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실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사회혁신발언대] 난민법 제정 10주년, 투명한 난민심사제도 마련해야

오늘(20일)은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뒤 10번째 맞는 ‘세계 난민의 날’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30주년 되는 해다. 이는 난민이라는 새로운 사회구성원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시작한 지 30년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난민은 우리 사회에서 가려진 존재이자 온전히 정착하지 못한 주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정부는 작년 말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난민인정자와 인도적 체류자에게 취업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들에게 취업활동을 허가만 하였을 뿐, 언어와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난민법은 난민에게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인도적 체류자에게도 난민에 준하는 처우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과 실무의 괴리와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인 개별 법령으로 인해 이들이 마주하는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난민도 공공주택에 입주할 자격이 있다고 판시한 법원의 판결에도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이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인도적 체류자는 취업할 수 있는 분야가 실질적으로 단순노무직에 한정되어 있다. 귀화도 불가능하다. 소득·재산과 무관하게 매달 부과되는 높은 건강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취업지원 외에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에 개선할 부분이 산적해 있음에도 정부의 난민법 개정안의 초점은 난민인정 재신청자에 대한 적격심사 제도 도입에 있다.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은 사람 등이 다시 난민인정 신청을 하고자 하면 적격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중대한 사정 변경을 입증하지 못하면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가뭄과 농업, 우리의 식량은 안전한가?

도시에 사는 대부분은 봄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이 시기에 울진에서 또 산불이 났습니다.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어간다는 게 조금씩 실감 나기도 합니다. 예전엔 가뭄이 들면 정치인들이 농촌을 찾는 뉴스가 가끔 나오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것마저 뜸합니다. 요소수 사태가 터지고서야 질소비료를 걱정하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가가 치솟아야 식량 위기를 떠올립니다. 농사의 반은 하늘이 짓는다고 합니다. 기후가 위기로 치달으니 농사인들 무사할 리 없습니다. 2년 전에는 54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된 비로 채소는 밭에서 물렀고 그해 햄버거에서는 토마토가 사라졌습니다. 그 이전 해에는 가을장마로 처마 밑에 걸어놓은 곶감에서 곰팡이가 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습니다. 요즘 곶감은 대부분 건조기에서 말리기 때문입니다. 미국 중서부의 곡창지대에서는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들었습니다. 그 여파로 작년에는 밀과 옥수수의 생산량이 40%까지 줄었습니다. 가뭄은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주는 3~5년마다 한 번씩 가뭄이 찾아올 때마다 밀 생산량은 절반까지 곤두박질 칩니다. 다행히 최근 두 해 동안 사상 유례없는 풍작 덕분에 세계는 식량 위기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이런 걱정도 합니다. ‘미국과 호주에서 동시에 가뭄이 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 논의 80%는 수리 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덕분에 어지간한 가뭄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지간한 수준을 넘어서는, 즉 10년 만에 한 번 정도 찾아오는 가뭄의 경우 수리 시설이 있는 논도 절반은 가뭄 피해를 받습니다. 저수지 용량의 한계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지훈 소셜혁신연구소장
[안지훈의 생활정책] 젠트리피케이션을 아시나요?

