더 걸으면 흑인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전통적 할렘 지구다. 장 대표는 “학생 커뮤니티와 스타트업 네트워크, 지역사회 주민이 5분 거리 내에 몰려 있는 셈”이라며 “사회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집중돼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타스아메리카는 2018년 이곳에 자리잡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단체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민을 사회혁신가로 키우는 ‘커뮤니타스 벤처스’를 통해 지금까지 200명 가까이 선발했고, 올해 3월에는 사회혁신가들의 공간 ‘헤이그라운드 뉴욕’을 개소했다. “뉴욕 할렘은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동유럽계 등이 함께 지내는 다인종 지역입니다. 사회혁신을 일으키기 좋은 환경이면서 동시에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도 많습니다. 커뮤니타스는 지역 단위로 창업가 생태계를 만드는 걸 문제 해결의 시작으로 보고 있어요. 할렘처럼 물리적 지역 커뮤니티를 정해서 지원하면 단기간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장선문 대표를 만났다. 그는 “그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창업가에게 적절한 자원을 연결해 생태계를 살리면 이들이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찾고 해결하고 로컬 커뮤니티까지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문제 해결, ‘하이퍼 로컬’ 관점으로 -헤이그라운드 뉴욕이 있는 할렘은 어떤 곳인가. “사무실은 126가 암스테르담 애비뉴에 있다.

로리 포스터 IAVE 기업전략 디렉터는 "기업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봉사의 가치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로는 ‘쇼잉’도 필요하다”… 기업 자원봉사 전문가의 분석

[인터뷰] 로리 포스터 세계자원봉사협의회 기업전략 디렉터 자원봉사에도 ‘기브앤겟’ 메커니즘 필요봉사 프로그램 유지하는 건 젊은 직원경영진 지원 더해져야 이상적인 구조 완성 “기업의 자원봉사를 홍보하면 ‘보여주기식’이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그런데 조금은 자랑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에 조직력을 갖춘 기업이 뛰어들어서 무엇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대응이 시급한지도 알릴 수 있습니다.” 로리 포스터 세계자원봉사협의회(IAVE) 기업전략 디렉터는 글로벌 기업의 자원봉사 트렌드를 분석하는 전문가다. 그는 지난 3년간 글로벌 기업 90곳과 비영리단체 125곳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특히 기업 임원 800명을 인터뷰하면서 운영 전략도 분석했다. 그렇게 그가 내린 결론은 “기업 자원봉사를 적극 자랑하라”였다.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자원봉사 포럼 ‘기업자원봉사 글로벌 아젠다’에 참석차 방한한 그를 17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만났다. “이번 3년 연구에서 유독 협조가 안 되는 지역이 있었어요. 바로 아프리카였죠. 100곳 넘는 아프리카 기업에 설문조사 문항을 전달했지만, 회신 온 기업은 5곳이었어요. 선행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는 아프리카의 문화 탓도 있지만 좋은 사례는 다른 기업에 널리 공유돼야 합니다.” 성과가 크면 비판도 사라진다 -전 세계 90개 기업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 보고서에 한국 기업도 포함됐나. “큰 작업이었다. 한국 기업은 CJ, 포스코, 메트라이프생명보험 등 세 곳이 포함됐다.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목표가 분명한 프로그램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기업의 자원봉사가 사회에 얼마나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눈에 띄는 사례가 있었나. “직원들의 재능을 봉사 프로그램으로 연결한

루이스 노다 국제해비타트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2050년에는 비공식 정착촌에 거주하는 인구가 아시아에만 10억명에 이를 수 있다"며 "도시 슬럼화가 심화되기 전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해비타트
“슬럼가 인구 亞에만 5억명… 재난에 강한 집을 짓습니다”

[인터뷰] 루이스 노다 국제해비타트 아시아태평양 부사장 아시아 인구는 47억명. 이 중 10%가 넘는 5억명이 도시 속 비공식 정착촌, 일명 ‘슬럼가’에 산다. 비공식 정착촌의 확장은 도시화와 관련 있다.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도시화가 한창인 개발도상국에서는 점점 더 많은 인구가 도시로 몰린다. 하지만 도시에는 이들을 수용할 ‘집’이 부족하다. 결국 불법건축물이 올라간다. 비공식 정착촌의 생활은 도심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적인 식수와 전기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 감시반에 의해 언제 쫓겨날지도 알 수 없다. 기후변화로 빈번해진 홍수, 폭염은 정착촌에서의 생존을 더욱 위협한다. 전 세계에는 총 10억명이 비공식 정착촌에 거주 중이다. 지난 6일 방한한 루이스 노다 국제해비타트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볼리비아 출신인 노다 부사장은 2007년부터 국제 NGO 기아대책(Food for the Hungry)에서 근무하며 라틴아메리카 지역 디렉터, 국제운영최고책임자, 혁신참여담당 부사장 등 직책을 역임했다. 2020년부터는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국제 해비타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비타트 활동을 이끌고 있다. 노다 부사장은 “아시아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초과하면서 도시 빈민을 위한 대대적인 솔루션 모색이 시급해졌다”며 “개발도상국 정부 역량만으로는 빠르게 늘어가는 비공식 거주촌 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에 자주 방문하나. “종종 온다. 2018년에는 석 달 동안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서울은 올 때마다 인상적인 도시다. 문화, 음식, 풍경…. 빠지는 것이 없다.” -겉으로 번화한 서울에도 주거 문제는 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청년들이 집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이 성장하면서 심화될 수밖에

