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고기가 사라진 미래

한국 맛집 탐방가들의 포스트에 언젠가부터 빈번하게 등장하는 식당들이 있다. 바로 ‘한우 오마카세’. 고급 스시집처럼 한우의 각종 특수 부위들을 다양한 양념과 곁들여 순서에 맞춰 서빙하는 초고급 고깃집이다. 저녁 한 끼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데도 문전성시인 걸 보면 그야말로 현대판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 할 수 있겠다. 한우 오마카세는 일부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한국인들이 고기를 좋아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기 무한 리필 뷔페들이 호황이고, 아이돌이 곱창을 먹는 장면이 TV를 타면서 한때 전국 곱창집이 사람들로 붐볐다. 바야흐로 ‘고기테리언’ 전성시대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자료에 따르면, 95년 한국인은 1인당 평균 6.72㎏의 소고기와 14.75㎏의 돼지고기, 5.98㎏의 닭고기를 먹었는데, 23년 후인 2018년에는 평균 12.7㎏의 소고기와 27㎏의 돼지고기, 14.1㎏의 닭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거의 두 배에 가깝게 증가한 수치다. 한국인들의 식성은 이미 바뀌었고 앞으로 더 많은 고기를 찾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우리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고기 사랑이 큰 대가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사료 재배부터 육류 가공까지)의 탄소 배출은 전체 배출의 14.5%에 해당하며, 이는 에너지 섹터 다음으로 막대한 배출량이다. 지금도 남미에서는 소를 키우거나, 소를 먹이기 위한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면적의 밀림을 불태우고 있고 이는 기후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 어디 이뿐일까. 더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먹기 위해서 도입한 공장식 축산은 동물 복지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효율화를 위해 고안한 밀집 사육장. 그로 인해 벌어지는 폐사를 막기 위해 남용되는 항생제는 치명적인 인수 공통 감염병의 우려를 낳는다.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모두의 칼럼] ‘인재상’ 대신 ‘조직상’을 생각하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하는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정말 일이 될까?’ 하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재택 근무도 어느덧 일상화되고, 감염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구성원의 자율에 맡기거나 제도로 정착시킨 회사들이 하나둘 늘었다. 우리 회사도 거주지나 업무 성격에 따라 시행하던 단시간·재택 근무를 전격 도입했다. 구성원들은 “출퇴근에 드는 시간이 줄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고 업무 생산성과 삶의 질 모두 높아진 것 같다”며 만족했다. 그러나 이런 꽃놀이도 잠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려왔다. 내가 만난 한 소셜벤처 대표 A는 “처음에는 재택 근무가 직원들을 위한 혜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같은 공간에서 일할 땐 소통도 편하고 속도도 빨랐는데 재택 근무를 시작하니 쉽지 않더라”며 초반의 고생을 털어놨다. 중간 지원 조직에서 이사로 근무하는 B는 “당연히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집이 비좁거나 도저히 재택 근무를 할 수 없는 환경의 직원에게까지 재택 근무를 강제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직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면 소통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요하는 비대면 소통에 피로감을 느끼고, 업무의 양은 같거나 되레 늘어났는데 맥락에 대한 이해나 상호작용 없이 진행된 업무 결과에 좌절해 번아웃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가 한창 극성일 때 입사한 어느 신입 직원은 동료들과 만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극도의 고립감과 피로감을 느꼈는지 한 달도 안 돼 퇴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못 가는 아이를 돌보며 동시에 일해야 하는 워킹맘들에게선 ‘곡소리’가 들려왔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모두의 칼럼] 기후변화 저감시키는 ‘유통의 힘’

