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임원이 있다. 스타일이 솔직하고 진취적이었다. 새롭게 조직을 맡은 후 리더십 평가와 다면평가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면평가 점수가 높지 않았고 성향이 너무 주도적이니 보완하라는 권고가 있었다. 나와의 1대1 미팅 시 고민을 털어놓으며 지금까지 이런 스타일을 바꿔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되어 힘들다고 했다.
나는 답변했다. “괜찮은데요. 굳이 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그는 놀라서 “제 스타일이 너무 진취적이라 직원들이 힘들어하는데 제 스타일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나는 답했다. “괜찮아요. 그것이 본인의 강점인데요. 만일 상무님이 진취적인 것이 잘못됐다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면 어떻게 될까요? 본인이 가지고 있던 추진력이나 혁신 능력이 다 사라지지 않겠어요? 그러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리더가 될겁니다. 단지, 자신이 이런 스타일이고 그러기에 본의 아니게 구성원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고 필요한 부분은 피드백 해달라고 구성원들과 진솔하게 소통하시죠. 그리고 상무님과 달리 적극적이 아닌 다른 구성원의 스타일 또한 잘못된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예전에는 한 금융기관의 행장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소탈하고 친화력이 있는 분이었다. 이분이 행장이 되자 주위 참모들은 이런 제안했다고 한다. “이제 행장님이 되셨으니 진중한 모습을 보이시는 게 어떨까요.”
행장은 한두주간 그렇게 하셨단다. 조용히 말하고 무게도 잡고 말수도 줄였다. 그러자 주위 임직원들이 “행장님 어디 아픈 거 아냐?” “심기가 불편하신 거 아냐?” “부인이랑 싸우신 거 아냐?” 등으로 뒷담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오니 다들 편해했단다.
많은 분이 리더십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면서 자신의 스타일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바꾸려 한다. 그런데 그렇게 흉내 내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주위 사람들이 당황하고, 또 하나는 자신의 강점이 사라진다. 자신의 스타일은 자신의 약점이자 강점이기 때문이다.
지휘자 서희태씨는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주빈 메타는 배려로, 토스카니니는 완벽으로, 카라얀은 믿음으로, 번스타인은 칭찬으로, 무티는 비타협으로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그들의 스타일은 다 다른데 자기만의 분명한 콘셉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비전이 명확하고 엄청난 실력자들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 아니라 비전, 실력, 진정성과 태도다. 완벽한 스타일이란 없다. 명확한 비전과 상대에 대한 진심과 신뢰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지 스타일이 중요한 건 아니다.
몇 개월 후 그 임원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직장생활 중 제 스타일을 바꿀 필요없다고 말씀하신 것은 부문장님이 처음이었습니다. 다들 저의 스타일을 바꾸라고 하셨고 저는 제 스타일이 잘못된 것이라 여겨 바꿔보려 했지만 잘 안됐고 좌절을 반복했습니다. 스타일은 괜찮다 여기고 구성원들에게 저의 스타일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진정성 있게 대하다 보니 점점 팀워크가 좋아졌습니다.”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