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8일(토)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한국 기업에 필요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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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2021년 8월 19일. 미국의 대표적 경제단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 참석한 대기업 CEO 181명이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서’에 서명한 지 2년이 된 날이다. 이날 조슈아 볼튼 BRT 회장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2 년 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CEO들은 고객, 직원, 협력회사, 사회 그리고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고 이익을 내려면 직원에 대한 투자, 고객과 파트너와의 신뢰 유지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고 거래업체와 협력하며 지역사회의 좋은 구성원이 되어야 합니다. 최고의 CEO들은 오랫동안 이러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전례 없는 위기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의 CEO들은 독창성과 혁신, 이해관계자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헌신하며 2년 전에 서명한 성명서에 대한 약속을 강력하게 지켜왔습니다. 그들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나는 그들이 계속해서 도전에 임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년 전, 당시 BRT에 참석한 기업가들이 22년간 지속되어 온 주주중심의 경영정책을 뒤집은 일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더 이상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서명한 것이다. BRT는 미국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1972년에 설립된 경제단체다. 시민의 반(反)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리고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기본적으로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위해 로비하며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주만이 아닌 고객과 직원, 공급망 전반과 사회를 만족시키는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주주 자본주의는 종말을 고하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시대가 되었다는 표현이 부쩍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업은 왜 갑자기 착해진 것일까? 무엇이 기업의 CEO들을 변화시켰을까? 여기엔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과 한때 민주당의 유력 대권 주자로 꼽혔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2018년 8월에 발의한 ‘책임 있는 자본주의법’과 무관하지 않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 중 한 가지가 연간 총수입이 10억 달러(약 1조 1835억원) 이상인 기업은 연방법인 인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법인정관에 주주의 재무적 이해뿐 아니라 해당 기업과 계열사, 협력업체의 노동자와 소비자, 지역공동체 등 ‘전반적인 공공의 이익’, 즉 이해관계자를 위해 기업경영을 한다는 내용을 명시토록 했다. 워런 의원은 대기업 CEO들이 이익 극대화에 가장 많은 관심이 있음을 주목하며, 더 이상 주주 자본주의가 아닌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책임 있는 자본주의’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이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이듬해 대기업 최고경영자 모임인 BRT에서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이해관계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을 하겠다’는 성명서 발표를 이끌어내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지난 8월 초, 필자와 이화여자대학교 전한나 교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에서 이해관계자 참여로의 전환’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며, 기업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명확한 정의와 선정에서부터 시작해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를 조직의 거버넌스, 즉 의사결정 체계 안에 참여시킬 때 기업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실제로 지속가능경영의 효과적인 실행을 위해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함을 사례를 들어 증명한 것이다. 특히 다중 이해관계자 간의 복잡성에 따라 기업의 실행력에 차이가 생길 수 있으며, 조직의 이해관계자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해관계자의 범위와 대상에 대한 유연함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조직의 거버넌스 또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자의 범위와 요구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내부 및 외부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이해관계자 관여(involvement) ▲이해관계자 참여(engagement) 등 세 단계로 확장하여 단순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아닌 조직의 거버넌스에 직접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은 이해관계자의 권리와 그들의 참여를 보장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2년 전 “우리는 이해관계자 모두를 위한 근본적인 책무를 공유하기 위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보상·교육 등 직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납품업체를 공정하게 대하고 지역사회를 지원하며 주주들을 위한 장기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선언한 미국 기업인들의 약속은 이제 한국 기업가의 약속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약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켜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오늘의 논문
-Hannah Jun, Minseok Kim (2021), “From Stakeholder Communication to Engagement for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Sustainability 2021, 13(15), 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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