몇 해 전 조광진 원작의 드라마 ‘이태원클라쓰’가 큰 인기를 누렸다. 이태원클라쓰는 외식업계 1위 ‘장가’와의 악연을 극복하고, 착한 방법으로 ‘장가’를 인수해 가는 청년기업가의 이야기다. 주인공 ‘박새로이’는 7년간 원양어선을 타며 모은 돈으로 이태원에 작은 포장마차를 연다. 포장마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기를 얻어 이태원 맛집으로 유명세를 탔고, 장사도 잘됐다. 박새로이의 작은 성공이 눈에 거슬린 장가 회장은 해당 건물을 사들였고, 자신이 장사한다며 포장마차 퇴거를 요구한다. 극 중의 장가 회장이 벌인 행동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상가내몰림현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도심이 새롭게 활기를 얻는 이후, 해당 도심에 건물주들이 지역을 활성화한 주체들을 쫓아내며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의 경우 홍대 앞이나 경리단길, 가로수길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전반적으로 품위 있는 고급 상권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자영업을 영위하던 많은 소상공인이 올라가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 서울뿐 아니라 전주나 경주 등지의 이른바 ‘뜨는 골목’들은 모두 예외가 없었다.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한동안 젠트리피케이션 이슈가 잠잠했지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영업제한 조치 해제로 조용했던 건물주와 임차인간 긴장관계는 곧 수면위로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2년 동안, 장사를 하지 못했던 임차인의 고통과 2년간 임대료 인상을 미뤘던 건물주의 상황이 머지않아 사회적 쟁점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팬데믹 전 서울 성동구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2014년 말, 서울숲 주변 성수동에 지역혁신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성수동은 ‘핫’한 지역이 되었고, 임대료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성동구에서는 문제를 파악했지만 자유시장경제에서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한수정의 커피 한 잔] 코카콜라엔 있고, 스타벅스엔 없는 것

빈용기 재사용 생산자가 부담하는 취급수수료.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이 제도 덕에 동네마트나 편의점에서 팔린 음료수 공병의 90% 이상이 생산 공장으로 되돌아온다. 공병을 세척, 소독, 재활용하여 자원 낭비를 막는다. 국내에서 소주, 맥주, 청량음료 제조사들은 한 병당 약 30원가량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이 돈을 재원으로 소비자가 상점에 빈 병을 반환하도록 촉진하고, 도소매 상점들은 수거센터의 역할을 하도록 계도하고 있다. 한국에서 음료회사 13곳이 연간 납부하는 취급수수료 규모는 2800억원 정도다. 제도 시행 초에는 혼란도 있었지만, 2016년부터는 병 음료 출고량 대비 회수비율이 95.2%나 된다고 하니 작은 수수료의 위력이 엄청나다. 그런데 어지간한 병 음료보다 더 비싼 값으로 판매되는 커피가 담긴 일회용 컵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2002년 자발적 협약에 근거해 처음 시행되었다가 2008년 폐지, 그리고 2018년 경기수도권 쓰레기 대란으로 다시 한번 도입이 논의되어, 마침내 오는 6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당국은 지난 2년간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하여 추진의 근거를 마련했다. IT 강국답게 온라인으로 원스톱 관리가 가능한 앱을 개발하고, 지난 제도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반납처를 구매처에 상관없이 반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거리에 무단으로 투기 되던 일회용 컵이 사라지고 소각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60% 이상을 줄일 수 있다. 하와이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한 첫해에만 해안가에 무단투기 되던 일회용 컵의 50%가 회수되었다. 한국은 보증금제도의 점진적 안착을 위해 우선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누구나 잘하고 싶다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도 운영하시다니, 힘들지 않으세요?” 자란다 창업 이후 흔히 듣는 말 중 하나다. 육아와 창업, 그리고 몇 십명의 인사를 책임지는 대표 역할까지 하느라 고단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사람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적인 작업을 하려는 충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물학적인 행동이다. 런던경영대학원의 댄 케이블 조직행동학 교수는 ‘탐색시스템’이라는 뇌의 일부 기능이 작동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충동을 따를 때 우리는 동기부여와 즐거움에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생성되고, 배우고 탐색하는 활동에 더욱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케이블 교수는 탐색, 실험, 학습의 프로세스를 갖춘 조직 안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며 더 즐겁게 일하게 된다고 정의했다. 6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겪으면서 탐색, 실험, 학습이라는 조직의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가지 감정적, 물리적 수업료를 내며 위와 같은 조직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먼저 리더가 가져야 할 태도, 마음가짐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가장 첫 번째 태도는 회사 구성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헤쳐나가는 힘을 키우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가졌을 때 그 강점을 발휘하려는 욕구가 충만해지고 능동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본 후에야 한발 물러서서 구성원 스스로 업무와 목표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시의적절한 피드백이다. 마냥 기다리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지켜보기만 했을 때, 일부 구성원은 의욕을 잃고 업무효율도 떨어졌다. 당시엔 무척 혼란스러웠다. ‘아니,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용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근데 책임은 아무나 질 수 없는 거다. 용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야.”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이다. 이 드라마는 청춘들의 창업 스토리를 담았는데, 경쟁이 치열한 비즈니스 세상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대방에 맞서 소신과 정의를 지키고 신뢰를 쌓으며 성공을 이루어간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 용기 있는 사람만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책임’에 대한 중요한 속성이 언급된 것이다. 책임이란 단어는 ‘맡아서 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임무’라는 사전적 의미와 함께 법률적으로는 ‘법률상의 불이익 또는 제재가 가해지는 일’을 의미한다. 근대형법의 원칙 중 하나인 ‘책임주의’에서는 ‘책임이 없으면 형벌도 없다’는 법언에 따라 책임이 없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고, 범죄 형량도 책임의 크고 작음에 따라 결정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보통 책임자는 조직 내에서 권한과 힘을 가진 주체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책임자는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형벌을 받는 주체가 됨을 의미하는, 다소 엄중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즉 책임이란 단어는 일상에서도 많이 쓰지만, 함부로 사용하기에는 부담되는 단어인 것이다. 올해 1월 27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법 시행과 더불어 많은 기업이 CSO(최고안전책임자)를 선임하였는데, 이에 대에 ‘전문적으로 안전을 관리하고 책임진다’는 해석과 함께, ‘대표를 보호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방패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MZ세대를 위한 ESG 지침서

