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익 소송 위축시키는 ‘패소자부담주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지난 4월 25일 인천지방법원은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노숙 생활을 이어온 앙골라 출신 루렌도 가족이 난민 인정 심사를 요구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에서 승소한 피고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다. 루렌도 가족은 즉각 항소하면서 재판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종 패소할 경우 상대방 변호사 보수를 포함해 수백만원에 이르는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98조에 따르면 소송 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패소자부담주의’다. 시민단체에서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원고가 공익 소송을 주저하게 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법조계에서도 소송의 성격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패소자부담원칙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말 ‘공익 소송 소송 비용 부담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당시 김현 협회장은 “패소자부담주의는 무분별한 소송 제기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공익 소송에서는 패소 시 소송 비용을 떠안는 문제로 항소를 포기하는 등 소송 시도 자체가 제한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용 문제로 재판을 포기한 대표적인 사례는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들이다. 지난 2015년 신안군 염전에서 임금 체납과 감금으로 혹사당한 지체장애인 8명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까지 이어진 3년 5개월의 싸움 끝에 대법원은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국가로부터 위자료를 받게 된 피해자는 4명에 불과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원고 1명에 대해서만 일부 승소 판결을 냈고, 패소한 7명 가운데 4명은 항소를 포기했다. 상급심으로 갈수록 패소했을 때

[키워드 브리핑] 스쾃

[키워드 브리핑] ‘스쾃’ “국유지를 시민의 품으로” 무단점거 행위로 적극적 주거권 운동 서울 지하철 5·6호선 공덕역 인근 공터의 개발을 둘러싸고 시민과 철도시설공단이 대립하고 있다. 5470㎡ 규모의 이 땅은 철도시설공단 소유의 국유지로, 지난 7년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경의선이 지하로 들어가면서 생겨난 이 공간을 2012년 공단이 이랜드월드와 함께 상업지구로 개발하기로 했는데, 사업이 지연되면서 공터로 방치되자 시민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들은 이곳을 ‘경의선 공유지’라 부르며 벼룩시장이나 축제를 열기도 하고 철거민을 위한 임시 거주지를 꾸리기도 하는 등 자유롭게 활용해 왔다. 2013년에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라는 단체가 조직됐다. 이들은 마포구청에 ‘경의선 공유지를 시민의 공간으로 남겨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 시작했고, 올해 개발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자 공터를 점거한 채 집회와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반대에 나서고 있다. 국유지를 허락 없이 점거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불법행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스쾃(Squat)’이라 불리는 오래된 주거권 운동 방식의 하나다. 스쾃은 남의 땅이나 건물에서 불법 거주한다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로, 시민들이 도시 공간을 무단 점유한 뒤 공익적으로 활용하는 운동을 가리킨다. 19세기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 강제 철거에 내몰린 도시 빈민들이 부자들이 갖고 있던 빈집에 허가 없이 들어가 살며 정부에 주거 문제 해결을 촉구한 데서 유래했다. 지난 2011년 “극심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하는 시민 수천 명이 미국 뉴욕 도심 곳곳을 점거한 ‘월가 점령 시위’도 스쾃의 일종이다. 전문가들은 스쾃을 사익 추구가 목적인 단순

‘문제아’들이 뭘 하겠냐고요? 울타리 안서 의기투합하니 ‘싹’ 보이네요

“일자리도 주고, 기술도 가르쳤죠. 10년 넘게 정말 별짓 다 했는데도 모조리 실패했어요. 기존 방식으로는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패스메이커(pathmaker)’가 돼야 했습니다.” 위기 청소년 보호기관 ‘세상을 품은 아이들'(세품아)을 이끄는 명성진(51) 목사가 위기 청소년 자립을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열쇠말은 창업이다. ‘문제아’로 낙인이 찍힌 청소년들이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사회에 안착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세품아 그룹홈에 사는 17~19세 청소년 7명 전원은 두 팀으로 나뉘어 내년 6월을 목표로 창업을 준비 중이다. ◇’물먹은 솜’ 같던 아이들이 “꼭 성공하고 싶어요” “만날 알바만 했어요. 돈은 필요하니까 억지로요. 이제는 달라요. 일하는 게 진짜 재밌어요.” 지난달 31일 경기 부천 세품아 사무실에서 만난 A(18)군이 말했다. A군은 B(19)·C(18)·D(17)군과 함께 ‘앤뎁’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다. 너무 왜소하거나 너무 덩치가 커서 기성복을 입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맞춤 의류를 판매할 계획이다. 일할 기회가 적은 청년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E(19)·F(19)·G(17)군은 ‘캠프화이야’라는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준비에 한창이다.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캠핑’을 내세운 캠핑 장비 대여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과거 6호 처분을 받고 세품아에 왔다. 우리나라 소년법은 ‘죄를 범한 소년’에 대한 10단계 처분을 명시한다. 1~5호 처분을 받으면 집으로 돌려 보내지만, 8~10호 처분을 받으면 소년원에 송치된다. 6호 처분은 소년원에 갈 만큼 죄가 무겁지는 않지만, 귀가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위기 청소년들에게 내려진다. 부모에게서 버림받거나, 학대당하거나, 가정이 공중분해 돼 의지할 곳 없는 상황에서 ‘비행 청소년’ 딱지가 붙은

