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시작된 ‘ESG(환경적, 사회적, 거버넌스) 경영’의 열풍은 계속해서 정점을 갱신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여러 질문도 잇따른다. ‘ESG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ESG는 한때 유행이 아닐까?’ ‘ESG의 끝은 어디고, 다음은 무엇일까?’ 등이다. 이에 대해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알렉스 에드먼스(Alex Edmans) 교수는 ‘ESG의 종말(The end of ESG)’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글을 집필했다. 에드먼스 교수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에서 투자 및 채권 관련 업무를 하고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금융과 투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공개한 그의 연구는 ‘ESG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ESG 경영은 기업 경영진, 투자자뿐 아니라 규제 기관과 공공기관, 비영리조직, 심지어 대중도 관심갖는 용어가 됐다. 주요 기업은 최고경영진을 의미하는 ‘C레벨’에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를 임명하고, ESG 영향을 기반으로 전략적 결정을 정당화한다. 경영진의 급여와 인센티브도 ESG 지표에 연결하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고, 대학에서도 ESG 과정을 도입하고 ESG 센터를 설립했으며, ESG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가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6년 ESG 6대 원칙준수를 강조하는 책임투자원칙(PRI)이 설립될 당시 동참한 투자자는 수십 곳에 불과했지만, 2023년 3월 현재 총 5435개로 급증했다.
이러한 ESG 열풍 속에서 에드먼스 교수는 ESG에 대한 일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ESG를 완전히 버릴 것을 제안하지는 않았다. 그는 ESG가 중요한 지표이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도록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ESG를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는 기업들을 비판하며, ESG가 아닌 다른 지표들도 포함해 종합적인 기업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드먼스는 ESG를 지지하지만, ESG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완전히 대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그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고객 서비스, 사회적 봉사 및 고용 기회 등을 포함하는 데 반해, ESG는 주로 투자자가 강조하는 중요한 일부 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모든 기업이 그러한 문제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ESG 경영이 CSR로 이야기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대변할 수 없고, 모든 기업과 조직이 적용하기엔 맞지 않는 경영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ESG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고 ESG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해당하는 조직이 제대로 실행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ESG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을까? 에드먼스는 ESG가 투자자 관점의 용어임을 상기시키며, ESG 투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투자자와 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임을 강조했다. 투자자는 기업이 ESG 문제를 다루는 방법과 성과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기업은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ESG 문제에 대한 노력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내용을 정리하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창출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ESG는 중요한 지표이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도록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특별하거나 유일한 지표가 아니며 종합적인 기업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영의 질, 기업문화, 혁신역량 등 장기적으로 재정적, 사회적 수익을 창출하는 다른 요소들보다 ESG가 더 좋은 지표이거나, 더 나쁜 지표라고 볼 수 없으므로 기업은 이러한 무형 자산보다 ESG 성과를 개선했다는 이유로 더 많은 칭찬을 받거나 과대 평가받아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투자자와 기업에 중요한 것은 ESG 경영 자체가 아니라, ESG’도’ 고려해 조직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무성과를 창출하도록 하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즉 ‘ESG 투자’가 아닌 ‘투자’라는 관점에서 ESG를 투자기준의 일부(틈새시장)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ESG 경영은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대학, 사회복지시설 등 다양한 조직까지도 확장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애초 투자자와 관련이 있는 기업을 제외하고는 딱 맞지 않다 보니 이제는 공공기관용 ESG, 대학을 위한 ESG, 사회복지기관을 위한 ESG 등 가이드라인이나 체크리스크가 별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표는 과거에 있었던 ISO 26000 체크리스트나 UN SDGs(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등의 항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로 ESG라는 이름만 가진 것이 대부분이다. 흔히 말하는 ‘라벨갈이’가 ESG 영역에서도 성행하는 것이다. ESG가 유행하다 보니 일어나는 ‘웃픈’ 현상이 아닐 수 없다. 2004년에 등장해 2018년부터 재점화가 된 ESG 경영은 어느새 스무 살 청년이 됐다. 우리 사회도 더 이상 ESG를 동네북으로, 이미지메이킹 도구로 사용하지 말고 ESG가 추구하고자 했던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제 자리에 되돌려 놓아야 할 때다.
▶참고 논문 Alex Edmans (2022), “The end of ESG”, Financial Management. 2022(Dec), Vol52(1), pp. 3-17 |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