지난 9월 24일,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기후서약 응원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4억 5000개의 취급제품 중, 생산과정이 기후변화 저감에 기여하는 제품들을 선별해 온라인상에서 아마존의 특별 배지를 부여했다. 온라인 쇼퍼들은 이 배지를 식별함으로써 환경과 미래를 위한 소비에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아마존은 밝혔다. 아마존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갑작스런 이벤트가 아니다. 2019년 그들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선언’을 통해 “파리협약보다 10년 먼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후서약(Climate Pledge)에 가장 먼저 서명한 뒤 ▲숲 재–조림을 위한 1억 달러 투자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발전소 프로젝트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전기배송차량 10만대 구입 등 거대 기업다운 광폭 행보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이번 응원 프로그램 론칭을 위해 시중에서 통용되던 수백 개의 인증마크를 재평가해 환경적으로 기후변화 저감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19개의 마크를 최종 선정했다. 이 마크들은 생물다양성 지원, 유기농법 시행, 공정한 가격과 노동인권 보호, 유해 화학물질사용 최소화, 탄소배출 저감, 재생에너지 사용 등을 보증한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선보인 ‘콤팩트 바이 디자인(Compact by Design)’ 인증이다. 일반 유통 매대에서 필요한 화려하고 눈에 띄는 비규격 포장을 지양하고, 가급적이면 단순한 육면체 포장, 내용물 포장 시 빈 곳 최소화, 내용물을 최대로 담을 수 있는 포장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아마존의 두 가지 관점이 보인다. 하나는 기후변화를 이유로 자사의 물류비용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이다. 실리도 챙기면서 이런 명분을 등에 업는 것은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컬렉티브 임팩트’라는 약속과 현실

올해 한국사회에서 공공, 기업, 시민사회를 통틀어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일 것이다. 지난 2018년 3월 정부는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사회적 가치 중심의 정부’, ‘참여와 협력’, ‘신뢰받는 정부’를 세 가지 전략으로 선정했다. 이후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 확산을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민간기업은 어떨까? 삼성전자는 올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경제적 성과와 함께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환경적·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는 대표이사의 말을 실었고, SK그룹은 더블바텀라인(DBL)을 제시하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모두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진정한 가치창출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컬렉티브 임팩트’라는 용어가 눈길을 끈다. 컬렉티브 임팩트는 2011년 카니아와 크레이머(Kania & Kramer)가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에 언급하면서 유명해진 용어다. 물론, 이전에도 사회문제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공동 대응(Coordinated Community Response)’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이 있었다. ‘공동 대응’은 어느 한 조직이나 기관이 혼자서 복잡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데, 단순히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통의 의제를 개발하고 실행하는 과정으로서 ‘컬렉티브 임팩트’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컬렉티브 임팩트’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다음의 다섯 가지 필수 요건이 있다. ▲공통된의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호 보완 활동 ▲중추적 지원 조직 ▲공유 측정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컬렉티브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모두의 칼럼] 휠체어 탄 패셔니스타를 꿈꾸다

사람은 누구나 멋 부리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계절별로 옷을 사서 예쁘게 옷을 입고 싶지만, 내 몸과 휠체어 때문에 불가능할 때가 많다.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입고 싶어도 입기 어려운 옷을 세 가지 꼽자면 롱스커트, 청바지, 니트류다. 첫 번째 롱스커트. 지체장애인인 나는 치마를 입기 곤란하다. 하반신 마비 때문에 다리가 쉽게 차가워지고, 손상을 입어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게다가 롱스커트는 휠체어 바퀴에 걸리고 바닥에 쓸린다. 이런 이유로 여름에만 아주 가끔 치마를 입는다. 두 번째는 청바지다. 청바지처럼 신축성이 없고 몸에 딱 붙는 옷, 특히 하의는 스스로 입고 벗기가 너무 어렵다. 집에서는 바닥에 누울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가능하지만, 밖에서 화장실에 갔다가 바지를 올려야 하는 경우에는 팔로 몸무게를 지탱하며 바지까지 끌어올리긴 거의 불가능하다. 외출할 때 도와줄 친구나 어른이 없는 날에는 청바지를 입지 않는다. 꼭 입고 싶을 때는 허리 부분이 고무줄로 된 청바지를 입는다. 마지막으로 니트류. 요즘에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지만, 수동으로 바퀴를 밀 때 니트류의 옷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소매가 모두 더러워지고 해지기 때문이다. 니트를 포함해 겨울옷 대부분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내게는 불편하다. 두꺼운 옷 때문에 몸이 무거워지는 것도 싫고, 휠체어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앉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탱하는 게 힘들다. 옷의 종류뿐 아니라 사이즈를 고를 때도 문제가 있다. 어릴 때부터 휠체어를 타서 상체와 하체의 비율이 달라 상체는 성인 코너, 하체는 키즈 코너에서 골라야 한다. 미리 입어보는