지난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센트럴에서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홍윤희 무의 이사장(왼쪽), 김남연 두루 변호사를 만났다. /한준호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성수동 매장에 휠체어 경사로를 설치합니다”

[인터뷰] 홍윤희 무의 이사장, 김남연 두루 변호사 경사로 설치 프로젝트 ‘모두의 1층’첫 번째 지역은 골목길 많은 성수동 서울숲과 맞닿은 서울 성수동의 ‘아틀리에길’. 붉은 벽돌 건물이 즐비한 좁은 골목 사이로 식당과 카페, 잡화점이 들어서면서 붙은 별명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폐공장 지대였던 이곳에 예술가와 사회혁신가, 마을활동가 등이 들어오면서 핫플레이스가 됐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성수동. 최근에는 매장마다 휠체어 경사로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발단은 지난해 2월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설치에 예외를 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다. 지난 8월부터는 공익변호사부터 비영리 활동가, 건축사, 디자이너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성수동에 경사로 설치를 위해 ‘모두의 1층’이란 이름으로 한데 모였다. 모두의 1층은 휠체어 이용자, 유아차를 끄는 부모,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이 매장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다. 첫 번째 지역은 성수동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끄는 홍윤희 무의 이사장과 김남연 두루 변호사를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센트럴에서 만났다. -‘모두의 1층’이란 프로젝트 이름이 인상적이다. 홍윤희=유럽에 여행을 갔다가 대중교통 시스템을 보고 놀랐다. 영국 런던에는 버스가 모두 저상버스로 운행된다. 특이한 점은 버스 외부에 휠체어 이용자나 유아차를 끄는 사람이 누를 수 있는 버튼이 마련돼 있다.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다. 반면 한국에서 저상버스를 이용하려면 버스 기사님을 부르고,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등 과정이 번거롭다. 이 과정에서 눈치가 보여 자차나 콜택시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다.

알렉스 에드먼스(왼쪽)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와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만나 ESG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비즈니스 파이를 키우는 방법… “기업의 존재 이유, ESG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알렉스 에드먼스·신현상 대담] 혼란의 시대 ESG 전략을 말하다 ‘ESG의 종말(The end of ESG)’이 현실로 닥친 것일까. 5일(현지 시각) 글로벌 펀드 네트워크 칼라스톤(Calastone)에 따르면, 지난 4개월간 영국 투자자들이 ESG 펀드에서 인출한 자금 규모는 20억파운드(약 3조3540억원)에 달했다. 5~7월에 월평균 3억3000만파운드(약 5500억원)이 빠져나갔고, 지난달에만 9억5300만파운드(약 1조6000억원)를 매도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반(反)ESG 정서가 고조되면서 관련 펀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초 논문을 통해 ‘ESG의 종말’을 예고한 알렉스 에드먼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기업·투자자·학계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ESG에 관심을 보이면서 오히려 여러 오해와 혼란이 유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ESG의 종말은 ESG 경영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ESG가 더는 특별한 것이 아닌 세상이 됐기 때문에 기업들은 그저 일반적인 비즈니스 활동 속에서 ESG 경영을 이어나가면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ESG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올초 국내 사회혁신 분야 대표 연구자로 꼽히는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와 에드먼스 교수를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개최된 ‘라이프이즈굿 어워드'(Life’s Good Award)에서 여러 사회혁신가들을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에드먼스=유독성 잔류물 없이 물에 녹는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한 ‘솔루텀’, 휴대용 담수화 장치를 제안한 ‘노나 테크놀로지’ 등 사회를 변화시킬 영향력이 있는 몇 가지 혁신적인 솔루션을 봤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보조공학기기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닷(DOT)’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닷은 이번 어워드에서 1등을 거머쥐기도 했죠. 전 세계적으로 2억8500만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는데, 대부분은 후천적 시각장애인입니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점자 읽는 법을 배우는 선천적 시각장애인과

캠벨 사무총장은 "인도적지원 구호활동가들이 더 많은 국가에서 지원을 펼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여행금지제도·여권법 등에 예외조항을 신설하도록 하는 것이 MSF 한국사무소의 장단기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여행금지국에도 긴급구호 의료진 보내야… 韓 국제위상 높아질 것”

