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화)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비영리단체, 브랜딩이 필요하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1990년 발간된 ‘비영리단체의 경영’에서 피터 드러커는 기업을 영리 기업, 정부 기업, 비영리 기업으로 구분했다. 영리 기업의 목적은 수익 창출, 정부 기업의 목적은 정책의 안정적인 정착, 비영리 기업의 목적은 ‘한 사람의 변화’라는 경영학 구루의 주장이 흥미롭다. 피터드러커는 80세가 넘은 나이에 왜 ‘비영리단체의 경영’이라는 책을 쓰게 되었을까. 아마도 평생 영리기업의 경영을 연구한 학자가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비영리 조직의 전략적 경영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피터 드러커의 주장처럼 비영리단체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변화된 인간’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필수적인 자원이다. 정부와 기업의 재정적 자원만으로는 복잡해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변화된 인간을 육성해 사회적 자원이자 인적 자원을 창출하는 비영리단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적십자사, YMCA, 의료법인,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장학재단, 문화예술단체 등 수많은 비영리단체가 양극화 해소, 삶의 질 향상, 인재 육성, 교육 및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저출산, 양극화, 기후변화 등 우리의 미래사회 문제는 더더욱 해결하기 어려워질 것이므로 비영리단체도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경영을 통해 브랜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비영리단체의 리더들은 조직의 철학과 사명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목적 달성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며, 조직원들의 성장을 통해 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그 성과를 분석, 평가하고 공유해야 한다. 더불어 조직의 미션과 연계되는 전략사업의 적극적인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비영리단체 비전을 브랜딩하고 이해관계자와 공유하여 일반 대중의 인식 변화에 기여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비영리단체가 전략적 활동을 통해 국민과 사회의 신뢰를 얻게 되면 설립 목적에 맞는 사회문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1994년 설립된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은 ‘All Lives Have Equal Value’라는 미션을 설정하고 가장 필요한 사람을 위한 기회를 늘리고 형평성을 높이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보건의료, 기아근절, 국제개발 등 3대 핵심 사업을 전 세계 빈곤층을 대상으로 전개하고 있다. 게이츠 재단의 차별화된 특징은 재단 사업 성과 홍보활동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재단 사업 보고서를 발간하고, 각종 포럼/콘퍼런스에 참가하고, 다수의 글로벌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재단의 활동을 페이스북·유튜브·트위커·플리커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재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1913년 설립된 록펠러재단은 ‘Solving Global Challenges with Lasting Impact’를 미션으로 전 세계 인류의 복지를 증진한다는 큰 비전을 설정하고 있다. ‘Nourish the World’, ‘Achieve Health for All’, ‘End Energy Poverty’, ‘COVID-19 Response’ 등 대표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과제의 해결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홈페이지를 비롯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트위터·링크드인 등을 통해 전달하며 세계 발전에 기여하는 재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재단 중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곳이 있다. 2011년 설립된 아산나눔재단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룰 수 있는 세상’ 이라는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가정신 확산, 청년창업지원, 사회혁신가 역량 지원의 3대 사업분야를 적극 추진 중이며 청년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위한 재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2006년 설립된 행복나눔재단은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개발, 확산하는 사회공헌 전문재단’의 미션을 위해 사회변화 프로젝트 개발, 청년인재 양성 프로젝트 확산의 2대 사업분야를 추진 중이며, 사회문제 해결과 청년 인재 양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아산나눔재단, 빌게이츠재단, 록펠러재단 등 인물(설립자) 중심의 재단은 인물의 철학과 신념을 사업을 통해 브랜딩한다는 점이다. 행복나눔재단, CJ문화재단, 아모레퍼시픽재단 등 기업재단은 기업의 정체성을 재단의 핵심 사업과 연계하며 재단의 진정성있는 활동을 통해 기업에 후광효과를 제공한다.

이달부터 현대차정몽구재단의 사무총장으로 일하게 됐다. 2007년 설립된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인재육성, 문화예술,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해왔다.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미래세대 리더 육성’이라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잠재적인 리더를 발굴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또 사회 각 분야의 리더를 연결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플랫폼을 통해 미래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2021년 2월 4일 더나은미래와 함께 개최하는 ‘제1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포럼’은 미래세대 리더 육성을 위한 지식 플랫폼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을 품고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글로벌 재단으로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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