[진실의 방] 장혜영만 저주를 피했다

‘행운의 편지’라는 게 유행한 적이 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다.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실제로는 행운이 아니라 저주에 가까운 내용이다. 편지를 그대로 베껴 쓴 뒤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행운이 찾아오지만, 그러지 않으면 엄청난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이자 협박이다. 국정감사 기간, 국회로 행운의 편지가 배달됐다. 발신인은 청소년들. 수신인은 제21대 국회의원들이었다. 영국이 시작점으로 표기된 ‘원조’ 행운의 편지와 달리, 이번 편지의 출발지는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모국인 ‘스웨덴’으로 설정돼 있다. 내용은 이렇다. “이 편지는 스웨덴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따라 지구를 8바퀴 돌았으며, 35일 안에 당신 곁을 반드시 떠나야 합니다. 당신은 그 기간 안에 편지 말미에 적힌 지시를 충실히 따라야만 기후위기가 가져올 저주를 피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단체가 기획한 ‘행운의 편지 캠페인’이다. 국민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도록 노력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기후위기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게 편지의 주된 내용이다. 저주를 피할 방법은 두 가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임기 내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건지 피켓에 적어 사진으로 찍어 보내고, 받은 편지를 주변 의원 3명에게 전달해야 한다.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래 유권자인 청소년들의 불안과 절박함을 모른 척한 대가로 다선(多選)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며, 의원직에서 내려온 뒤에는 ‘기후 역적’으로 역사 교과서에 남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소년들은 이 행운의 편지를 국회의원 15명에게 보냈다. 기후위기와 관련 있는 산업통상위·환경노동위·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과 각

[아무튼 로컬] ‘휘뚜루마뚜루’ 살다보면…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다트머스 대학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전범선(28)씨는 요즘 강원도에서 동물의 생명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누구나 부러워할 엘리트 코스를 걸어오던 전씨는 5년 전 한국에 돌아와 잘나가는 직장을 마다하고 의식성 짙은 노래를 지어 부르는 ‘양반들’이라는 밴드를 만들더니, ‘두루미’라는 문화 기획사를 창업해 독립 출판을 하고, 문 닫기 직전인 인문사회과학 서점 ‘풀무질’을 맡아 운영하고, 채식주의자가 되어 비건 스타일의 사찰 음식점을 차리고, 이젠 동물의 생명권 보호를 주창하는 ‘동물해방물결’에 참여해 새로운 활동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전씨는 자신의 삶을 ‘휘뚜루마뚜루(마음 가는 대로 이것저것 하는 모양) 방식’이라고 표현한다. “안정됐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삶보다는 (경제적으로) 불안하되 행복한 삶이 더 낫다”는 것이 이유다. 이를 두고 좌충우돌 청년의 방황으로 보는 이도 있겠지만 그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을 보면 하나같이 당장 돈은 안 되더라도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그의 모습은 지역에 자리 잡은 밀레니얼 창업자들의 특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자화상과도 같다. 기성세대 눈에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자기 잇속만 챙기고 공동체 문제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나는 젊은 창업자들에게선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 로컬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창업을 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적 가치와 공익적 활동에 관심이 많고 거기에서 자기의 미래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가 갑자기 이타심에 충만해서 이러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산업화 시대의 끝자락에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임팩트 투자에 ‘마법 모자’가 필요할 때

