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노다 국제해비타트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2050년에는 비공식 정착촌에 거주하는 인구가 아시아에만 10억명에 이를 수 있다"며 "도시 슬럼화가 심화되기 전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해비타트
“슬럼가 인구 亞에만 5억명… 재난에 강한 집을 짓습니다”

[인터뷰] 루이스 노다 국제해비타트 아시아태평양 부사장 아시아 인구는 47억명. 이 중 10%가 넘는 5억명이 도시 속 비공식 정착촌, 일명 ‘슬럼가’에 산다. 비공식 정착촌의 확장은 도시화와 관련 있다.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도시화가 한창인 개발도상국에서는 점점 더 많은 인구가 도시로 몰린다. 하지만 도시에는 이들을 수용할 ‘집’이 부족하다. 결국 불법건축물이 올라간다. 비공식 정착촌의 생활은 도심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적인 식수와 전기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 감시반에 의해 언제 쫓겨날지도 알 수 없다. 기후변화로 빈번해진 홍수, 폭염은 정착촌에서의 생존을 더욱 위협한다. 전 세계에는 총 10억명이 비공식 정착촌에 거주 중이다. 지난 6일 방한한 루이스 노다 국제해비타트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볼리비아 출신인 노다 부사장은 2007년부터 국제 NGO 기아대책(Food for the Hungry)에서 근무하며 라틴아메리카 지역 디렉터, 국제운영최고책임자, 혁신참여담당 부사장 등 직책을 역임했다. 2020년부터는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국제 해비타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비타트 활동을 이끌고 있다. 노다 부사장은 “아시아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초과하면서 도시 빈민을 위한 대대적인 솔루션 모색이 시급해졌다”며 “개발도상국 정부 역량만으로는 빠르게 늘어가는 비공식 거주촌 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에 자주 방문하나. “종종 온다. 2018년에는 석 달 동안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서울은 올 때마다 인상적인 도시다. 문화, 음식, 풍경…. 빠지는 것이 없다.” -겉으로 번화한 서울에도 주거 문제는 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청년들이 집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이 성장하면서 심화될 수밖에

지난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센트럴에서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홍윤희 무의 이사장(왼쪽), 김남연 두루 변호사를 만났다. /한준호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성수동 매장에 휠체어 경사로를 설치합니다”

[인터뷰] 홍윤희 무의 이사장, 김남연 두루 변호사 경사로 설치 프로젝트 ‘모두의 1층’첫 번째 지역은 골목길 많은 성수동 서울숲과 맞닿은 서울 성수동의 ‘아틀리에길’. 붉은 벽돌 건물이 즐비한 좁은 골목 사이로 식당과 카페, 잡화점이 들어서면서 붙은 별명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폐공장 지대였던 이곳에 예술가와 사회혁신가, 마을활동가 등이 들어오면서 핫플레이스가 됐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성수동. 최근에는 매장마다 휠체어 경사로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발단은 지난해 2월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설치에 예외를 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다. 지난 8월부터는 공익변호사부터 비영리 활동가, 건축사, 디자이너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성수동에 경사로 설치를 위해 ‘모두의 1층’이란 이름으로 한데 모였다. 모두의 1층은 휠체어 이용자, 유아차를 끄는 부모,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이 매장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다. 첫 번째 지역은 성수동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끄는 홍윤희 무의 이사장과 김남연 두루 변호사를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센트럴에서 만났다. -‘모두의 1층’이란 프로젝트 이름이 인상적이다. 홍윤희=유럽에 여행을 갔다가 대중교통 시스템을 보고 놀랐다. 영국 런던에는 버스가 모두 저상버스로 운행된다. 특이한 점은 버스 외부에 휠체어 이용자나 유아차를 끄는 사람이 누를 수 있는 버튼이 마련돼 있다.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다. 반면 한국에서 저상버스를 이용하려면 버스 기사님을 부르고,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등 과정이 번거롭다. 이 과정에서 눈치가 보여 자차나 콜택시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다.

