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잠든 돈으로 공익활동 돕는 일본, 임팩트 투자로 보폭 넓힌다

[인터뷰] 아이코 코자키(Aiko Kozaki) JANPIA 임팩트 투자부문장 매년 일본 내 은행에는 약 1500억 엔(한화 약 1조4000억 원)의 자금이 비활성화된다. 이 중 실제 계좌주에게 반환되는 돈은 500억 엔(한화 약 4690억 원)에 불과하다. 일본은 2018년부터 10년 이상 거래가 없는 휴면예금을 공익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민간 공익활동을 위해 활용한 휴면예금은 2023년 한 해에만 107억 엔(한화 약 1000억 원)에 달한다. 휴면예금 배분을 맡은 기관은 일본공익활동네트워크(Japan Network for Public Interest Activities·이하 JANPIA)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설립한 JANPIA는 2019년 일본 정부로부터 휴면예금 배분 권한을 위임받은 유일한 기관이다. JANPIA는 자금배분기관(Funds Distribution Organization·이하 FDO)을 선정해 지원금을 전달한다. 현재까지 자금분배기관을 통해 236개 사업이 시작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총 1356건의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JANPIA는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사회 창조의 촉매’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민간 공익단체의 역량을 개발하고 자립적 모금 환경도 조성해왔다. 2023년부터는 그 활동 영역을 임팩트 투자로까지 넓혔다. 지난 4일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SVS) 주최로 열린 ‘사회적금융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아이코 코자키(Aiko Kozaki) JANPIA 임팩트 투자부문장을 <더나은미래>가 만났다. 인터뷰는 포럼 직후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JANPIA가 설립된 배경은 무엇인가. “일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해 있다. 정부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지자 시민사회 조직의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 역량을 키울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국회의 초당적 협력으로 휴면예금 활용법이 제정됐고, 자금을 투명하게 운용할 기관으로 JANPIA가 지정됐다. JANPIA는 현재 아동·청년 문제, 빈곤과 장애 등

정태호 의원이 밝힌 ‘공급망 인권·환경 실사법’, 핵심 내용은 [인터뷰]

EU 실사지침 대응…기업 공급망 인권·환경 책임 강화 500인 이상·매출 2000억 원 기업부터 의무 적용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장을 맡고 있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관악을)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하 인권환경실사법)’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기업이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환경 침해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예방·완화하는 ‘실사 의무’를 법으로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실사 결과는 이사회에 보고하고, 외부에도 공시해야 한다. 정부는 감독 기구를 설치하고, 피해자 지원기금 등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한다.  이번 법안은 2028년 시행 예정인 유럽연합(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정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을 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번에는 적용 대상과 실사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했다. 정 의원은 <더나은미래>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법안의 추진 배경과 주요 내용을 직접 밝혔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인권환경실사법’을 발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공급망 인권·환경 실사를 법제화하는 흐름이 거세다. EU는 한국의 네 번째 교역 대상국이다. 수출 비중은 약 10%(약 681억 달러)에 달한다. EU가 2028년부터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에 따라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한국 기업들은 수출·투자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지속가능 경영 체계를 갖추도록 법적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 ― 법안의 주요 내용은. “기업이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환경 침해를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완화하는 절차를

