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발언대] 컴퓨터 없이 온라인 수업받는 아이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저소득 가정의 온라인 학습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가정방문을 진행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두 아이가 있다. 영구 임대 아파트에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민수(가명)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의 일용직 수입이 전부인 고등학생 효진(가명)이. 민수는 싱어송라이터가 꿈이라고 했다.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자신이 만든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효진이는 아름다운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수줍은 목소리로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니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두 가정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컴퓨터를 설치할 공간조차 없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우선인 이 가정이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코로나19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디지털 빈부격차‘라는 또 한 번의 좌절을 안겼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가 죽을지도 몰라요.” 아프리카 기니 출신 하디아씨의 요청은 간절했다. 그는 2013년 남편과 한국으로 망명했다. 넷째를 임신한 하디아씨는 고혈압과 선천적인 뱃속 질환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 그에게 공공영역의 지원은 불가능했다. 비자가 없어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출산이 임박해왔다. 산모와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당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리(가정복지회)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의 10%를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찐기부야 챌린지’를 기획했다. 찐기부야 챌린지는 트로트 가수 영탁의 노래 ‘찐이야’에서 착안한 제목이었다. 취약계층의 일상 회복을 목표로 삼고 홍보를 시작했다. 스타와 팬이 함께하는

[아무튼 로컬] 로컬에 번지는 ‘크래프트’ 정신

로컬의 시대에 가장 도드라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크래프트(craft) 문화, 즉 필요한 것을 자신이 직접 손으로 만들거나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소비하는 태도와 행동이다. 코로나 때문에 배달 음식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에선 공유 주방에 모여 함께 요리를 해 먹거나 집에서 유명 셰프를 흉내 내 음식을 만들고 인스타에 올리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접 로스팅 한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을 해주지 않는 카페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워졌다. 커피 도시 브랜드에 힘입어 힙한 로컬도시로 떠오르는 강릉은 인구 21만명의 소도시임에도 카페만 1000여개에 육박한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50개 남짓이던 국산 수제맥주 양조장은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두 배 이상 늘어났고 ‘강남페일에일’ ‘부산밀맥’ ‘버드나무브루어리’ 같은 로컬의 대표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다. 서핑의 성지 양양에서는 스티로폼 대신 나무를 깎고 조립해 서프보드를 만드는 공방이 생겨났다. 원단을 끊어 재봉틀로 만든 수제 마스크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군산에서는 낡은 건물을 함께 고쳐서 공유 공간으로 만드는 DIT(Do It Together) 프로그램에 전국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흐름의 저변에는 대량 생산–대량 소비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있다. 믿을 수 있고 취향에 맞는 것을 직접 만들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실천이다. 브랜드 전문 잡지 ‘매거진B’는 로컬의 성지라 불리는 미국 포틀랜드를 ‘크래프트 비어와 커피, 오가닉 푸드와 아웃도어 제품으로 요약되는 크래프트맨십 문화를 글로벌 비즈니스로 키워낸 곳’으로 소개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환경을 찾아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창작자와 메이커들이 서로

[진실의 방] 소셜 임팩트 기업?

인터넷 검색을 하다 못 보던 용어를 발견했다. 소셜 임팩트 기업? 처음 보는 말인데 어딘지 익숙하다. 더 검색해봤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소셜 임팩트 기업 들을 모아 포럼을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모양이었다. 지난달 21일 서울 명동에서 ‘소셜 임팩트 포럼’ 창립식도 가졌다고 했다. 소셜 임팩트 기업. 직역하면 ‘사회적(social) 임팩트(impact)를 창출하는 기업’ 정도가 될 것 같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기업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미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가 있다. 해외에서는 둘 다 ‘소셜 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로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분해서 쓴다. 정부의 인증을 받은 곳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지 않은 곳은 소셜벤처라고 부른다. 제도상의 이런 구분 때문에 기사를 쓸 때 설명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비슷한 용어가 또 생겼다.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었다. 알아야 기사를 쓰든 뭘 하든 할 게 아닌가. 업계 전문가들에게 소셜 임팩트 기업에 대해 물었더니 “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다행히 김 전 부총리가 어느 인터뷰에서 직접 뜻을 설명해 놓은 게 있었다. “소셜 임팩트 기업은 사회적기업보다 차원이 높다. 정부 지원을 받아 장애인을 돕는게 사회적기업이라면, 소셜 임팩트 기업은 경제활동을 잘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이 들으면 좀 섭섭할 소리였다. 자활기업에서 출발한 사회적기업들 가운데 비즈니스가 약한 곳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차원이 낮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비즈니스가 약한 기업일수록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들 중에

