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가 누리는 삶의 질을 드라마틱하게 개선한 것을 꼽자면, 무엇보다도 공중위생과 의료보건 영역일 것이다. ‘등불을 든 여인’ 나이팅게일이 이름을 남긴 것도 크림전쟁에서 위생정책 개선을 통해 부상병들의 사망률을 40%에서 2%로 감소시켰기 때문이고, 때만 되면 기승을 부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던 천연두, 장티푸스. 콜레라의 사망률을 급격히 낮춘 것은 백신과 항생제의 개발이었다. 아마도 인류는, 적어도 선진국이라고 할 만한 국가에서는 고령화와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인한 대사질환 증가 이외에는 의료보건 영역에서는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자만하던 인류에게 코로나19는 우리의 의료보건 대응 능력이 한참 부족하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함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최신 정보가 온 사방에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굳이 다시 다루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인류는 역신이 날뛰는 시대로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 이후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신종 인플루엔자,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COVID-19 등 주요 신종 감염병만 30여개 이상 발견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책동향에 따르면 한때 소멸했던 감염병이 새롭게 만연하거나 재출현하는 동향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인간의 행동과, 그 행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결과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밀림 개발과 삼림 파괴로 인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증가하고, 동물에게만 존재하던 새로운 감염병이 퍼지게 될 뿐 아니라, 대기 기온이 상승하고 그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질병을 매개하는 진드기와 모기가 증가하게 된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기상청의 예측대로 2040년 제주 해안의 겨울철 평균 기온이 섭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