국내법·현지법 ‘이중고’, 개발협력 NGO에 법률 지원망 생긴다

[인터뷰] 조대식 KCOC 사무총장 “국제개발협력과 인도적지원 단체는 국내법뿐 아니라 현지 법률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대형 단체를 제외하면 이 문제를 전담할 인력조차 없는 게 현실입니다.” 조대식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이하 KCOC) 사무총장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겪는 법률적 어려움이 단순한 운영 이슈가 아닌 ‘구조적 과제’라고 진단했다. 130여 개 한국 국제구호개발 NGO의 연합체인 KCOC는 지난달 20일 법무법인 율촌, 사단법인 온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회원 단체를 위한 법률 지원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협약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온율은 국제개발협력 단체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KCOC는 수요 기관의 자문 연계와 행정적 조율을 맡는다. ― 현장에서 법률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2022년 비영리민간단체 전수조사 당시, 한 단체가 기한을 놓쳤다는 이유로 설립허가 취소 통보를 받고, 청문회 출석까지 요구받았습니다. 해외를 대상으로 국제개발협력을 30년 넘게 운영해 온 작은 단체였는데, 대표는 “사형선고 받은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정작 도움을 요청할 곳은 없었고, 행정 대응도 스스로 감당해야 했죠.” ― 왜 비영리단체에 법률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요. “지금의 법 체계는 비영리 공익활동을 장려한다기보다는 규제 중심입니다. 준수해야 할 법령은 많고, 단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은 계속 늘어납니다. 법률 대응이 필요한데도 인력이나 예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기부금 관련 논란도 있었다고요? “2023년 한 단체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았는데, 1·2심에서 법원이 “회원 회비도 기부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대로라면 대부분의 NGO가 불법 모금 단체가 되는 셈입니다. 심각한 위기였죠. 법무법인

임팩트로 흐르지 않는 ‘충분한 자본’…연결 이상의 ‘구조’ 필요해

[인터뷰] 파시안 로우 AVPN 시장 총괄 겸 부대표 아시아의 부(富)는 지난 10년간 세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그 자본이 기후 위기, 불평등, 보건 격차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자본은 존재합니다. 다만 흐르지 않을 뿐이죠.” 아시아태평양 최대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 AVPN의 파시안 로우(Patsian Low)시장 총괄 겸 부대표(Chief of Markets and Deputy CEO)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임팩트 금융, CSR, 자선, 지속가능성 분야를 넘나들며 30여 년간 미국과 아시아에서 활동해온 ‘임팩트 전문가’다. 비자(Visa) 아시아태평양 지속가능성 총괄 부사장, DBS재단 CSR 총괄, 싱가포르 자선센터 이사를 거쳐, 현재는 AVPN에서 동남아·동북아·오세아니아 3개 권역을 아우르는 시장 전략 총괄 역할을 맡고 있다. 그녀가 몸담고 있는 AVPN은 아시아태평양 최대의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다. ‘임팩트를 향해 자본을 움직인다’는 슬로건 아래, 현재 전 세계 33개국에서 재단·기업·패밀리오피스·정부기관·비영리조직 등 600여 개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AVPN은 컨퍼런스, 아카데미, 협업 플랫폼 등을 통해 자본과 사회문제를 연결하는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8일, <더나은미래>는 MYSC가 주최한 ‘2025 임팩트투자 생태계 간담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로우 부대표를 서울에서 만났다. ― AVPN은 다양한 조직과 이해관계자를 연결합니다. 협업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텐데요. “공통의 관심사와 필요를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AVPN은 기후, 성평등, 보건 등 주제별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고, 각 조직은 자신이 속한 의제에 따라 이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인도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사회문제를 다루고 싶다면,

규제는 넘치고 협력은 없다…“환경기술, 지자체가 받아줄 통로 필요” [스타트업, 차기 정부에 바란다]

스타트업 릴레이 인터뷰 <4> 이노버스[인터뷰]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 스타트업은 본래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태어났으나, 이제 돌봄·환경 등 공공의 과제 해법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주요 스타트업을 만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기여를 위해 차기 정부가 마련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물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 시민들은 페트병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죠. 수거 체계와 선별 인프라가 따라주지 못하면서, 재활용이 실제로는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는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자원순환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기술은 준비돼 있는데, 제도와 행정이 따라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노버스는 2021년 AI 기반 투명 페트병 무인회수기 ‘쓰샘’을 선보였다. 투명 페트병을 자동으로 선별하고, 병 1개당 10원 상당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수거된 병은 별도 가공 없이 바로 업사이클링이나 재생원료로 활용된다. 도입 이후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2024년 한 해에만 650만 개의 페트병이 수거됐고, 사용자 5만 명이 참여했다. 최근에는 일회용 컵을 세척 후 수거하는 ‘쓰샘 리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장 대표는 “페트병은 투명하게 배출되면 고품질 재생원료가 되는데, 기존 체계는 이 품질을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정부가 요구한 분리배출 목적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자원을 회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0년부터 공동주택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의무화하고, 2026년부터는 생수·음료 페트병에 재생원료 10% 이상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올해부터 식품용 페트병에 25% 이상 재생원료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노버스가