[신현상의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이코노미 시대가 왔다

세계적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임팩트 이코노미(impact economy)’가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임팩트 이코노미는 2014년 50조 원 규모에서 2018년 250조 원 규모로 5배 성장했으며 그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 한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는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서 2019년 임팩트 이코노미의 규모를 480조 원대로 추정했다. 여기서 임팩트는 빈곤, 실업, 질병, 환경오염, 차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함에 따라 사람들의 삶이 종전보다 개선되고 사회에 긍정적 변화(positive change)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임팩트 창출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공섹터 및 비영리섹터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맥킨지는 왜 경제적 가치를 연상시키는 ‘이코노미’라는 단어를 굳이 가져다 붙인 것일까?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이코노미의 3대 주체를 ‘소비자’ ‘기업’ ‘정부’로 본다. 소비자는 예산 제약(budget constraints) 하에서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이것이 모여 시장 수요(market demand)를 이룬다. 기업은 자원 제약(resource constraints) 하에서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이것이 모여 시장 공급(market supply)을 이룬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 가격(equilibrium price)이 생성된다. 가격은 시장 구성원들의 최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가능케 하여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말한 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역할을 한다. 시장경제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독과점, 공공재, 외부효과 등의 문제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이번 정차할 곳은 성수동입니다

십수 년 전, 현장 연구를 위해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방문하고 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막 몸을 실었을 때다. 똑같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 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어림잡아 100여 명쯤 되어 보이는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명찰을 목에 걸고 노란색 서류 봉투를 품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들이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사람들임을 알아차리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무리 중 한 명인 40대 방글라데시 남성의 옆자리에 앉게 됐다. 세 아이의 아빠라는 그에게 비행기 좌석의 안전벨트 매는 법을 알려주다 대화가 이어졌다. 그가 두 손에 꼭 쥐고 있던 노란색 서류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의 서류를 확인하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들은 가족 품을 떠나 일자리가 있는 태국의 농장으로 향하던 방글라데시 농민이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 갑작스레 떠오른 것은 출근길 집을 나서기 전 마스크를 챙기면서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것도 금기시된 요즘, 다른 나라로 떠나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다가 집을 떠나야만 생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로 생각이 이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단절된 지금, 국경을 넘어야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던 그들은 어떻게 삶을 이어가고 있을까?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하던 카페도, 식당도, 공장도 문을 닫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프리랜서들은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나 불안한 삶을 산다. 가정이나 사무실을 방문해 일하던 사람들이 휴업 상태에 놓인 것도 수개월째다. 코로나가 확산과 소강, 그리고 다시 확산을 반복하는 사이 그간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모두의 칼럼] 조직 문화 설계, 가치 있는 경험 선사하라