MZ세대에게 ESG는 생존의 문제다. MZ세대가 부양해야 할 노인 세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정작 본인들을 부양해야 할 다음 세대는 턱없이 줄어들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모두 65세 이상으로 진입하는 2028년이면 국내 노인 인구가 1400만명을 넘을 예정이다. 2061년 노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44%에 이를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에 달한다. OECD 최상위권이다. 반면 올해 22세인 2000년생은 64만명이다. 안타깝게도 MZ세대를 백업해야 할 2021년생은 약 20만명에 불과하다. 출산율은 증가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또한 MZ세대들이 국민연금을 받을 시기인 2055년이 되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은 MZ세대의 노후에 매우 중요하다. 국민연금의 운용규모는 지난해 1000조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2040년에는 2494조원에 이를 예정이다. 이 자산은 국내외 주식에 40%, 채권에 42%를 투자하고 있다. 약 6000조원을 운용하는 미국의 퇴직연금 401K를 통해 이른바 ‘연금 백만장자’가 나오는 것을 바라지는 않더라도 좋은 기업에 현명한 투자는 필수다. 지속가능한 좋은 기업에 장기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MZ세대에게 돌아갈 연금을 지킬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이다. 국민연금 또한 2022년부터 ESG 투자 비중을 50%로 확대하고 자체 ESG 평가 기준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투자 대상 기업에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도 ESG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시키는 요소다. 발전소, 자동차와 비행기, 건물 냉난방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농업 폐기물과 축산 분뇨에서 배출되는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로 전 지구적으로 기록적 고온과 유례없는 가뭄이 속출하고

이종현 AVPN한국대표부 총괄대표
[사회혁신발언대] 100세 인생, 새로운 길을 여는 ‘제론테크놀로지’