알렉스 에드먼스(왼쪽)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와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만나 ESG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비즈니스 파이를 키우는 방법… “기업의 존재 이유, ESG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알렉스 에드먼스·신현상 대담] 혼란의 시대 ESG 전략을 말하다 ‘ESG의 종말(The end of ESG)’이 현실로 닥친 것일까. 5일(현지 시각) 글로벌 펀드 네트워크 칼라스톤(Calastone)에 따르면, 지난 4개월간 영국 투자자들이 ESG 펀드에서 인출한 자금 규모는 20억파운드(약 3조3540억원)에 달했다. 5~7월에 월평균 3억3000만파운드(약 5500억원)이 빠져나갔고, 지난달에만 9억5300만파운드(약 1조6000억원)를 매도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반(反)ESG 정서가 고조되면서 관련 펀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초 논문을 통해 ‘ESG의 종말’을 예고한 알렉스 에드먼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기업·투자자·학계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ESG에 관심을 보이면서 오히려 여러 오해와 혼란이 유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ESG의 종말은 ESG 경영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ESG가 더는 특별한 것이 아닌 세상이 됐기 때문에 기업들은 그저 일반적인 비즈니스 활동 속에서 ESG 경영을 이어나가면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ESG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올초 국내 사회혁신 분야 대표 연구자로 꼽히는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와 에드먼스 교수를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개최된 ‘라이프이즈굿 어워드'(Life’s Good Award)에서 여러 사회혁신가들을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에드먼스=유독성 잔류물 없이 물에 녹는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한 ‘솔루텀’, 휴대용 담수화 장치를 제안한 ‘노나 테크놀로지’ 등 사회를 변화시킬 영향력이 있는 몇 가지 혁신적인 솔루션을 봤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보조공학기기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닷(DOT)’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닷은 이번 어워드에서 1등을 거머쥐기도 했죠. 전 세계적으로 2억8500만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는데, 대부분은 후천적 시각장애인입니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점자 읽는 법을 배우는 선천적 시각장애인과

캠벨 사무총장은 "인도적지원 구호활동가들이 더 많은 국가에서 지원을 펼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여행금지제도·여권법 등에 예외조항을 신설하도록 하는 것이 MSF 한국사무소의 장단기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여행금지국에도 긴급구호 의료진 보내야… 韓 국제위상 높아질 것”

[인터뷰] 엠마 캠벨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사무총장 “분쟁 지역이나 재난 현장에서 사망자를 줄이려면 의료시스템부터 재건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전문 의료진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긴급 수술과 응급 처치 활동을 벌이는 이유죠. 다만 한국 국적의 활동가는 정부의 엄격한 여행금지 제도 탓에 지원 못하는 지역이 많아요. 정교한 의료 기술을 갖춘 한국 의료진의 도움이 절실한데도 말이죠.”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MSF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엠마 캠벨 신임 사무총장은 “한국에서 할 일이 많다”며 입을 뗐다. 신임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지 보름만에 만난 자리에서 캠벨 총장은 서툰 한국말로 “한국에서 일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한국어가 아직 서툴러 평일 저녁과 주말에 혼자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법학과 중국어 학사를 취득하고, 런던대학교에서 아시아 정치학으로 석사 학위를 땄다. 이후 호주국립대에서 한국 정치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에서 한국학 연구·강의를 진행하며 한국에 대한 전문지식과 관심을 쌓아온 친한파 인사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다고 들었습니다. “하하. 저는 한국을 정말 좋아합니다. 역사가 깊고, 특수성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해요. 1996년 중국 베이징으로 1년간 교환학생을 갔을 때 한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룸메이트들이 대부분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한국 음식과 문화, 역사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죠. 이때 노래방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웃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이란 나라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이듬해인 1997년에는 북한을 방문했고, 1998년에는 친구들을 만나러 한국에 갔죠. 남북을 방문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정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다양한 서적을

