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는 물론 가족의 삶까지 데워주는 ‘적정기술’ 다섯 아이의 아버지, 푸릅돌찌(43)씨를 만나러 가는 길은 멀었다. 몽골 울란바토르시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인 하일라스트 지역.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그의 집까지 가는 길 내내 몇 번이고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주저앉았다. 하지만 투덜거릴 수는 없었다. 주민의 60%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매일 이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물을 길으러 다닌다. 언덕, 언덕마다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와 판잣집이 가득한 모습은 1970년대 우리나라의 달동네를 떠올리게 했다. 푸릅돌찌씨는 초등학교 경비 일을 하며, 노모와 다섯 아이를 부양하고 있다. 한국에서 손님이 온다고 들뜬 푸릅돌찌씨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G-Saver 덕에 올해 아빠 노릇을 제대로 했다”며 고마워했다. ‘G-Saver’는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겨울이 1년 중 8~9개월이나 이어지는 몽골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축열 난방 장치다. 열원(熱源) 보존시간을 연장해줄 뿐만 아니라, 매연 또한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매년 겨울 들어가는 연료비 때문에 1년 내내 허리가 휘었어요. 연료를 안 때면 얼어 죽으니, 나무와 석탄은 어떻게든 마련해야 하죠. 그래서 빚을 질 때도 많고, 연료비 때문에 가족들 먹을 것도 장만 못 할 때가 다반사죠. 그런데 새 난방장치 덕분에 연료비가 절반으로 줄어 제가 우리 아들딸들 공책·연필·신발까지 사줬다니까요.” 푸릅돌찌씨는 그동안 아빠 노릇 제대로 못 했다며 목이 멨다. 어느새 아빠 곁으로 온 둘째 딸 체르마(14)는 “아빠가 이번에 학용품을 사 주셔서 학교 가는 게 더 좋아졌다”며 배시시 웃는다. “난로에 나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