[인터뷰] 엠마 캠벨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사무총장 “분쟁 지역이나 재난 현장에서 사망자를 줄이려면 의료시스템부터 재건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전문 의료진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긴급 수술과 응급 처치 활동을 벌이는 이유죠. 다만 한국 국적의 활동가는 정부의 엄격한 여행금지 제도 탓에 지원 못하는 지역이 많아요. 정교한 의료 기술을 갖춘 한국 의료진의 도움이 절실한데도 말이죠.”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MSF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엠마 캠벨 신임 사무총장은 “한국에서 할 일이 많다”며 입을 뗐다. 신임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지 보름만에 만난 자리에서 캠벨 총장은 서툰 한국말로 “한국에서 일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한국어가 아직 서툴러 평일 저녁과 주말에 혼자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법학과 중국어 학사를 취득하고, 런던대학교에서 아시아 정치학으로 석사 학위를 땄다. 이후 호주국립대에서 한국 정치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에서 한국학 연구·강의를 진행하며 한국에 대한 전문지식과 관심을 쌓아온 친한파 인사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다고 들었습니다. “하하. 저는 한국을 정말 좋아합니다. 역사가 깊고, 특수성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해요. 1996년 중국 베이징으로 1년간 교환학생을 갔을 때 한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룸메이트들이 대부분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한국 음식과 문화, 역사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죠. 이때 노래방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웃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이란 나라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이듬해인 1997년에는 북한을 방문했고, 1998년에는 친구들을 만나러 한국에 갔죠. 남북을 방문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정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다양한 서적을

“수어와 구어의 공존, 무대 위에서 다양한 언어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연기나 춤에 재능 있는 농인들이 많지만 무대에 설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초반에는 연습실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이들의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죠.” 농인 배우를 육성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핸드스피크’의 정정윤 대표는 “농인과 청인이 동등하게 무대에 서려면 기획, 제작단계부터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수어(手語)가 제 1언어인 사람을 농인, 한국어가 제 1언어인 사람을 청인이라고 부른다. 핸드스피크는 2018년 설립 당시 농인 아티스트 3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20명 넘는 단체로 성장했다. 농인 아티스트가 선보이는 연극, 뮤지컬, 수어랩·노래 등의 콘텐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즐길 수 있다. 2020년 무대에 오른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은 농인 배우와 청인 배우의 대사가 공존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브라이언임팩트에서 사회혁신 조직을 지원하는 ‘임팩트그라운드 2기’에 선발돼 3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들은 이번 지원으로 농인 예술가 50명을 육성하고 창작품 10개를 무대에 올리면서 농문화 맞춤형의 농예술 제작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달 7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대표는 “우리 아티스트들을 흔히 ‘농인 예술가’라고 부르지만 장애 구분 없이 그냥 예술가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핸드스피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15년 전이다. 공연기획사에서 일할 때 춤을 사랑하는 농인 청소년 3명을 만났고, 이들의 담당자가 됐다. 정말 재능 있는 친구들인데 연습과 노력의 결과와는 다르게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아티스트 김지연,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 고촌읍 그린 본사에서 만난 권기표 대표는 “중소규모 농가에 스마트팜을 제공해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호철 청년기자
스마트팜 설치하고, 농산품 판로 개척해 중소농가 돕는다

[인터뷰] 권기표 그린 대표 “최근 기후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팜’(Smart farm)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은 토양의 온도와 습도, 일조량 등 농산물 생산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도입해 척박한 외부 환경에도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중소농가에는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 고촌읍 그린(griin) 본사에서 권기표(36) 대표를 만났다. 2016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 그린은 수직재배시설과 양액재배시설을 개발해 중소규모 농가에 스마트팜을 제공하고 수확한 농산물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6월 그린은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액은 35억원을 달성했다.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코맥스벤처러스·하이트진로·더인벤셥랩 등이 그린에 투자했다. 권 대표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영농 정착에 실패해 1~2년 만에 이탈하는 경우가 아직도 매우 많다”며 “복잡한 영농 정책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중소농가들에 최첨단 시설을 공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왜 중소규모 농가에 초점을 맞췄나? “그린을 처음 창업했을 때는 청년 농민으로서 의욕이 크게 앞섰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의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했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서 중소규모 농가와 청년 농민들이 인력과 자본 확보 등에서 제도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에 그린을 통해 농가들의 자본·토지 규모에 맞춰 스마트팜을 설치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하고, 생육 기술과 정부 영농정착 제도 등에 관련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그린의 스마트팜은 무엇이 특별한가?  “7건의 국내 특허를 받은 ‘타워형 수직재배시설’이 그린의 대표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