똑똑하게 협업하는 소셜벤처, ‘슬랙’ ‘잔디’로 通한다는데…

소셜벤처 30곳 설문조사 업무용 메신저 1위 ‘슬랙’…절반 이상서 사용 2위는 ‘잔디’, 한글 지원되고 요금도 저렴한 편 프로젝트 업무 관리용 ‘협업 툴’ 이용도 활발 업무 효율성 높고 일·생활 나눌 수 있어 선호 활용 툴, 50%가 3개 이상…무분별 확장 우려 ‘딥워크(Deep Work)’. 업무 몰입도를 높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업무 방식을 이르는 말이다. 딥워크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확산하는 트렌드다. 딥워크를 돕는 협업 툴(tool)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메신저 기반의 ‘슬랙’ ‘잔디’ ‘MS팀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대면 미팅을 줄이고 실시간 자료 공유와 피드백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소셜벤처를 중심으로 이런 협업 툴이 확산하고 있다. 업무용 메신저 ‘슬랙’ 절반 이상 압도적 선택 더나은미래는 국내 소셜벤처들을 대상으로 현재 사용 중인 협업 툴을 조사했다. 다양한 업종에 규모도 제각각인 소셜벤처들이 공통으로 선택한 툴과 그 쓰임을 통해 조직 생산성 향상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었다. 소셜벤처 협의체 임팩트얼라이언스 참여사 중 30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가장 인기 있는 업무용 메신저는 ‘슬랙(slack)’이었다. 조사 대상 가운데 17곳(56.6%·중복 응답)이 슬랙으로 소통한다. 슬랙은 지난 2013년 미국에서 출시된 메신저 기반의 협업 툴이다. 채팅과 파일 공유, 자료 검색 외에도 외부 연동 기능과 우수한 보안이 특징이다. 하루 실사용자 수는 800만명, 기업 가치는 지난해 기준 70억달러(약 8조2740억원)에 달한다. 현재 이베이, IBM 등 7만곳 이상의 회사에서 슬랙을 사용하고 있다. 이어 10곳의 선택을 받은 ‘잔디(jandi)’가 업무용 메신저 순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로페이’ 이어 ‘S택시’까지… 플랫폼 시장에 또다시 선수로 뛰어든 서울市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시가 지난 1일 택시 호출 앱 ‘S택시’를 출시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카카오T’ ‘T맵 택시’ 등 관련 민간 서비스가 이미 다수 나와 있는 터라 논란을 불렀다. 서울시는 고질적인 승차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심판이 선수로 나섰다” “생태계를 교란한다” 등 성토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간편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를 선보여 ‘관치(官治) 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관이 직접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합당한지를 두고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시민의 선택권 보장 위한 것” vs. “시가 민간 회사와 경쟁하는 꼴” 서울시가 택시 호출 앱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개발비 10억원을 들여 ‘지브로’를 선보였으나 택시 업계와 승객 모두에게 외면당하면서 1년여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지브로를 기반으로 4000만원을 추가로 투입해 만든 앱이 S택시다. ‘목적지 미표시’ ‘강제 배차’ 등이 핵심 기능이다. 승객이 직접 빈 차를 선택해 호출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 거부를 할 수 없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 공고’에 따라 택시운송사업자는 S택시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승차 거부 적발 시 120만~36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카카오·T맵 택시 등 플랫폼이 승차 거부를 줄일 수 있는 목적지 미표시 기능을 도입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며 “법적 규제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가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시민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의도”라고 S택시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는 플랫폼