순환경제 한 축이 된 중고거래 “정부 주도 아닌 유연한 지원을” [스타트업, 차기 정부에 바란다]

스타트업 릴레이 인터뷰 <3> 번개장터 [인터뷰]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 스타트업은 본래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태어났으나, 이제 돌봄·환경 등 공공의 과제 해법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주요 스타트업을 만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기여를 위해 차기 정부가 마련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물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중고거래는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선 순환경제의 영역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하죠.”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한 소비와 자원 순환을 위해선 정부의 경직된 규제가 아니라 민간의 실험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정책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0년 이전까지 중고거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문자나 전화를 주고받는 방식이었다. 판매자는 계좌번호를, 구매자는 자택 주소를 공개해야 했고, 사기나 정보 비대칭 문제가 빈번했다. 번개장터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앱 기반의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을 선보였다. 상품 등록부터 채팅, 결제, 배송까지 하나의 앱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다. 최 대표는 “중고거래는 여전히 개인 간 거래가 주를 이루기에, 기술과 서비스로 신뢰를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8월, 번개장터는 중고거래 플랫폼 최초로 안전결제를 거래 표준으로 도입했다. 구매자가 ‘구매 확정’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판매자에게 대금이 전달되지 않는 방식이다. 고가의 명품이나 디지털 기기 등은 번개장터가 직접 정품 여부와 작동 상태를 검수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중고거래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정책 협업도 한다. 2022년부터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중고거래 분쟁 해결 체계를

비대면 진료도 ‘한시 허용’…불확실한 제도가 사회혁신 막는다 [스타트업, 차기 정부에 바란다]

스타트업 릴레이 인터뷰 <2> 닥터나우 [인터뷰]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 스타트업은 본래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태어났으나, 이제 돌봄·환경 등 공공의 과제 해법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주요 스타트업을 만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기여를 위해 차기 정부가 마련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물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일상에서 병원을 가기 어렵다는 건 단지 섬이나 산골의 어르신들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직장인, 자영업자, 육아 중인 부모에게도 병원은 ‘먼 곳’입니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의료 사각지대는 물리적 제약뿐 아니라, 시간과 환경 같은 상황적 요인으로도 생긴다”며 “비대면 진료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병원을 가는 일은 기회비용이 높다”며 “특히 낮 시간 병원 이용이 어려운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비대면 진료가 유의미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OECD는 비대면 진료가 고령층이나 농어촌 거주자뿐 아니라, 평일 근무시간 내 병원 이용이 어려운 근로자들에게 유의미한 대안이며, 시간빈곤 문제 해결 수단으로 평가한 바 있다. ◇ 코로나가 문을 연 비대면 진료, “20~40대가 80%”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는 30여 년간 의료 취약지 거주자나 교도소 수감자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시행돼 왔다. 전환점은 코로나19였다. 2020년 11월 닥터나우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을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엔데믹과 함께 제도는 시범사업 형태로 축소됐지만,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2024년 2월부터 다시 한시적 전면 허용이 이뤄졌다. 현재는 기존 의료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자리

“공공데이터 더 많이 열어야 거브테크가 산다” [스타트업, 차기 정부에 바란다]

