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⑨ 인도 지적장애인 취업센터 연 수간다 수크루타라지

“지적장애인이 어떻게 일하냐고요? 조금 느리지만, 함께라면 가능하죠”

국제우주항공박람회 유치(1993), 국방연구개발기구(DRDO) 컨설턴트, 데칸항공 최고기업연락경영자(Chief Executive Corporate Liaison), 정부 내 정보기술부 프로그램 디렉터.

국방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화려한 경력과 타이틀, 그 모든 것이 한순간 의미가 없어졌다. IT업계 내 최고의 전문가 중 하나였던 수간다 수크루타라지(Sugandha Sukrutaraj·54)씨가 2000년, ‘스페셜 올림픽(Special Olympics)’을 만난 후의 일이다.

지적 장애인들에게 IT에 기반한 직업훈련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수간다 수크루타라지(가운데)씨는“우리 센터의 청년들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 건 내 인생 최고의 특권”이라며 오히려 고마워했다. /오혜정 더나은미래 기자 ohye@chosun.com
지적 장애인들에게 IT에 기반한 직업훈련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수간다 수크루타라지(가운데)씨는“우리 센터의 청년들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 건 내 인생 최고의 특권”이라며 오히려 고마워했다. /오혜정 더나은미래 기자 ohye@chosun.com

‘스페셜 올림픽’은 지적장애인들의 올림픽으로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여동생, 故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여사가 시작했다. 선수보다 자원봉사자가 더 많은 ‘특별한’ 올림픽으로 4년마다 개최된다. 그녀는 2000년 12월, 인도 스페셜 올림픽의 이사로 초청됐다. 그렇게 많은 지적장애인을 만난 것도, 그렇게 가까이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동안 제가 너무 몰랐던 것이, 무관심했던 것이 미안했습니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페셜 올림픽에서 지적장애인들을 만난 지 4년 후인 2004년, 수크루타라지씨는 ‘AMBA CEEIC’라는 지적장애인의 경제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센터를 세웠다. 그 결과 현재 인도 전역에는 AMBA CEEIC 센터가 26곳이 있다. 235명의 청년들이 직업기술을 훈련받고 맡은 업무를 수행한다. 센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 학교, 공항 등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도 49명이나 된다. 2007년 아쇼카 펠로로 선정되어 지원금도 받았다.

“항상 ‘절대로 늦은 때는 없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기업을 설득해 업무계약을 맺는 것이 어렵긴 해도 불가능하진 않더라고요. 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 조금 느릴 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진 않거든요. 만약 어떤 일이 어렵다면, 좀 더 쪼개고 나누어서 여러 명이 하면 됩니다.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불가능한 것 같고, 혼자 다 하려니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교실로 들어서니 가운데에 학생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있었다. 멀리 ‘코리아’라는 나라에서 온 기자를 반기기 위해서였다. 23명의 청년들이 차례로 자기 자신과 AMBA CEEIC를 나누어 소개했다. 한껏 들떠 쩌렁쩌렁 소개하는 사람, 말하는 내내 눈을 못 마주치는 사람,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웅얼거리는 사람 등 다양했다. 그러나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포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 명 한 명 소개를 마칠 때마다 수크루타라지씨는 큰 소리로 “훌륭하구나!” “너무 자랑스럽다” 등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23명 중, 어느 누구도 영어를 아는 친구가 없어요. 다들 영어로 된 소개문을 듣고 외운 거예요. 멀리서 손님이 온다고 우리 청년들이 무척 오래 연습했어요.” 지금껏 들은 그 어떤 발표에도 비교할 수 없는 ‘생애 최고의 발표’였다.

다시 업무로 돌아간 23명의 청년들의 얼굴에선 자부심이 느껴졌다. 대부분 둘씩 짝을 지어 일하고 있었다. 혼자일 땐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함께 하니 부족하지 않다.

“고객 정보와 같은 단순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편지봉투에 주소를 출력해 붙이는 것 같은 단순한 업무가 대부분이에요. 최대한 단순하게 업무를 쪼개고 또 쪼개죠. 훈련 과정에서는 교사, 트레이너 모두가 최대한 훈련생을 존중하는 것에 집중해요.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으면서, 자신도 가치 있고 중요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되죠.”

정말 한없이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 같기만 한데, 기업을 만날 때는 투철한 ‘기업가’가 된다고 한다.

“기업들을 만나면 ‘3개월만 맡겨봐라, 3개월 후에 만족하지 못하면 계약은 없던 걸로 해도 된다’고 배포를 부려요. 다 우리 청년들을 믿어서기도 하고요, 또 그렇게 안 하면 어디 영업이 되겠어요?” 인도 최고의 통신회사인 타타 인디콤, 인도공군을 비롯한 정부 부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나 인텔(Intel), 델(Dell)과 같은 글로벌 회사들이 다 AMBA CEEIC의 주요 파트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수크루타라지씨는 날카로운 눈매로 똑 부러지게 말했다.

“자기 자신을 먼저 키우세요. 스스로가 충분히 전문성, 네트워크 등 강점을 갖추지 못하면, 훗날 꿈을 키워나갈 때 그 부족한 부분들이 방해 요소가 될 거예요.”

방갈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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