얼마 전 ‘로컬 브루어리(지역 양조장)’에 대한 투자 건으로 구성원 간에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 한쪽에서는 술은 웰빙을 해치기 때문에 임팩트 투자 대상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반대쪽은 전통주와 같이 지역 문화나 지역 공동체적 측면이 강조되는 경우에는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섰다. 쉬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논의는 ‘건강 디저트’로 이어졌다.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디저트 제품이라면 사회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디저트는 영양 등 생존의 필수재도, 식량 문제와 연결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투자 우선순위에서는 떨어진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임팩트 투자사 내부에서는 종종 사회적 가치 판단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펼쳐진다. 환경, 장애, 의료, 교육, 여성 분야의 경우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쉽게 끝나는 편이다. 하지만 모호한 지점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영역도 많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해야 ‘이것은 사회적 가치고, 이것은 아니다’라는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마법의 분류 모자(sorting hat)’가 등장한다. 학생의 머리에 모자를 씌우면 기질과 성격을 읽어 특성에 맞는 기숙사를 배정해주는 마법 모자다. 투자 결정 건으로 토론이 격렬해지다 보면 우리에게도 그런 마법 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임팩트 투자계에 분류 모자 같은 역할을 하는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임팩트 투자 기관은 지난 2015년 UN에서 선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사회적 가치의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투자 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ESG 역시 널리 활용되는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부장의 CSR 스토리] ‘H-온드림 오디션’ 탄생기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본사 사회문화팀으로 자리를 옮긴 2010년, ‘아쇼카 펠로우’에 대해 알게 됐다. 1980년 설립된 아쇼카재단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데, 설립 이후 40년간 전 세계 82개국에서 3200여명의 아쇼카 펠로우를 선정했다. 특히 재단 설립자인 빌 드레이튼의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철학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아쇼카 펠로우십은 내게 단순한 어워즈가 아닌 지속가능한 사회혁신을 위한 플랫폼이자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UC버클리 하스스쿨에서 주최하고 골드만삭스가 후원하는 글로벌 소셜벤처 경연대회 ‘GSVC(Global Social Venture Competition)’에도 흥미를 느꼈다. GSVC는 서류 심사, 국가별 예선, 본선 등 3개의 라운드로 구성돼 있다. 국가별 예선을 통과한 팀들이 UC버클리에 모여 최종 사업 발표를 하는 방식이다. 1위를 한 팀은 2만5000달러의 상금을 받게 되고, 그 외 본선에 진출한 10여개의 팀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아쇼카와 GSVC라는 선진적 플랫폼을 보며 국내 사회적경제 생태계에도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첫 시도가 2011년 11월 개최한 ‘경기인천 사회적기업 경진대회’였다. 우리 사회에 체인지메이커라 불릴 만한 청년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큰 기대 없이 시작한 행사였다. 그런데 경연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팀을 발견하게 됐다. 중·고등학생들의 진로에 관한 매거진을 제작하는 ‘MODU’라는 사회적기업이 1등을 했는데 서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 회사 대표였다. 본인이 지방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느꼈던 수도권 학생들과의 진로 교육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했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무원이 되거나 취업을 하는