스타트업 릴레이 인터뷰 <1> 코딧 [인터뷰] 정지은 코딧 대표이사 스타트업은 본래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태어났으나, 이제 돌봄·환경 등 공공의 과제 해법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주요 스타트업을 만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기여를 위해 차기 정부가 마련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물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사태 때 정책 한 줄이 삶을 좌우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백신 수급부터 시장 유동성 확대가 기업·부동산 시장을 흔들었고, 관심이 폭주하며 코딧 사이트는 한때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습니다.” 정지은 코딧 대표는 OECD에서 정책분석가로 8년간 근무하면서 정책이 사람들의 삶에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정책 데이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AI 기술을 활용한 정책 모니터링 스타트업 ‘코딧’이 만들어졌다. 2020년 설립된 코딧은 의안, 법령, 규제뿐 아니라 관련 보도자료,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의 발언까지 한데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핵심 고객은 기업·국회·지자체·정부 부처 등 정책 결정 주체들이다. 정 대표는 “국내외 기업들이 정부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해 전략을 세우고, 정부도 정책 개정 과정에서 코딧을 통해 관련 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품 수입 안전관리 교육을 온라인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코딧을 활용해 관련 규정을 찾은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 이슈 때마다 정책 데이터 무료 개방…시민 참여 문턱 낮추다 코딧은 주력인 B2B 수익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정책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인도네시아 20대 청년이 바꾸는 ‘커피의 미래’

[인터뷰] 아린다 카리나 렝갈리(Arinda Karina Renggli) ‘렝갈리 커피 컴퍼니’ 창업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북부 아체주(州)의 고산지대. 이곳에는 약 36개 마을, 2000여 명의 농민이 소속된 커피 협동조합 ‘페르마타가요(Permata Gayo)’가 있다. 농민들이 직접 자본을 출자하고 운영하는 이 협동조합은 인도양 쓰나미와 아체 지역의 무력 분쟁 이후 파괴된 커피 농장을 재건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됐다.  페르마타가요는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하고 해외 바이어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으로 가격 협상력을 확보했다. 농민들은 제값을 받고 안정적으로 커피를 판매할 수 있게 됐고, 이는 경제적 자립과 지역 복구로 이어졌다. 현재 이 협동조합은 매달 5~10 컨테이너, 약 100톤에서 200톤에 달하는 커피를 한국,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 “조합은 단순히 돈만 버는 조직이 아닙니다” 지난 9일 한국을 찾은 페르마타가요의 마케팅 매니저 아린다 카리나 렝갈리(Arinda Karina Renggli·25) 씨는 조합의 성과로 ‘커피 수출’보다 먼저 “구급차 5대”를 언급했다. 조합은 사업 수익으로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구급차를 기증하고, HPV 백신 접종, 건강검진 장비 지원 등 보건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는 커피로 돈을 벌기만 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조합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믿어요.” 협동조합은 농민에게 농기구를 지원하고, 가지치기·재배법·가공법 등 농업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여성 조합원을 위한 재봉교실과 보육 공간도 마련해 일과 돌봄이 병행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다. 조합 내부에는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청년위원회’도 존재한다. 페르마타가요와 함께 자매 협동조합인 ‘코코와가요’ 소속 청년 약

임팩트 투자의 미래, ‘관계 자본’에 달렸다 [창간 15주년 특집]

[인터뷰] 로버트 김 JLIN LLC 매니징디렉터·MYSC 이사 지난해 말, 동남아 대표 유니콘으로 주목받았던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이피셔리(eFishery)’의 대규모 회계 조작 사건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뒤흔들었다. 이피셔리는 소규모 어민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사료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며, 기술 기반의 임팩트를 실현해 온 스타트업이었다. 테마섹,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급성장했지만,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의 매출을 1억5700만달러(한화 약 2280억원)에서 7억5200만달러(한화 약 1조900억원)로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회사는 청산과 매각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세 달 뒤엔 미국 스타트업 ‘프랭크(Frank)’의 창업자가 1억7500만달러(약 2497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학생들의 학자금 지원 신청을 간소화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던 프랭크는 2021년 JP모건 체이스에 인수됐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 수를 30만명에서 400만명으로 부풀려 투자자와 인수사를 속인 사실이 드러났다. 임팩트를 내세운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신뢰를 저버리면서, 투자 생태계 전체에 성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15년 뒤 임팩트 생태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그 해답으로 ‘관계 자본(Relational Capital)’을 강조하는 이가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제레미 린의 패밀리오피스 ‘JLIN LLC’를 이끄는 로버트 김(Robert Kim) 매니징디렉터다. 지난 7일, <더나은미래> 창간 15주년을 맞아 로버트 김을 만나 ‘임팩트 투자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 임팩트를 말하면서, 사람을 잊는다면 로버트 김은 글로벌 임팩트 투자사 ‘캡록(Caprock)’에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로 100건 이상의 임팩트 투자를 집행한 전문가다. 2022년부터는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제레미 린의 패밀리오피스인 JLIN LLC에 합류해 청소년과 지역사회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는 빚진 세대”…20대의 열정, 학교를 짓다

