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 영국 런던 번화가의 어느 작은 도로에서 ‘하이드’라는 남자가 소녀를 무참히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하이드에게 “돈으로 소녀에게 배상하라”고 요구했고, 하이드는 지역 내 명망 높은 지킬 박사의 서명이 적힌 백지 수표를 건네주고 자리를 떠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서막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자신의 자아에 내재하는 또 다른 자아에 쫓기는 한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작품으로, 모두에게 존경을 받는 지킬 박사가 사실은 잔인하고 추악한 모습을 지닌 하이드였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최근 한국의 어느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평가기관이 ‘ESG 워치리스트’를 발표했다. ESG 리스크가 높은 요주의 기업 9곳을 선정해 공개한 것이다. 오염물질 배출 및 배출량 조작,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사건, 근로자 산업재해, 고객정보 유출 사고, 하도급업체 기술 유용, 총수일가 횡령, 뇌물공여, 계열사 부당지원, 정경유착을 통한 합병 등이 선정 이유였다. 그런데 이들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ESG 경영을 선언하고 ESG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타 ESG 평가에서는 우수한 기업으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ESG 우수기업으로 ESG 경영을 잘 실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셈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어떻게 해야 기업의 이러한 이중성을 막을 수 있을까? 이탈리아 사크로 쿠오레 가톨릭대학교의 알폰소 델 주디체 교수와 실비아 리가몬티 교수는 기업의 부정행위와 ESG 평가 결과와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ESG 평가는 복잡한 설문지와 기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