옛 미용실 개조해 식당 열고, 마음 씻는 목욕탕 차리고… 쉬러 온 목포에 줄줄이 눌러앉았다

[청년이 지역을 살린다] ①목포 ‘괜찮아마을’ “괜찮아, 어차피 인생 반짝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해도 괜찮다고 위로를 건네는 수상한 마을이 있다. 전라남도 목포 구도심에 둥지를 튼 ‘괜찮아마을’이다. 일상에 지친 청년들은 6주 동안 괜찮아마을 주민이 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주변 지역을 여행한다. 셰어하우스에서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과 함께 밥을 지어 먹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온도를 높인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일에 과감히 도전하며 새로운 꿈을 꿀 힘을 얻어간다. 괜찮아마을은 박명호(32)·홍동우(33)씨가 세운 문화기획사 ‘공장공장’이 시작한 프로젝트다. 홍 대표는 “전국 일주 여행사를 운영하며 불안한 미래와 멀어져 가는 꿈 앞에 힘겨워하는 청년을 여럿 만났다”면서 “이들이 ‘쉬어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총 60명의 ‘안 괜찮은’ 청년들이 마을에 들어와 인생을 재설계하는 시간을 가졌다.   ‘괜찮아마을’ 찾은 청년들, 절반이 목포에 남아 괜찮아마을 주민들의 일상은 느슨하면서도 바쁘게 돌아간다. ▲집단 상담 ▲주변 섬 탐험 ▲목포의 숨은 자원을 발굴·수집하는 커뮤니티 맵핑 ▲도시 재생 강연 ▲빈집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설계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나둘 소화하다 보면 6주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홍 대표는 “늘 뭔가 생산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라온 밀레니얼 세대들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면 스스로 잉여 인간이 됐다고 좌절한다”면서 “쉬면서도 하루하루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적당히 등 떠미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다”고 했다. 적당히 등을 떠밀린 청년들은 숨어 있던 기획자 정신을 마음껏

‘인구 10만’ 소도시 완주는 어떻게 사회적경제 리더가 됐을까?

로컬푸드 1번지 직매장 12곳… 지역 농산물 모두 지역서 소비 농산물·가공식품 생산하는 ‘마을회사’ 111개 농가 소득 2배 이상 늘고, 소비자가격 30% 낮춰 농가레스토랑과 유·초·중·고교 급식도 연계 民官 명확한 역할 분담 중간지원조직은 조직 발굴·사업 연계 등 실무 郡은 예산 지원·인프라 구축 등 든든한 뒷받침 인구 유입 효과 불러… 지난해 2697가구 귀촌 완주군이 꿈꾸는 내일 100여 명 구성 ‘소셜굿즈 태스크포스’ 출범 농산물뿐 아니라 공산품까지 품목 확대할 것 한국의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도시가 있다. 인구 9만4000명의 소도시 전북 완주다. 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회사·마을공동체·중간지원조직 등 완주군 안에만 400개가 넘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존재한다. 현재 전체 군민의 약 10%에 해당하는 9000여 명이 사회적경제 조직에 몸담고 있다. 완주의 사회적경제는 ‘로컬푸드’ 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지난 10여 년간 지자체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뿌리 사회적경제 조직을 발굴·육성한 결과다. 양평·세종 등 다른 도시에서도 완주 모델을 가져다 쓸 정도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완주 사회적경제의 중심 ‘로컬푸드’ “아침에 수확한 채소를 저렴하게 사서 저녁에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지난 20일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 혁신점에서 만난 주부 김성미(46)씨의 장바구니에는 배추·양파 등 농산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김씨는 “대형마트에서 이만큼 사면 3만원은 줘야 하는데, 여기는 2만원이면 된다”며 “주민들이 정직하게 키웠다니 믿고 먹는다”고 말했다. 완주는 ‘로컬푸드 1번지’로 불린다. ‘지역에서 난 농산물은 지역에서 모두 소비한다’는 로컬푸드 개념을 2012년