[인터뷰] 조수현 샛별학교 대표 “오늘은 병원 예약할 때 쓰는 표현부터 연습해볼게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열린금호교육문화관의 한 교실. 어르신, 청소년, 외국인이 함께 앉아 수업을 듣는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대부분 대학생이다. 이곳은 조수현(22) 대표가 설립한 청년 참여 비영리 평생교육기관 ‘샛별학교’다. 샛별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 다문화가정,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어 문해교육부터 검정고시 준비까지, 주 6일 수업을 연다. 총 28개 강좌 모두 맞춤형, 전액 무료다. ◇ 독일·미국서 배운 ‘사회적 책임’ 조 대표가 ‘사회’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학교를 자퇴한 그는 국제로타리클럽의 ‘청소년 외교대사 프로그램’에 참가해 독일로 떠났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현지 가정에 머물며 학교에 다니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이다. “홍콩 이민자 가정, 환경 운동가 가정…그들과 지내며 난민 차별과 환경 문제를 피부로 느꼈어요. 독일 로타리클럽 어르신들께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있다는 걸 깨달았죠.” 이 경험은 그에게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를 각인시켰다. 이후 미국 국무부 초청 장학생으로 아칸소주에 4개월간 머물면서 그는 또 다른 현실을 마주했다. “터널을 처음 본 사람들, 비행기를 타보지 못한 가정도 있었어요. 선진국 안에도 계층 격차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배경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걸 배웠습니다.” ◇ 검정고시 준비하며 키운 ‘교육봉사’의 꿈 2020년 귀국한 조수현 대표는 검정고시로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 사각지대의 현실을 절감했다. “서울 대학에 가려면 검정고시

여성 국회 진출·질병관리청 설립…몽골 변화 촉진하는 ‘한국형 협력’

[인터뷰] 최진원 주몽골 한국대사 한국과 몽골이 활발한 인적 교류를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혁신을 위한 협력으로 발걸음을 넓히고 있다. 몽골은 전체 인구의 약 10%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고, 현재 약 5만5000명의 몽골인이 한국에 거주 중이다. 2021년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고, 2022년부터는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교류가 더욱 확대됐다. 몽골은 젊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로 꼽힌다. 인구의 70%가 45세 이하이며, 2023년 경제성장률은 7%를 기록했다. 특히 구리와 석탄, 금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해 세계 10대 자원 부국으로 꼽힌다. 지난 16일, 몽골 울란바토르 주몽골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최진원 한국대사는 “35년간 쌓아온 인적 교류라는 자산을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협력으로 나아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30년 이어진 개발협력…여성 정치참여 확대 두드러졌다 한국은 1995년 코이카(KOICA) 몽골 사무소 개소를 시작으로 다양한 개발협력(ODA) 사업을 추진해왔다. 몽골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세 기수 연속 한국의 ODA 중점협력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이 몽골에 제공한 무상원조 규모는 3400만 달러(한화 약 489억원), 유상원조는 6600만 달러(한화 약 950억원)에 달한다. 현재는 코이카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이 협력에 참여하며 사업의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몽골 ODA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여성 역량 강화 사업’이 꼽힌다. 최진원 주몽골 한국대사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코이카(KOICA)와 UNDP가 공동 추진한 이 사업이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몽골은 국회의원 선거법을 개정해 여성 할당 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