[모두의 칼럼] 오래된 역설의 재발견

올해 노벨평화상을 UN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이 수상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1960년대 대한민국 보릿고개 시절을 살아온 세대들은 학교에서 나누어주던 옥수수죽 원조물자에서 WFP를 처음 만났던 기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WFP는 그동안 지구촌의 기아퇴치를 위해 노력했고, 굶주림이 전쟁과 갈등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막았으며, 이를 통해 평화를 견인해나가는 업적들을 이루어왔다. ‘제로헝거(Zero Hunger, 기아 없는 세상)’를 지향해 온 WFP는 1995년부터 북한 여성, 어린이,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도 주도해왔다. 우리 정부는 물론 대한민국 무상원조 대표기관인 코이카(KOICA)도 WFP와 손을 잡고 다양한 지원을 함께해온 터라 그 기쁨도 남달랐다. 그렇다면 지구촌 전역이 코로나 팬데믹에 휩싸인 2020년. 왜 WFP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것일까? 재난이 일상화된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단어가 바로 ‘리질리언스(resilience)’다. 우리말로는 회복력, 회복탄력성, 복원력으로 번역된다. 한 국가와 공동체의 리질리언스는 가장 강한 부분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부분 아래로부터 평가된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민낯을 보게 했다. 사회의 맹점과 사각지대를 여지없이 드러내 주었다.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한 치열한 경제성장과 시장의 논리가 생명과 안전가치보다는 우선할 수 없음을 목도하면서 익숙했던 상식과 고정관념, 우선순위에 대해 근본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경쟁에 맞선 협동. 이윤에 맞선 공공성. 지배에 맞선 연대. 경제를 통제하는 민주주의.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튼실한 고용안전망을 짜는 일로부터 대한민국의 리질리언스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재난에 맞서는 우리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 운명공동체가 됐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삶의 전제 조건들을

[모두의 칼럼] 연휴가 끝나고 플라스틱이 남았다

긴 추석과 한글날 연휴가 끝났다. 팬데믹으로 가족 간 이동량이 줄었지만 선물 택배가 비대면의 아쉬움을 달래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로 물동량이 증가한 상황에 연휴 간 온라인 소비가 더해져 택배 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택배 내용물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완충재부터 비닐커버, 상품포장지, 내용물까지 모조리 플라스틱 소재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년보다 약 16% 증가했다. 혹자는 철저한 플라스틱 분리수거가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열심히 분리수거한 플라스틱이 다시 이리저리 뒤섞여 수거되는 현장은 허탈감마저 들게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소재별로 분류되고 세척, 분쇄, 재성형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막대한 환경·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대부분 15단계 내외의 단계를 거치는데 소각·세척하는 과정에서 대기와 해양 오염을 일으킨다. 또 플라스틱을 분류하고, 운반,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물류비 등의 총 비용은 재활용 플라스틱 판매 수입의 4배를 넘어선다. 현재 재활용 시스템으로는 지구 마을에 쌓이는 플라스틱 총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플라스틱의 ‘생산 감량’이다. 애초부터 만들지 않으면 재활용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편리와 효율’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플라스틱의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거나 효율적으로 플라스틱 요소를 줄여나가는 것이 인류의 숙제가 됐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해결책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소비와 생산’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편리함과 저렴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플라스틱 소비가 기업과 정책의 변화를 늦추고 있다. 2018년 아이쿱자연드림에 ‘김‘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김공방 ‘수미김‘(괴산자연드림파크 소재)은 도시락 김에 들어간 플라스틱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부도덕한 경영? 비도덕적 경영?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기업 내부에서도 지속가능경영 및 ESG 관련 조직을 갖추고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그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전체 운용자산 752조 2000억원 중 약 60%에 달하는 450조원에 대해 ESG 원칙을 적용해 투자키로 결정했다. 여러 자산운용사도 자체 ESG 평가 기준을 만들고 사회적 책임(CSR)을 잘 이행하는, 일명 ‘착한 기업’을 찾아 투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산업계와 함께 고민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지난 7월 창립한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포럼’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지속가능경영, ESG등의 단어와 함께 등장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무엇일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은 미국 경제학자인 하워드 보웬(Howard R. Bowen)이 1953년에 출판한 ‘비즈니스맨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도 기업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몇 가지 주장이 있었지만, 하워드 보웬으로부터 CSR의 개념이 정립됐다는 게 통설이다. 이후 다양한 개념으로 정의되던 CSR은 1979년 캐롤(Carroll. B. A)이 기업의 성과에 대해 작성한 아홉 페이지의 짧은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정리됐다. 캐롤은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임의의 책임이라고 정의하며 CSR의 개념을 발전시켰지만, 마지막 ‘임의의 책임’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1991년 마침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으로 재정의한 논문 ‘CSR의 피라미드’를 발표했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이행하는 방식은 회사의 규모와 경영진의 철학,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