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ESG 리포트] 현대重그룹, 해양생태계 보존으로 ESG 실현한다

올 한해 국내외 기업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을 본격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ESG 경영을 통해 잠재 리스크를 파악하는 동시에 재무 지표를 뛰어넘는 무형 자산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기업들은 ESG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자료를 쏟아내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ESG 경영은 단기 성과를 낼 수 없는 장기전과 같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기업별로 쏟아내는 ESG 이슈를 중간 점검하기 위해 국내 주요 그룹사 10곳의 ESG 경영 현황을 살펴봤다. /편집자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바다에서 시작하는 깨끗한 미래.’

지난 1일 현대중공업그룹이 ESG 경영 비전을 발표했다. 이번 비전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사업인 조선·해양의 주 활동 무대인 ‘바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실현과 자연생태계 보전 등을 위한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비전 선포에 따라 ESG 부문별 중점관리 영역을 설정해 공통 ESG 경영활동 평가지표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룹사들의 ESG 경영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전략적 관리체계를 구축해 ESG 경영 문화 정착에 노력한다. 또 그룹사의 ESG 경영 문화를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ESG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대학생들이 ESG 경영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ESG 인턴십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통합 평가에서 지난해와 같은 ‘A’등급을 받았다. 환경부문과 사회부문에서는 B+에서 A로, A에서 A+로 각각 한 등급씩 상승했다. 지배구조부문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A등급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 2021년 ESG 등급 현황

소음 줄여 해양생태계 보전하는 유조선

한국조선해양은 수중소음을 최소화한 화물선을 건조하면서 해양생태계 보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한 ‘선박 수중방사소음 모니터링 및 소음저감 기술’을 개발해왔다. 수중방사소음은 선박 내 기계와 프로펠러 등에서 발생한 소음이 물속으로 전파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이 소음은 돌고래 등 해양포유류들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과 비슷해 해양생태계 교란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11만5000t급 원유 운반선은 지난 3월 국제 해양 인증기관인 DNV(노르웨이 선급협회)로부터 수중방사소음이 낮다는 의미의 저소음 선박 인증을 받았다. 해당 인증은 주로 여객선들이 받아 왔었는데 화물선이 인증받은 것은 세계 최초다. 이 같은 ESG 경영 행보로 지난해 B+에 머물렀던 한국조선해양의 환경 부문 ESG 평가 점수는 올해 A로 올라섰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였던 현대중공업도 협력사의 ESG 경영 활동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사 ESG 경영 현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데이터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이 협력사들의 자재, 블록공급 현황 등 정보를 제공하면 한국기업데이터는 장기간 축적한 중소기업 신용평가 데이터를 활용해 ‘협력사 맞춤형 ESG 평가 모델’을 개발한다. 이들 기업은 평가 모델 개발과 동시에 평가 모델 적용을 원하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시범 평가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ESG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협력사의 ESG 경영에 필요한 금융지원, 컨설팅 제공 등 실질적인 지원 계획도 세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마련돼 있는 ESG 평가 기준들은 대기업에 맞춰져 있고 중소기업에 적합한 기준은 없다”며 “조선 업종에 특화된 맞춤형 ESG 평가 기준을 만들어 중소 협력사들과 동반 성장의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 지분 구조

친환경 장비 개발로 ‘환경 경영’ 박차

건설장비 제조기업인 현대건설기계는 친환경 고효율 중장비 모델을 출시하며 환경 부문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현대건설기계는 경기 용인의 기술혁신센터에서 새로운 친환경 모델 시리즈인 ‘A시리즈’를 국내 출시 행사를 열고 신형 6~52t급 굴착기 9개 모델과 휠로더 4개 모델을 공개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이번에 공개된 A시리즈 중장비들은 유럽 배기가스 규제인 ‘스테이지5’도 만족할 수 있는 친환경 엔진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스테이지 5는 지난 2019년 유럽에서 시행된 건설기계, 농기계 등 비도로용차량 엔진에 적용되는 배기가스 배출 규제로, 디젤 엔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 또 작업장 주변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해 알려주는 ‘레이더시스템’을 도입해 작업의 안전성도 향상시켰다.

협력사 지원에도 나섰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 9월 협력사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위해 IBK기업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현대건설기계는 중소 제조 협력사의 ‘MES(생산관리시스템)’ 구축과 고도화 작업에 필요한 기술과 비용 등을 제공하며, IBK기업은행은 낮은 신용 등급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자금은 지원한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A등급이었던 사회부문에서 올해 한 계단 올라간 A+등급을 받았다.

현대일렉트릭은 친환경 브랜드를 공개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현대일렉트릭은 친환경 전력기기 브랜드 ‘그린트릭’(GREENTRIC)을 새롭게 선보였다. 대표 제품군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99.2% 절감한 170kV 친환경 가스절연개폐장치,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엔진 일체형 축발전기가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ESG 통합 점수는 A등급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부문에서도 A, A+, A로 지난해와 동일한 등급을 받았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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