“따뜻한 도움 감사합니다”…굿네이버스·신한금융그룹 ‘위기가정 재기지원 사업’ 수기

#더 좋은 내일(생계주거비) “네 식구 깨끗한 원룸에 함께 살 수 있어 행복 “저희 가정은 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네 식구가 발버둥치며 살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그때 군청의 도움으로 위기가정 재기지원 사업을 알게 됐습니다. 덕분에 체납된 도시가스 요금을 해결했고, 아이들은 무사히 수학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깨끗한 방도 얻었습니다. 환경이 좋아진 덕분인지 둘째 딸의 아토피 증상도 많이 완화됐습니다. 원룸이라 비좁고 정신이 없지만 부대끼며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습니다.” / 이○○(47세) #더 밝은 내일(교육·양육비) “두 살·세 살 아이 어린이집 맡기고 일터로” “저는 3년 전 협의이혼을 하면서 조건부수급자가 됐습니다. 지금은 홀로 2살, 3살 된 아이들을 양육하며 일용직 근로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주간 어린이집과 야간 어린이집에 번갈아 아이를 보내고 일터에 나갑니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안정적인 소득이 없는 데다 양육비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경제적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번에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미납된 관리비, 공과금, 어린이집 보육료를 낼 수 있었습니다.” / 조○○(41세) #더 편한 내일(의료비) “심장 기형 가지고 태어나… 첫 수술 무사히 마쳤어요” “저는 네 가지 심장 기형을 가진 안○○의 엄마입니다. 아이 아빠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 근로 활동을 거의 못합니다. 쌓여가는 병원비로 가계가 기울었지만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어 무척 외로웠습니다. 특히 아이의 병이 서울에서만 치료할 수 있는 희소난치성 질환인 탓에 교통비 부담도 컸습니다. 이번 지원이 저희 가정에는 큰

공과금도 못 내 전기·가스 공급 끊기고…외면 당하는 ‘비수급 빈곤층’

#8평 남짓한 원룸. 이지연(가명)씨와 세 자녀는 이곳에서 함께 산다. 이씨는 남편과 이혼한 이후 가계를 홀로 떠안으면서 하루하루 빠듯하게 살았다.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기초생활급여 대상이 아니라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올해 들어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고, 요금이 체납돼 가스 공급도 끊겼다. 사춘기에 접어든 삼 남매를 볼 때마다 이씨는 벼랑 끝에 놓인 심정이다.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세 모녀 사건은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에 살던 60대 여성과 30대 두 딸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이들은 수입이 없었지만, 부양의무자 조건 탓에 기초생활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처럼 극도의 빈곤 상황에도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이른바 ‘비수급 빈곤층’은 전국 144만명(2017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차상위 계층과 같은 잠재적 빈곤 계층은 갑작스레 닥친 실업이나 의료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순식간에 극빈층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공과금 미납, 위기 가정 발생의 첫 신호 보건복지부는 단전·단수 가정,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체납 정보, 주택관리비 체납 정보 등을 통해 위기 가정을 발굴한다. 지난 2018년 기준 보건복지부가 빅데이터로 추정한 고위험 취약계층은 36만명에 이른다. 이를 전국 지자체에 전달하면 복지 담당 부서에서 경제적 위기 상황을 판단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위기 가정의 붕괴는 대부분 작은 돈에서 시작된다. 거액의 빚을 한 번에 떠안기보다 지속적인 생활고에

소셜 비즈니스 생태계서 밀려난 ‘비영리 조직’… “우리 ‘영리’해도 될까?”

사회적경제 출발점, 주류였던 ‘비영리 조직’ 5년 만에 대세 뒤집혀… 10년 차 4분의 1 이하 인증 규모 35배 늘었는데, 비영리는 뒤처져 재능 기부 방식으로 사회 취약 계층 사람들 사진을 찍어주는 ‘바라봄사진관’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나종민 바라봄사진관 대표는 ‘영리하게 비영리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나 대표는 영리한 비영리 활동을 위해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짰다. ▲사회적기업, 비영리 단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단체 사진이나 행사 사진을 촬영하는 영리 사업과 ▲장애인, 저소득 노인들의 사진을 무료로 촬영하는 비영리 사업을 병행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비영리 조직은 선뜻 비즈니스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비영리가 영리 활동을 해도 될까’ ‘역량도 없는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나종민 대표는 “재정 상황이 열악한 풀뿌리 비영리 단체들은 직접 돈을 벌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만, 막상 비즈니스에 나서겠다는 곳은 드물다”고 했다.   사회적기업 생태계 내 비영리 조직, 2007년 47%에서 2017년 23%로 줄어 비영리 조직이 비즈니스를 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초창기 ‘소셜 비즈니스’ 생태계를 주도했던 건 비영리 조직이었다. 정부가 사회적기업 육성에 시동을 건 2007년, 비영리 조직은 ‘인증 사회적기업’의 절반 가까운 수를 차지하며 사회적경제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조영복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적기업 자체가 비영리 조직을 주축으로 한 정부의 일자리 복지사업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MF 이후 심각해진 취약 계층의

