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전국의 지방 도시들은 ‘부캐 전쟁’에 돌입한다. 전쟁의 진원지는 중앙정부다. 정부 각 부처가 그 나름의 콘셉트를 앞세워 다양한 공모 사업을 내놓으면 지방 도시들은 그 사업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건다. 국토부가 스마트시티를 선정하겠다고 하자 갑자기 전국 여러 도시가 ‘우리가 바로 스마트시티 적임’이라고 나선다. 문체부가 문화 도시, 관광 도시를 지정하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일제히 문화 도시 혹은 관광 도시 흉내를 낸다. 모두들 본캐는 뒷전이고 주관 부처 입맛에 맞는 부캐를 앞세워 간택받으려 안달이다. (부캐는 ‘부캐릭터’를 줄인 말로, 본래 모습인 ‘본캐’의 대립어다.) 지자체가 부캐 전쟁을 벌이는 것은 중앙정부의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함이다. 지방에서 걷히는 세금 가운데 80%가 국고로 들어가고 지방에 남는 세금은 20%에 불과하다. 그 돈으로 빚 안 지고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즉 재정 자립도가 100%를 넘는 지자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강원도 몇몇 군 단위 지자체는 재정 자립도가 너무 낮아 공무원들 월급 주고 나면 곳간이 바닥을 보인다. 그러니 정부 지원금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지역 창업자들도 부캐 전쟁을 벌이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나 지원 기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어떨 땐 ‘소셜벤처’가 되고 어떨 땐 ‘사회적기업’이 되고 또 어떨 땐 ‘로컬 크리에이터’의 얼굴로 나타난다. 회전의자를 뱅글뱅글 돌리듯이 공모 사업에 맞춰 자신의 부캐를 내세운다. 그런데 이런 억지춘향식 부캐 만들기를 개탄하는 시각도 관점을 바꾸면 긍정적인 쪽으로 바뀔 수 있다. 트로트 가수 ‘유산슬’, 프로듀서 ‘지미유’ 등 11가지 부캐로 정상급 예능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