어쩌다 창업을 하게 되셨어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가 있었고 적당히 무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답하곤 한다. 진심이다. 만약 창업자의 일과 삶이 어떤 건지 미리 알았더라면 “창업? 패스!”를 외쳤을 것이다. 스스로 일은 꽤 잘한다고 자부했으니 ‘해오던 대로 하면 큰 문제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게 패착이었다. 창업 첫해, 나의 무식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대표라면 다음의 다섯 가지에 유능해야 함을 배우게 됐다. 첫째, 사업을 잘 벌이고 기회를 만들어 쟁취해야 한다. 둘째, 회사 살림을 꼼꼼히 해야 하며 셋째, 고유한 리더십을 활용해 팀 관리를 잘해야 한다. 넷째, 사업 초기엔 대표도 실무를 많이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삶을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살며 일과 삶을 서로 강화시켜야 한다. 창업자의 ‘기본 스펙’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일을 시작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해가 지날수록 방법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도 해도 어렵고 정답이 없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조직 문화’다. 위커넥트는 소셜벤처나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를 연결하는 채용 컨설팅과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수백 개 회사의 대표와 경영진을 만나 왔다.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건, 채용은 그저 시작일 뿐 구성원의 몰입과 근속, 조직 전체의 성과는 결국 조직 문화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언젠가 “문화에 비하면 전략은 아침 식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는데, 그만큼 조직 문화를 일궈가는 일은 무척 어렵고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조직 문화의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부장의 CSR 스토리] 사회공헌, 기업과 지역사회를 이어주는 ‘다리’

2008년 6월로 기억한다. 팀장님이 자리로 부르시더니 대뜸 “최대리가 연구소의 ‘사회공헌 사업’ 기획을 좀 해줘야겠다”고 하셨다. “본사에서 우리 연구소에 사회공헌 예산을 배정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지 고민을 좀 해봐.” 당시 나는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 PR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왠지 큰 미션을 받은 것처럼 흥분됐다. 입사 후 8년간 의전과 홍보를 담당한 내게 사회공헌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곧바로 필립 코틀러의 ‘CSR 마케팅’, ‘기업은 왜 사회적책임에 주목하는가?’ 등 몇권의 필독서를 찾아 읽었다. 또 연구소가 위치한 화성 지역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하기 위해 지자체, 화성시 새마을회, 사회복지시설 등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서 놀랐던 게 한둘이 아니다. 우선 주민들은 현대기아차 연구소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수년간 PR 담당자로서 수도 없이 “우리 연구소는 1만여명의 연구원이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신차 개발의 모든 프로세스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100만평 규모의 세계적인 연구소”라고 자랑을 했는데, 정작 지역 주민들은 그런 세계적인 연구소가 화성시에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실망스러웠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상황을 알게 된 게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우연히 맡은 사회공헌 업무는 지역사회와 친해지고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채널이 될 것만 같았다. 한번은 막 개관한 화성아트홀에 사전 약속 없이 찾아간 적이 있었다. “현대차에서 왔는데 팀장님을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그가 나를 위아래로 쓱 훑어보더니 “차 안 삽니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자초지종을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그린워크’와 ‘그린토크’가 불일치할 때 ‘그린워싱’이 탄생한다

빙하와 만년설이 녹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긴 장마와 잦은 태풍, 게릴라성 폭우가 이어진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13일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녹색금융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됐다. 금융위 손병두 부위원장은 “자산운용에 있어 전통적 리스크 외에도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요소 등 사회적 책임투자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늬만 녹색인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그린(녹색)’과 ‘화이트워싱(불쾌한 사실을 숨기기 위한 눈가림)’의 합성어로, 겉으로는 환경에 좋은 녹색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환경오염 감소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린워싱과 관련해 켄트워커(Kent Walker)와 팡완(Fang Wan)은 ‘상징적 행위와 그린워싱의 피해’라는 연구 논문에서 다양한 그린워싱 사례를 조사하고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했다. 이 연구에서 저자는 환경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그린워크(Green Walk)’로 정의했다. 또 환경을 위해 상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그린토크(Green Talk)’라고 했다. 그린워크와 그린토크의 불일치를 ‘그린워싱’이라고 정의했고, 그린워크과 그린토크를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그린 하이라이팅(Green Highlighting)’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다음 4가지의 가설을 세우고 검증했다. 첫 번째 가설은, 환경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그린워크)는 재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환경을 위해 상징적으로 하는 행동(그린토크)은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 그린워싱은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 넷째, 그린 하이라이팅은 재무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린워크는 재무성과와 큰 관련이 없었고, 상징적 활동인 그린토크는 가설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그린워싱도 예상대로 재무성과에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모두의 칼럼] 기후변화와 공정무역