21세기 디지털 기술은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학생들은 가상현실 ·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역사, 미술 등을 배울 수 있고, 기업들은 기존 경영 방식을 바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지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노년층은 때때로 불편함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심각성을 감안해 UN은 2021년 10월 세계 노인의 날 주제로 ‘모두를 위한 디지털 형평성(Digital Equity for All Ages)’을 선정하기도 했다.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는 노년층의 디지털 형평성 증진을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제론테크놀로지는 ‘노인학(Gerontology)’과 ‘기술(Technology)’ 두 단어의 복합어로, 노년층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그들에게 최적화시킨 기술을 의미한다. 고령화가 심화하는 범지구적 현상을 과학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고자 하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 돌봄, 원격진료, 위급상황 시 도움 요청 연계 등 스마트 리빙 서비스를 통해서 노년층의 고립을 예방하고 일상생활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론테크놀로지는 단일 분야의 연구에서 여러 과학 분야와 융합하여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했고 이는 1989년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ISG는 30여 년간 노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면서, 노년층이 육체적 · 정신적으로 안정되는 것을 넘어서 소비와 여가생활까지 자유롭게 누리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올 10월, 대구에서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로 다시 한번 꽃피울 예정이다. ‘2022년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가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ISG 2022)와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 주최하는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식량위기로 다시 본 농업의 미래

“농업은 선진국형 산업이다.” 이미 농장주의 평균연령이 67세인 늙어가는 농업을 보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농업을 산업이라기보다 지켜야 할 유산이라고 느끼는 분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국토의 대부분은 농촌이고, 국민 대부분은 농민의 후손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온 분들에게서 농촌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도 엿봅니다. 1950년대 2000만명에 불과하던 인구는 현재 5100만명으로 정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경지는 한때 240만 헥타르까지 늘어났지만 지금은 156만 헥타르로 줄었습니다. 국민들이 토지를 사랑하는 마음은 넘쳐나는 데 농경지는 줄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 2000kcal를 겨우 먹었지만 요즘은 3000kcal 이상을 먹습니다. 잔칫날이나 구경했던 고기도 요즘은 1인당 연간 54kg을 먹습니다. 수산물 소비량 70kg을 제외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맛있는 과일을 사시사철 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총 부가가치생산액의 1.8%만 차지하고 있는 농업이 만들어 온 성과입니다. 그런데 우리 농업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농업 인구 중 40세 이하 청년의 비중은 1%에 불과합니다. 농촌에는 청년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급격하게 줄고 있습니다. 개도국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농사는 이미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곡물자급률은 2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정부에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고자 많은 예산을 쓰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높아지기는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세계는 갑자기 식량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유럽의 빵 공장이라 불리는 식량 수출 대국 사이의 전쟁은 전 세계에 물가 불안을 촉발했습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밀 가격은 전년 대비 50% 이상 올랐습니다.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Z의 휠체어] 내가 왜 옷에 맞춰야 해?

‘여자에게 다이어트란 평생 과제’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현 사회의 많은 여성이 체중 감량을 위해 노력한다. 나 또한 여러 번의 다이어트를 시도했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다. 적절한 체중 관리는 건강에 도움 되지만,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그렇지 않다. 거식증을 동경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프로아나(pro-anorexia)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다. 여성이 저체중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이어트를 하는 까닭에는 많은 외부적 요소들이 영향을 끼친다. 그중 내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 건 나날이 작아지는 여성복과 ‘프리사이즈’의 함정이다. 시중의 의류 브랜드에서는 흔히 ‘프리사이즈’라는 명칭으로 상의, 하의, 원피스 등을 단일 사이즈로 판매한다. 이름 그대로 모두가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홍보하지만, 대다수는 44~55사이즈에 맞춰져 있다. 또한 프리사이즈를 포함한 여성복 라인은 나날이 짧아지고 작아지는 추세다.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작아지는 옷에 체형을 맞추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 가끔 옷 쇼핑을 하다 보면 지금 성인 여자의 옷을 보고 있는 건지, 아동 코너의 옷을 보고 있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서도 아동복과 여성복을 나란히 두고 사이즈를 비교하는 사진이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5~6세 여아의 옷과 10~20대 여성 옷의 크기가 같은 것은 분명 문제다. 여성복의 사이즈 축소 현상은 여성들의 의류 선택권을 박탈한다. 특히 작은 옷을 입은 여자 연예인들을 미디어에 일상적으로 노출하는 현 사회는 여성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체형을 검열하게 만든다. 해외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나의 몸을 사랑한다’라는 신조(信條)의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애프터 코로나, 남은 숙제는 ‘아이의 마음’

