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7일(금)

[월간 성수동] 소셜벤처 법제화, 아직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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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소셜벤처가 드디어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그간 소셜벤처는 민간과 공공 할 것 없이 널리 사용되어온 표현이었지만 법령에는 명시되지 않은 상태였다. 10여 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이제는 벤처기업과 같은 지위를 갖게 된 소셜벤처기업의 법제화를 지켜본 감회는 새롭지만 또 복잡하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기업을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이라 부른다. 이외에도 사회목적기업(Social Purpose Company), 소셜미션중심기업 (Mission driven Company), 베네핏기업(Benefit Corporation) 등의 표현이 있지만 사회적기업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다.

한국에서 이 사회적기업이라는 말을 쓰기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하다. 지난 2007년에 제정된 사회적기업지원법에 의해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증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벤처기업으로 불리기 위해서도 별도의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스스로 지칭할 길이 막히자 정부 인증이 필요치 않은 조직들은 자신을 ‘소셜벤처’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은 세계에서 소셜벤처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가 되었다.

소셜벤처가 본격적으로 공공의 지원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사회적 경제의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은 수년간 현행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보완하여 소셜벤처를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요청해다. 그 결실로, 정부에서는 소셜벤처를 ‘혁신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벤처’라고 정의하고 기존 벤처기업과 마찬가지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원-육성하기로 하면서 비로소 10년 만에 행정용어로 포함되었다.

그 뒤 몇 년에 걸친 민간과 공공의 노력으로 소셜벤처는 법적 근거를 갖춘 실체가 되었다. 지난 2021년 7월 개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소셜벤처기업을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성과 혁신 성장성을 갖춘 곳’으로 지칭한다. 이로써 소셜벤처는 벤처기업과 같은 지위를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정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나 자금 보증 및 직·간접 투자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복잡하다. 민간에서 지칭하는 소셜벤처에는 영리, 비영리의 구분이 없다. 그 이유는 ‘벤처’라는 특징이나 주식회사 등 ‘법인격’보다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적에 더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 인증 역시 비영리나 공익법인들에게도 열려 있다. 이번 법령 개정으로 인해 소셜벤처는 이제 영리 기업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아갈 것 같다. 기존에 주식회사 형태로 사업을 영위해오던 소셜벤처들은 안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사실상 또 다른 이민을 가야 하는지 고민이다.

그뿐이 아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1호 법안으로 제출되면서 관심을 끌었던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을 포함하여 소위 사회적경제 3법으로 불리는 사회적경제기본법안, 사회적경제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등은 여전히 수년 째 계류 중이다. 공익적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공공기관들부터 핵심 운영 원리를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바꾸도록 하는 법안조차 통과가 되지 않고 있어 구조적 변화는 뒤로하고, 비교적 논란이 적은 소셜-벤처기업에 대한 법안만 개정된 것이 못내 아쉽다.

소셜벤처기업이 벤처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시대다. ESG와 같은 움직임의 결과로 모든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고 또 설명하는 것은 점점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비영리 스타트업이나 비영리 소셜벤처와 같은 접근을 포함시키는 것은 여전히 여전히 과제로 남았기에 이번 개정안에 이은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법령도 바뀐다. 역시 가까운 미래에 벤처나 기업들은 물론이고 조직을 대상으로 한 모든 법안이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바뀌리라 기대해본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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