“수어와 구어의 공존, 무대 위에서 다양한 언어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연기나 춤에 재능 있는 농인들이 많지만 무대에 설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초반에는 연습실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이들의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죠.” 농인 배우를 육성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핸드스피크’의 정정윤 대표는 “농인과 청인이 동등하게 무대에 서려면 기획, 제작단계부터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수어(手語)가 제 1언어인 사람을 농인, 한국어가 제 1언어인 사람을 청인이라고 부른다. 핸드스피크는 2018년 설립 당시 농인 아티스트 3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20명 넘는 단체로 성장했다. 농인 아티스트가 선보이는 연극, 뮤지컬, 수어랩·노래 등의 콘텐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즐길 수 있다. 2020년 무대에 오른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은 농인 배우와 청인 배우의 대사가 공존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브라이언임팩트에서 사회혁신 조직을 지원하는 ‘임팩트그라운드 2기’에 선발돼 3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들은 이번 지원으로 농인 예술가 50명을 육성하고 창작품 10개를 무대에 올리면서 농문화 맞춤형의 농예술 제작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달 7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대표는 “우리 아티스트들을 흔히 ‘농인 예술가’라고 부르지만 장애 구분 없이 그냥 예술가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핸드스피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15년 전이다. 공연기획사에서 일할 때 춤을 사랑하는 농인 청소년 3명을 만났고, 이들의 담당자가 됐다. 정말 재능 있는 친구들인데 연습과 노력의 결과와는 다르게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아티스트 김지연,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 고촌읍 그린 본사에서 만난 권기표 대표는 “중소규모 농가에 스마트팜을 제공해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호철 청년기자
스마트팜 설치하고, 농산품 판로 개척해 중소농가 돕는다

[인터뷰] 권기표 그린 대표 “최근 기후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팜’(Smart farm)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은 토양의 온도와 습도, 일조량 등 농산물 생산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도입해 척박한 외부 환경에도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중소농가에는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 고촌읍 그린(griin) 본사에서 권기표(36) 대표를 만났다. 2016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 그린은 수직재배시설과 양액재배시설을 개발해 중소규모 농가에 스마트팜을 제공하고 수확한 농산물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6월 그린은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액은 35억원을 달성했다.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코맥스벤처러스·하이트진로·더인벤셥랩 등이 그린에 투자했다. 권 대표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영농 정착에 실패해 1~2년 만에 이탈하는 경우가 아직도 매우 많다”며 “복잡한 영농 정책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중소농가들에 최첨단 시설을 공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왜 중소규모 농가에 초점을 맞췄나? “그린을 처음 창업했을 때는 청년 농민으로서 의욕이 크게 앞섰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의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했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서 중소규모 농가와 청년 농민들이 인력과 자본 확보 등에서 제도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에 그린을 통해 농가들의 자본·토지 규모에 맞춰 스마트팜을 설치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하고, 생육 기술과 정부 영농정착 제도 등에 관련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그린의 스마트팜은 무엇이 특별한가?  “7건의 국내 특허를 받은 ‘타워형 수직재배시설’이 그린의 대표적인

지난 29일 성남시 중원구에서 조형범 모두의미용 대표를 만났다. /성남=서동훈 청년기자
“장애인도 편하게 누리는 ‘모두를 위한 미용실’을 만듭니다”

[인터뷰] 조형범 모두의미용 대표 “장애인을 위한 미용 서비스는 굉장히 적어요. 복지관이나 지자체에서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원할 때 바로 자를 수 없고, 지역민을 대상으로 해서 해당 지역이 아닌 장애인은 이용할 수가 없어요. 장애인도 똑같이 머리를 예쁘게 꾸미고 싶은 건 같은데 환경이 그렇지 못한 거죠.” 조형범(40) 모두의미용 대표는 올해 1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인 ‘모두의 미용실’을 열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배리어프리 인테리어를 도입했고 저소음 미용기구를 사용한다. 지난 29일 경기 성남 중원구 모두의 미용실에서 만난 조형범 대표는 “장애인이 조건 없이 편안한 미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놀이터 같은 미용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친화 미용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장애인이 일반 미용실을 찾아가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임대료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일 층이 아닌 곳에 미용실이 많기도 하고, 설령 있더라도 문턱이 있어 휠체어 장애인의 이용이 어렵다. 또 의자가 움직이지 않거나 샴푸 시설로 가는 통로에 계단이 있는 등 시설 문제가 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이나 시끄러운 소리 등 낯선 환경에서 이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미용하기가 어렵다. 미용에 대한 욕구는 있는데 환경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 친화 미용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장애인을 위한 미용실이 없었는지? “민간에서 장애인 친화 미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최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있지만, 지역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고 짧게 단기간만 운영하거나 수요가

이현호 그루북 대표는 “청년들이 만든 문화예술 콘텐츠로 북구를 활성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송수경 청년기자
“꿈과 현실의 갈림길에 선 청년 예술가를 돕습니다”

