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따또가’원도심 문화창작공간 “미군 부대에서 시레이션(C-ration)이라고 전투 식량을 담는 박스가 나왔어. 이게 안에 기름종이가 발라져서 비가 안 샜다고. 이 박스랑 판자를 엮어 만든 박스집들이 용두산 공원에 바글바글했다니까.” 부산 중구 토박이 임금칠(64)씨가 전하는 중앙동의 옛 모습은 한 끼 밥벌이를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의 활력으로 가득찼다. 그 후로도 중구는 “무역이면 무역, 장사면 장사, 안 되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중구, 그중에서도 중앙동은 부산 일번지였다. 그랬던 곳도 다른 오래된 도심처럼 쇠락하기 시작했다. “서면 쪽에 호텔이 생기면서 상권이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1998년 시청이 이전하면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1990년대 초반 8만명에 달했던 숫자가 98년 이후에는 5만명으로 줄었다. 빈 건물이 늘어갔다. 이렇게 활력을 잃어가던 중구에 최근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문화 바람’ 덕분이다. 임금칠씨는 지난 9월 어르신 여덟 분과 함께 용두산 공원에서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14살 때부터 신문 배달하고, 인쇄업을 하면서 맺어온 사진과의 인연이 전시회까지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그것도 평생을 곁에 두고 살아온 용두산 공원에서의 일이다. 어르신들에게 무료 사진 수업을 진행하고 전시회까지 치른 사진작가 프리야 김(39)씨는 지역에서 열리는 조그마한 전시회에 많은 후원이 쏟아져 깜짝 놀랐다고 했다. “중구노인복지회관 후원으로 전시회에 참여하신 어르신들 사진엽서를 1000부씩 만들었어요. 엽서 뒷면에 전시회 소개를 넣었는데 그건 인쇄골목에 계시는 분이 실비로 해주셨어요. 사진 인화비하고 전시회 포스터, 플래카드는 ‘또따또가’에서 제공했죠.” 지난 7월에는 ‘또따또가’에 입주한 몇몇 예술가들이 ‘중앙동 인쇄 골목에 화분을 놓자’는 취지로 자선 콘서트를 열었다. 작업실에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