지난 2년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재난이 만든 지난한 세월이 지나고, 우리 사회는 비로소 ‘일상’이었던 것들을 회복하고 있다. 그토록 기다린 일상회복이지만 코로나19는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바꿔놨다. 이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는 많은 숙제가 남았다. 특히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들의 고민은 한가득이다. 코로나 기간 학령기 아이들은 인생 중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시기에 귀중한 경험의 대부분을 놓쳐야 했다. 이 기간 가장 절제된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은 사실 아이들이었고, 코로나19가 아이들에게 남긴 영향 역시 뚜렷하다. 최근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27%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우울해졌다고 답했고 불안해졌다는 응답 비율은 26%로 나타났다. 조사한 학생 가운데 43%는 코로나19 이후 학업 스트레스가 늘어났다고 답했고, 교우관계가 나빠졌다는 학생도 31.5%, 선생님과의 관계가 멀어졌다는 학생도 20%나 됐다. 코로나 기간 아이들의 ‘마음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였다. 학업 성적 향상을 위한 대안은 학원, 과외, 학습지, 온라인 강의 등으로 넘쳐났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듣고 보살펴줄 수 있는 솔루션은 우리 사회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간 아이들의 마음 관리는 학교와 친구들에게 상당 부분 의지해왔는데, 코로나19가 등교를 가로막자 가정에서도 뾰족한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 6개월간 부모님들이 아이의 교육·돌봄을 ‘자란다’에 신청하며 보내온 요청사항을 보면, 부모들의 걱정이 짙게 나타난다. 먼저 부족해진 아이들의 상호작용을 채워주길 바라는 수요가 55% 증가했다. 특히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눠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아이의 이야기를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ESG경영, 잘 모르지만 잘하고는 있어요

프랑스 정부는 이달 초 ‘탄소 관련 홍보 기준에 관한 법령’을 발표했다. 기업의 환경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그린워싱의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주요 내용에는 인터넷, 텔레비전 및 포스터 등 광고에서 ‘탄소중립’을 증명할 수 없는 제품은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 광고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 포함됐다. 따라서 기업은 초기 제조부터 제품 수거 또는 재활용을 통한 최종 변형에 이르기까지 탄소배출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 홈페이지나 서비스 사이트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성과와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탄소저감 방안과 보상을 위한 명확한 전략도 기재하도록 했다. 글로벌 자연보호 비정부기구인 세계자연기금(WWF)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광고 중 멋진 자연을 질주하는 SUV 광고가 너무 많다며 이를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고 속의 SUV는 아름답고 거친 풍경을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 SUV 차량은 타 승용차에 비해 많은 연료를 소비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자연을 위해서는 절대로 좋은 선택이 아니며, 항공부문에 이어 탄소발생의 주범이라고 경고했다. 그린피스, 지구의벗 등 환경분야 NPO들은 글로벌 정유회사인 토탈에너지(TotalEnergies)가 벌인 환경캠페인이 그린워싱이라며 지난달 법원에 제소했다. 토탈에너지는 풍력 발전, 태양전지 패널 및 전기 자동차 충전소를 배경으로 ‘탄소중립 추구’ ‘넷제로 사회 달성’ 등의 메시지를 광고에 담았는데, 이러한 주장에 근거가 없고 회사가 제시한 전략이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넷제로’ 또는 ‘탄소중립’ 목표와 전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2021년 3월부터 최근까지 16개의 광고가 그린워싱에 해당하여 광고금지 명령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