“사회적기업 인증 따드려요” 창업자 유혹하는 불법 브로커

[공익 추적] ‘사회적기업 브로커’ 활개   “우리가 낸 세금 돌려받는 겁니다. 당당해지세요.” 지난 18일 서울의 한 카페. 사회적경제 창업을 주제로 강의에 나선 A씨가 수강생들에게 “당당히 지원금 받아 챙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이른바 ‘사회적기업 브로커’로 불리는 인물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일반 창업자들을 유혹한 뒤, 정부 지원금을 탈 수 있는 다양한 편법을 알려주겠다며 컨설팅비와 대행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다. 이날도 A씨는 “예비 사회적기업만 돼도 차 한 대 뽑을 수 있다. 카니발이 영업용이라고 둘러대기 좋다”며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지원금을 유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아이템 없어도 만들어 드립니다” 사회적기업 브로커들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사회적경제란 수익을 내면서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으로, 사회적기업·소셜벤처·사회적협동조합·마을기업 등이 사회적경제 주체에 해당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이 사회적경제 조직들에 지원금, 세제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융자 상품도 따로 마련돼 있다. 브로커들은 이런 혜택을 미끼로 창업자들을 끌어들인다. 수법은 간단하다. 우선 유튜브나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공짜 창업’을 내건 홍보 영상이나 광고 글을 올린다. ‘나랏돈 2000만원 지원받은 후기’ ‘사회적경제 지원금 활용해 무료로 창업하기’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끈다. 사회적경제 조직 대상 정부 지원금은 ‘눈먼 돈’이나 마찬가지라며 지원받는 팁을 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브로커들은 ‘사회적기업 인증 대행·컨설팅’을 해주겠다며 온라인상에 연락처를 공개한다. 기자가 브로커들에게 전화를 걸어 컨설팅 비용을 문의한 결과, 최소 100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가 지켜본 설명회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각장애인 안마업 독점권… “장애인 생존권” vs. “직업 자유 침해”

  #서울 중랑구에서 안마원을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심모(46)씨는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손님을 다 뺏겨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안마원 근처에는 ‘타이 마사지’ ‘황후 마사지’ 등 간판을 건 마사지 업소가 5개나 있다. “안마만 20년 했는데 무자격 업소 단속하는 걸 거의 못 봤어요.” #직장인 이모(33)씨는 한 달에 2~3번은 비장애인이 운영하는 집 근처 마사지숍을 찾는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외에는 돈을 받고 안마 업소를 운영하면 안 된다는 사실은 알지만, 죄의식을 느끼지는 않는다. “저렴하고 가까우니까 가게 돼요. 불법이라는데 와 닿지가 않으니까.” 100년 넘게 유지된 시각장애인의 안마업 독점권이 흔들리고 있다. 안마 프랜차이즈부터 태국·중국 등에서 건너온 안마사를 고용한 무자격 업소까지 난립해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설 땅이 좁아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7년 네 번째로 시각장애인의 안마업 독점권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법조계에서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 인식도 ‘무자격 업소는 불법’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고 있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시각장애인 생존권’ vs. ‘직업 선택의 자유’ 의료법 제82조는 일정한 수련을 거친 시각장애인에 한해 안마·마사지·지압 등을 할 수 있는 안마사 자격을 준다고 명시한다. 1912년 조선총독부 칙령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업 독점권을 준 것을 시초로 107년간 이어졌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안마사 자격을 가진 시각장애인은 2016년 기준 9742명이다. 이 가운데 현업 종사자는 5000명 정도다. 무자격 안마사는 ▲피부 미용 ▲화장품 도·소매 등 업종으로 등록하고 ‘변칙 영업’하는 곳에서 일해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한국마사지사총연합회·한국타이마사지협회 등을 따르면 100만명 이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