지난 8월, 유래 없는 긴 장마가 한국을 덮쳤다. 가옥이 물에 잠기고, 제방이 터져나갔다. 소떼와 자동차가 뒤섞여 떠내려가는 풍경은 여기가 21세기 초일류국가 한국인지를 의심하게 했다. “이 비의 이름은 기후변화입니다”라는 한 장의 카드뉴스를 보며, 우리 삶 깊숙이 다가온 기후변화의 위기를 비로소 알아차린 한 철이었다. 사실, 도시의 삶은 기후변화를 체감하기 매우 어렵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근해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에 들어 앉는다. 점심 먹는 잠깐 사이의 더위를 참지 못해 일회용 컵에 아이스커피를 마신 후, 집에 돌아와 냉장고와 선풍기의 도움을 받으며 잠에 든다. 높은 습도에 매일 하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고 열 건조기 사용량도 늘어난다. 냉방병에 걸리지 않으면 다행인 여름철을 보내는 도시인들에게 기후변화는 8월 장마철의 잠깐 이야기일 뿐이다. 추석 즈음 과일 값이 폭등하게 된다면, 기상관측사상 가장 길었다던 장마와 기후변화를 혹시 떠올릴 수 있을는지. 기후변화의 아이러니는, 기후변화에 가장 적은 책임을 진 사람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고,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종일 바깥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 몸 하나를 무기로 삼는 일용직 노동자, 그리고, 전 지구의 80% 먹거리를 길어 올리는 소농들의 이야기다. 대표적인 소농의 작물인 커피. 커피 생산국 에티오피아는 1960년에서 2006년 사이 평균온도 1.3도가 오르며 지난 몇 년 명성대비 낮은 품질로 커피인들의 애를 태웠다. 멕시코, 콰테말라, 온두라스의 강수량은 1980년대 이후 15%나 줄었다. 2050년까지 현존하는 커피경작지 50%는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실증하는 사례들이다. 커피섹터에서의 기후변화는 ‘병해충의 세계화’다. 콩고에서 시작한 커피천공충(Coffee berry borer)은 보통 재배고도 1500m 아래에서만 발견됐다. 그러나 커피산지 기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1500m 이상 고도에서도 발견되며, 연간 5억 달러의 피해를 발생시킨다. 천공충 발생 초기, 기온이 낮은 높은 고도로 점진적으로 경작지를 옮겼던 세계 각지의 농부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2014년 엘살바도르 커피의 70%를 날려버린 커피녹병(coffee leaf rust)은 점점

[아무튼 로컬] 도대체 로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그저 코로나 탓만일까. 로컬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대도시의 다중 밀착 컨택트에 지친 사람들이 언택트 공간을 찾아, 혹은 발 묶인 해외여행족들이 꿩 대신 닭이라며 로컬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 아닌가 싶지만 사실 이런 움직임은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부터 급류를 타고 있었다. 여기서 로컬이란 ‘서울 말고 다 시골’이라는 의미보다는 ‘사람들의 삶 터’라는 뜻에 가깝다. 당연히 서울 안에도 다양한 로컬이 있다. 요즘 뜬다는 성수동이나 창신동,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 세운상가 주변, 예전부터 개성적인 상권을 형성해 왔던 이태원, 홍대 앞 등이 서울 안의 로컬이라 할 만한 곳들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로컬의 핫플에 다녀온 걸 과시하려는 셀카 사진이 넘쳐난다. 형형색색 피크닉 복장 중·장년 세대의 관광버스 여행이 명승지 위주로 돌아갔다면, SNS 네트워크로 연결된 밀레니얼 자유여행객들의 발걸음은 전국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멋진 공간을 누빈다. 맛집은 기본이고 퀄리티 면에서 서울의 유명 상권에 뒤지지 않는 카페, 책방, 공방, 수제 맥주집, 바버숍, 편집숍 등 업종도 다채롭다. 매력적인 인테리어와 감각적 서비스를 갖춘 이런 가게들이 지난 수년 새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생겨나더니 점점 더 빠른 기세로 확산하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로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는 말이 나온다. 청년들 사이에 가장 뜨는 게 로컬이라는 얘기도 있다. 서점에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한동안 출판계에선 ‘퇴사’를 주제로 하는 책들이 홍수를 이뤘다. 그 흐름을 로컬이 이어받았다. 잡지에서 시작해 일본 번역서로 넘어가는가 싶더니,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로컬 전성시대의

