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24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 가보니<上>
마치 ‘종이’로 만든 세상 같았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 현장을 찾은 기자가 가장 먼저 손에 잡은 것도 ‘종이’로 만든 명찰이었다. 행사장 부스 입간판부터 휴식공간 의자와 탁자까지 모두 ‘종이 박스’였다. 특히 의자는 키 185cm 기자가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자랑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은 2004년 ‘친환경상품전시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최근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곳이 넘는 기업 및 기관이 참여했고, 올해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일회용품 반입은 철저하게 제한됐다. 박람회에 입점한 커피숍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기를 사용했으며, 반납함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행사 주관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올해 전시 공간은 모두 100% 종이로 만들어졌다”면서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철거 시에도 비용이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 우리가 잘 몰랐던 ‘일상 속 친환경’ 정책
행사장 입구를 지나 가장 사람들이 붐비는 곳으로 향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그린카드’ 부스는 다트게임 탓에 인기가 많았다. 기자도 10분을 기다려 참여했다. 기자의 키만 한 자석판으로 구성된 다트판을 향해 핀을 던졌다. ‘편의점’에 핀이 꽂히자, 관계자가 ▲GS25 ▲세븐일레븐 ▲씨유 편의점에서 그린카드를 사용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면 ‘에코머니’ 적립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버스, 지하철, KTX 등 대중교통을 그린카드로 소비하면 전월실적 금액에 따라 최대 20%까지 에코머니가 적립할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충전도 최대 40%까지 적립이 가능하다.
기자도 행사장에서 그린카드로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와 삼다수, 슈가버블 친환경 주방세제를 구매해봤다. 평소라면 ‘필요’에 의해 제품을 사는 터라 관심이 없었겠지만, ‘이게 왜 친환경 제품이라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고 살펴봤다.
바나나맛 우유에는 ‘환경성적’ 마크가 부착되어 있었다. 이 마크는 상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료 채취부터 생산, 유통, 소비, 폐기까지 전 과정 평가(LCA)를 수행한 제품에 마크를 부여한다. 삼다수는 ‘저탄소’ 마크를 받았는데, 이는 탄소발자국이 동종업계 평균 이하거나 이전 인증 대비 3.3% 이상 탄소배출량을 감축한 제품에 부여하는 것이다. 슈가버블 주방세제에 부착된 ‘친환경’ 마크는 환경부가 환경성과 품질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선별해 인증한다.
총 결제 금액은 9600원. 이 중 1120점이 ‘에코머니’로 적립됐다. 제품에 표기된 마크에 따라 지급되는 포인트는 달랐다. 환경성적 마크가 5%로 가장 적립률이 낮았고, 저탄소 마크는 15%, 친환경 마크는 25%의 포인트가 적립됐다. 그린카드는 BC카드, 롯데카드, KB국민, 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카드사와 은행에서 발급받을 수 있으며, 적립된 포인트 내역 조회나 사용은 그린카드 앱에서 가능하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2020년 기준으로 2000만장이 돌파하며 소비자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발걸음은 한국자동차환경협회(이하 협회)로 향했다. 부스에서는 환경부와 협회의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100(K-EV100)’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K-EV100은 기업이 2030년까지 보유‧임차차량을 전기차, 수소차 등 무공해차로 전환하는 캠페인으로, 참여하는 기업은 무공해차 구매 보조금, 충전소 우선 설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참여 조건은 보유한 법인 차량이 50대 이상이어야 한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캠페인에 총 371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리가 가능한 우산, 폐침구로 만든 슬리퍼… 친환경 사회적 기업 19곳 참여
환경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마련한 부스에는 총 19곳의 사회적 기업이 함께했다.
기자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우산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주)에이트린을 찾았다. 에이트린 관계자는 “매년 4000만개의 우산이 버려진다”면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기존 우산보다 부품을 80% 가량 감소시켜 구조를 단순화해 수리도 가능하게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산은 천부터 뼈대까지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뼈대가 고장 나면 새로운 우산을 구매하는 대신 부품을 교체해 수리가 가능한 점이 새로웠다. 에이트린 관계자는 “수리 의뢰는 공식사이트나 인스타그램으로 접수하거나 매월 첫째주 수요일 건국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에이트린 데이’에 직접 우산을 가져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위브렐라’ 어플을 운영하며 공유우산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었다. 기자도 어플을 통해 직접 대여를 해봤다. 어플에 대여 단말기의 큐알코드로 찍자, 단 20초 만에 우산을 빌릴 수 있었다. 에이트린 관계자는 “현재 건국대학교에서 시행운행 중인데 반납률도 97%에 달한다”며 “갑작스러운 호우에 일회용 우산 대신 공유우산을 사용하며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호텔의 폐침구를 활용해 슬리퍼를 제작하는 ‘(주)의식주의’, 옥수수 등으로 친환경 바이오 가죽 원단을 개발하고 제품을 제작하는 ‘(주)컨셔스웨어’ 등 여러 기업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학생부터 회사대표까지 다양한 범주의 관람객으로 붐볐다. 어린이환경동아리에서 활동하는 20대 여학생은 “평소 관심있는 환경을 주제로 기획한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 신청하게 됐다”며 “퀴즈를 통해 기존에 몰랐던 환경제도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