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어가 없다.” 지역에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입 모아 얘기하는 것은 인프라의 부족이다. 일할 사람과 자원을 연계할 구심점을 찾아 헤매는 사이 기획 부동산은 빠른 속도로 ‘0리단길’을 만들어 원주민을 밀어낸다. 팬시한 카페가 늘어선 관광지는 본연의 매력 대신 도시의 위용을 닮아간다. 자연스레 원도심의 할렘화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지역의 국립대학과 강소대학도 베드타운으로 기능하기는 마찬가지. 이쯤 되면 외지인에 대한 경계와 텃세가 십분 이해된다. 물론 지역에 정착하기까지 인식의 차이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번은 사회적기업 피칭 현장에서 이런 일도 있었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이 아이들이 커서 자립할 수 있는 ‘카리타스 작업장’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자식 앞세워 장사한다는 심사평이 오갔다. 건설적인 비판이라 포장할 수 없는 지역의 단면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로컬이 미래다, 경쟁력이다’라는 슬로건이 유행하고, 지자체의 로컬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사업이 성행 중이다. 지역의 가능성을 조명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다만 수십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배정된다 한들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사업을 맡을 인력이 없어 국고로 돌려보내는 일을 왕왕 목격한다. 예산을 사수하기 위해 대게는 외부의 전문인력을 공수하는 것으로 결론이 좁혀진다. 허나 잠시 머물며 로컬을 맛보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새롭고 낯선 시도를 향해 쏟아지는 관심은 벚꽃비 내리는 봄날처럼 찰나에 불과하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관점과 의지만이 기나긴 겨울을 나는 불쏘시개가 된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우리가 개척해야죠!” 이찬슬 스픽스 대표는 가장 작고 소외된 곳을 찾아 목포역에서 1시간 떨어진 섬마을 안좌도로 들어갔다. 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