[진실의 방] 사과 없는 사과문

  “고(故) 최숙현 선수가 제 길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뒤통수 한 대를 (때린 것을) 인정합니다. 이런 신체접촉 또한 상대방에게는 폭행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저의 안일하고 부끄러운 행동을 다시 한번 반성하고 깊이 사죄드립니다.” 사건·사고의 주인공들이 올리는 ‘사과문’이라는 게 대체로 형편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기대 이상이었다. 감독과 동료에게 가혹행위를 당하고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을 한 최숙현 선수. 그를 괴롭혔던 동료 선수가 얼마 전 써서 올린 자필 사과문은 뉘우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허술한 변명들로 가득했다. 문장을 곱씹어보자. 우선 ‘뒤통수 한 대’라는 말로 일회적이고 예외적인 사건이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사안을 축소하는 건 ‘거짓 사과문’에 흔히 등장하는 수법이다. ‘때렸다’는 말을 생략한 것도 흥미롭다.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때렸다는 표현만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음 문장에서 바로 드러난다. 가해자는 그날 자신이 했던 행동을 ‘신체접촉’이라고 표현했다. 접촉은 ‘닿았다’는 뜻이다. ‘퍽’ 소리 날 정도가 아니었음을 넌지시 알린 셈이다. 고인과 유족을 향한 사과문에 감히 신체접촉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었는데,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그 말을 어떻게 믿겠는가. 아무래도 매뉴얼이 있는 것 같다. 세간에 떠도는 사과문들을 찾아 읽어보면 유형과 패턴이 거기서 거기다. 책임질 말은 쏙 빼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유형,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 본질을 흐리는 유형, ‘잘못한 건 별로 없지만 사과할게요’라고 이야기하는 대인배 유형도 있다. 지난 2018년 12월 16일, 태안화력발전소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이 발표한 사과문은 ‘거짓 사과문’의 전형적인 문법을 보여준다.

[알립니다] 더나은미래의 필진 12人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 릴레이 연재 조선일보 공익 섹션 더나은미래가 새로운 필진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더나은미래가 정성 들여 캐스팅한 12명의 칼럼니스트가 공익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소식과 고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생각과 어젠다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매월 첫 주에는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아무튼 로컬’ 코너를 통해 지역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 비즈니스를 소개합니다. 국내 ‘체인지 메이커’ 1세대로 꼽히는 정경선 HGI 의장은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를 연재합니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코너입니다. 둘째 주에는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이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코너를 맡아 사회혁신 분야와 관련한 연구들을 쉽게 풀어 드립니다. 셋째 주에 신설되는 ‘월간 성수동’ 코너는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가 맡습니다. 소셜벤처 메카로 불리는 성수동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 등 임팩트 생태계의 트렌드를 전합니다. 최재호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부장은 ‘최부장의 CSR 스토리’ 코너를 통해 CSR 담당자의 경험과 고민, 생각을 나눕니다. 넷째 주에는 신현상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가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소개하는 ‘신현상의 임팩트 비즈니스’를 연재합니다. 장애·환경·아동·노동 등 다 양한 공익 담론을 이끌기 위해 ‘모두의 칼럼’ 필진도 강화했습니다. ▲송진호 코이카 이사(국제개발협력) ▲박인자 아이쿱생협 회장(생활협동조합)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공정무역)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여성) ▲이탁건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이주민·난민) ▲유지민(장애·청소년) 등 6명의 필진이 함께 만드는 모두의 칼럼은 매주 화요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