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5일. 대한민국은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강국 G7에 합류했음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대표는 자율주행 시대를 눈앞에 뒀다고 공언합니다. 또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장비 하나로 건강, 통신, 음악, 영상, 금융서비스와 쇼핑까지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종종 폐지를 줍는 할머니, 공병을 모으러 다니시는 할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분들은 작은 카트나 손수레를 끌며 직접 재활용품을 수집합니다. 또한 우리도 가정에서도 분리배출에 정성을 다합니다. 도시 곳곳에는 고물상이 있고 그곳에는 다양한 형태의 고철, 책이나 종이박스 등 폐지, 망가진 전자제품, 사용하지 않는 화분 등 우리 생활에서 나온 수많은 폐기물이 쌓여 있습니다.
좀 더 재활용품을 따라서 들어가 보면 재활용선별장이라는 곳도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많은 사람이 선별라인에서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재활용품 더미 안에서 진짜 재활용될 것을 손으로 골라냅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재활용품들이 결국 기대하는 것처럼 유용하게 재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활용이 잘 되려면 결국 재활용품을 활용한 제품으로 시장에서 돈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갖고 있어야 하며, 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싶은 재활용품을 수급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관계를 산업의 공급망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문명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활용의 가장 큰 변화는 “재활용이 또 하나의 산업 내 공급망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SK지오센트릭과 같은 소재회사가 기존에 석유로 생산하는 제품과 똑같은 제품을 폐플라스틱 재활용품을 사용해서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도 자사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합성수지 소재를 해양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했고, 소재의 조달을 위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이 산업 내 소재 공급망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재활용품 수집과 선별, 가공 공정이 혁신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특히 재활용품을 소재로 구매하는 기업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재활용품 수집과 선별 단계부터 정교해져야 합니다. 가공공정 역시 산업적 규격에 부합해야 합니다. 또 기업의 요구사항이 변하면 그에 맞춰서 다시 선별, 수집 그리고 가공공정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렇게 산업 내 공급망에 재활용품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현재 재활용품을 폐기물로 보고 청소나 처분 관점으로 구성된 노동 중심의 수집, 선별, 가공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재활용품 소재화의 전 과정이 디지털 정보체계 적용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서 소재 기업의 요구에 대응해야 합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의 폐플라스틱 가공공장, 아이엠팩토리의 설비는 재활용품 선별과 가공에 인공지능 등 첨단 디지털 정보기술 체계를 적용해 국내 최초로 폐플라스틱 가공소재(r-Flake)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식품안전청(EFSA)으로부터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는 테스트 리포트를 받았습니다.
재활용품 산업 내 디지털 정보체계 구축과 인공지능, 로봇공학 기술의 적용은 향후 철강, 제지, 석유화학, 비철금속 회사 등과 같은 재활용품 수요기업의 재활용 소재 응용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재활용 사업에 디지털 첨단 기술이 적용된 순환경제 모습입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