[인터뷰] 이현호 그루북 협동조합 대표   “예술가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 시기를 버티려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죠. 쉽지 않은 문제예요. 그루북은 청년 예술가들이 맘껏 예술 활동을 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부산 북구 청년아트스테이션에서 만난 이현호(39) 그루북협동조합 대표는 “수많은 청년 예술가들이 적은 수익과 작업 환경 탓에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한다”라며 “부산 지역만이라도 청년들이 즐겁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루북은 부산 북구의 청년 예술가가 꿈에 다가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지원한다. 전시회를 개최해 예술 활동을 경력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하고, 예술 분야 창업에도 도전할 수 있게 한다. 같은 고민을 가진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이 교류할 기회를 마련해 예술 활동을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그루북을 설립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부산 해운대에서 30년 넘게 살다가 결혼하고서 북구에 정착했어요. 북구에 산 지 6년 정도 됐죠. 처음엔 로컬 콘텐츠 커뮤니티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주민, 북구청과 협업해 북구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어요. 자연스럽게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할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구에서 청년 예술가가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됐어요. 이들을 돕고, 지속적으로 연대하기 위해 그루북을 만들었어요. 지난 2021년 임의단체로 출발한 그루북은 2022년 협동조합으로 도약하면서 미술 음악 무용 디자인 4개로 파트를 나눠 지원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인가요? “북구는 부산에서 인구가 네 번째로 많은 구지만 잠만 자는 지역으로 여겨져요. 베드타운이죠.

13일 서울에서 이민혁(서울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끌림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단기적인 생활 개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기부여와 자부심을 교류할 수 있는 끌림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혜림 청년기자
“폐지 리어카로 광고하세요… 어르신 자립에 쓰입니다”

[인터뷰] 이민혁 끌림 대표 하루 8시간, 거리의 폐지와 고물을 수거하는 사람들이 있다. 리어카에 가득 실은 폐지의 무게는 평균 150kg. 그렇게 폐지를 팔아 손에 쥐는 돈은 하루 평균 2만~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고된 일은 대부분 60세를 훌쩍 넘은 노인들이 맡고 있다. 소셜벤처 ‘끌림’은 폐지 수거 노인의 안전과 수익을 동시에 높이는 기업이다. 리어카 공차 무게를 절반으로 줄여 안전 사고를 예방하고, 리어카에 광고판을 부착해 수익을 돌려준다. 지난 2016년 대학 동아리로 출발해 소셜벤처로 전환한 이후 7년간 광고비 5억8000만원을 유치했다. 폐지 1만4980t을 모아야 얻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민혁 대표는 “숫자로 계산되는 물질적인 효과만큼이나 어르신들의 정서적 건강까지 챙기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무형의 가치라면 어떤 걸 뜻하나요? “리어카로 폐지를 수집하시는 어르신을 ‘끌리머’라고 부르는데요. 한 끌리머 어르신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리어카 끌면서 말상대가 많지 않았는데, 끌림 광고하면서부터 사람들이 나한테 광고에 대해 물어봐. 그럴 때 나도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구나, 소속감을 느껴. 끌림을 하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어.’라고요. 광고 수익도 중요하지만, 끌리머들이 스스로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게 가장 큰 가치예요. 리어카를 끄는 것이 아니라 광고의 주체가 되는 것이니까요.” -끌림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인액터스(Enactus)라는 동아리로 출발했습니다. 재활용 산업 전반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고물상에 관심이 갔어요. 직접 가보고 인터뷰도 진행하다보니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해보였어요.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다가

자립준비청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위코노미의 이영웅(오른쪽) 대표와 장재덕 실장. /이정민 청년기자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금융 교육 이야기

[인터뷰] 위코노미 이영웅 대표, 장재덕 실장 사회적기업 ‘위코노미’는 미래 세대를 위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제 막 자산 관리를 시작한 청년과 자립을 준비하는 보호시설 청소년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만18세가 넘어 보호시설을 나와 자립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는 홀로서기를 시작할 때 자립정착금이 지급된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800만~1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금융지식이 부족해 일찍 목돈을 탕진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분할 지원하기도 한다. 지난달 18일 서울 구로구의 위코노미 사무실에서 만난 이영웅 대표와 장재덕 실장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금융 교육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왜 금융 교육인가요. 이영웅=미래 세대의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가 금융 교육입니다. 특히 자립준비청년들은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금융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이를 테면 통장을 만들고, 적금이나 보험에 가입하고, 부동산 계약을 하는 방법에 대한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깜빡하는 사이에 금전적인 손해를 보기도 하고, 시간도 낭비되는 사례가 많아요. -교육 인원은 얼마나 되나요. 장재덕=사례를 들어볼게요. ‘서울 영테크’ 사업으로 청년 1만명에게 1대1 재무상담, 5000명 정도 인원에게 금융 교육 실시 중입니다. 만 39세 미만 서울 거주 청년에게 2~3회 재무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팁 위주로 알려줍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전월세 임대차 계약서 작성 요령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서 보급하고 있어요. 미래 세대들이 의도치 않게 손해보지 않도록 금융지식을 전하는 게 목표입니다. -자립준비청년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영웅=원래

고령사회, AI·VR 기술로 치매를 진단한다

[인터뷰]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902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7.5%에 해당하는 숫자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인 치매 환자 수도 늘고 있다. 2020년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약 84만명. 2024년에는 1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세븐포인트원은 디지털 기술로 치매를 진단하고 대응하는 기업이다.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어르신들의 추억 속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행복감을 증진하는 회상요법 ‘센텐츠(SENTENTS)’와 AI를 이용해 1분 만에 치매를 진단하는 ‘알츠윈(AlzWIN)’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제36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는 AI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포용 사회 구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달 20일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를 만났다. ―치매라는 이슈에 관심을 갖고 회사까지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치매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원래는 VR 기술로 콘텐츠를 제작해보고 싶었죠. 우연히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는데 한 어르신이 스무살 이후로 고향에 한번도 내려가지 못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가지고 있던 VR 기기로 고향의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굉장히 조잡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좋아하셨죠. 이후에 그 어르신이 옛날에 살던 동네나 아드님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며 활력을 되찾으셨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가슴이 뭉클했죠. 그게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됐어요.” ―VR 고글을 쓴 어르신들의 모습, 상상이

로리 무크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 공공서비스대학 지역사회개발학부 부교수 겸 ‘비영리 및 필란트로피를 위한 로드스타 센터(Lodestar Center for Philanthropy and Nonprofit)’ 연구원. /본인 제공
“비영리 조직에는 ‘사회적 회계’가 필요하다”

[인터뷰] 로리 무크 애리조나주립대 지역사회개발학부 부교수 자원봉사활동을 경제적, 화폐적 가치로 환산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오랜 시간 이어졌다. 환산 가능 여부를 떠나 선의가 바탕인 봉사활동을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느냐는 인식 때문이었다. 다만 최근에는 기업뿐 아니라 비영리단체, 협동조합의 임팩트를 정량화하는 시도가 늘면서 자원봉사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에도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로리 무크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 공공서비스대학 지역사회개발학부 부교수는 지난달 17일 ‘위대한 도전, 사회적 회계’ 개정판을 발간하고, 자원봉사자들의 무급노동을 화폐로 환산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사회적 회계’를 제시했다. 사회적 회계는 지난 2002년 발간된 초판에서도 등장한 개념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의 봉사활동, 사회적 사명 수행과 관련한 파급 효과를 회계보고서에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회계는 20년 전부터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사회적경제조직에 도입됐고, 그 사이 책의 공동 저자인 잭 쿼터 토론토대 온타리오 교육연구소 교수, 베티 제인 리치먼드 캐나다 요크대 교육대학 교수는 세상을 떠났다. 현재 무크 교수는 ‘비영리 및 필란트로피를 위한 로드스타 센터(Lodestar Center for Philanthropy and Nonprofit)’ 연구원으로 사회적 회계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개정판 발간을 맞아 지난 20일 무크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무크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국에는 ‘사회적 회계’가 익숙치 않다. 구체적으로 정의해달라. “사회적 회계란 한 조직이 이해관계자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즉 재무적 성과와 함께 사회·환경적 성과를 고려한다는 개념으로, 기존의 회계 모델에서 더 확장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는 사회적경제조직 구성원들의 참여도 포함된다.” -사회적 회계를 비영리 조직에 적용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