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한국 기업에 필요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2021년 8월 19일. 미국의 대표적 경제단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 참석한 대기업 CEO 181명이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서’에 서명한 지 2년이 된 날이다. 이날 조슈아 볼튼 BRT 회장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2 년 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CEO들은 고객, 직원, 협력회사, 사회 그리고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고 이익을 내려면 직원에 대한 투자, 고객과 파트너와의 신뢰 유지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고 거래업체와 협력하며 지역사회의 좋은 구성원이 되어야 합니다. 최고의 CEO들은 오랫동안 이러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전례 없는 위기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의 CEO들은 독창성과 혁신, 이해관계자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헌신하며 2년 전에 서명한 성명서에 대한 약속을 강력하게 지켜왔습니다. 그들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나는 그들이 계속해서 도전에 임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년 전, 당시 BRT에 참석한 기업가들이 22년간 지속되어 온 주주중심의 경영정책을 뒤집은 일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더 이상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서명한 것이다. BRT는 미국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1972년에 설립된 경제단체다. 시민의 반(反)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리고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기본적으로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위해 로비하며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주만이 아닌 고객과 직원,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죄악주 프리미엄’이라는 허구

2001년 9월, 책 한 권이 세상에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브랜드들의 이면에 숨겨진 아동노동 착취, 전쟁, 환경파괴 등의 어두운 그늘을 조명한 서적이다. 거대 기업의 파렴치한 행태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이 책에는 독재 부패정권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어떤 모습으로 더러운 유착관계를 맺는지 보여준다. 환경과 사회를 보호하는 관련법을 저지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것만 같은 유명 브랜드 회사가 국제단체와 어떻게 협업하는지도 밝혔다. 인권을 묵살하는 파렴치한 기업, 전자산업 내에 드리워진 아동노동의 그림자, 의약품 업계에 자행되는 실험용 모르모트 인간, 석유업계의 환경오염 실태 등 기업이 만드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과거에는 한두 번 욕 먹고 금방 잊힐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ESG를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 투자기관 입장에서 이른바 ‘나쁜 기업’은 투자 배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 분야에서는 ‘죄악주(罪惡株)’라고 불리는 업종과 종목이 있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거나 사회적인 통념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류, 담배, 도박, 무기, 성상품, 대부 업종에 속하는 주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죄악주는 ESG 투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윤리적, 종교적 신념 또는 환경·인권 보호와 같은 사회적 동기를 고려해 투자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재무적 가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투자 전략 관점이 더 크게 작용한다. 우리는 종종 ESG를 고려해 투자한다면서 카지노 기업의 지분을 늘렸다든지, 석탄발전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다소 비판적인 기사를 접하곤 한다. 급격히 늘어난 ESG 펀드나 ESG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그린워싱과 커뮤니케이션 사이 그 어딘가

날이 조금씩 더워지는 이맘때가 되면 기다려지는 소식이 있다. 바로 기업과 기관들이 매년 내놓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다. 일부에서는 CSR 보고서 또는 기업시민보고서라는 이름으로도 발간하며, 올해는 ESG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공시한 기업도 적지 않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각 기업이 지난 1년간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했고, 그로 인한 성과와 미흡한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비즈니스를 할 계획인지를 담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의 재무적인 정보는 재무제표로 확인하고 비재무 정보는 지속가능보고서로 확인했지만, 얼마 전부터는 재무·비재무 정보를 통합한 보고서를 만드는 기업도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지속가능보고서는 2001년 2개를 시작으로 작년 기준 135개로 늘었다. 최근 10년간 보고서 발간율을 따지면 약 64% 증가했다. 기업은 언제부터, 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만들게 되었을까? 1989년 3월 미국에 본사를 둔 정유회사 엑슨(Exxon)의 유조선인 엑슨 발데즈호가 미국 알래스카 해안에서 암초와 부딪혀 좌초하면서 24만 배럴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된 사고가 있었다. 이로 인해 근처 바다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고 수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알래스카 원주민의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엔 환경계획(UNEP)의 지원을 받아 환경단체인 세레스와 텔루스 연구소는 1997년 GRI라는 조직을 설립하고 기업의 경제, 사회, 환경과 관련된 공시기준 초안을 만들었다. 이후 지속가능성 보고지침 및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GRI가 만든 가이드라인은 회사 및 공급망의 활동으로 인한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와 관련된 비용과 이익을 표준화하고 정량화해 제3자가 객관적으로 기업을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GRI가 만들어진 후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 현황을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에 맞춰 공시하기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준법경영, ESG 경영의 시작

최근 ESG(환경·사회·거버넌스)라는 용어가 중요해지면서 많은 조직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ESG 공시기준 또는 평가기관이 요구하는 수준과는 달리 기업의 활동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횡령을 한 당사자가 기업의 ESG 위원장을 맡거나, 한편으로는 ESG 경영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최고 경영진이 불법을 저질러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한 회사는 회사 자체적으로 ‘그린리스트(Greenlist)’라는 지표를 만들고 공신력 있는 환경지표인양 오인토록 한 후, ‘그린리스트 성분’ 표시를 해서 소비자로 하여금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처럼 표시위반을 하여 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ESG 경영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기업은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거버넌스 측면의 노력과 성과를 알리고 싶어하는데 이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컴플라이언스, 즉 준법경영과 윤리경영이다. 지난 4월 국제 표준화기구인 ISO는 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 즉 조직의 준법경영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인증기준을 제정하였다. ‘ISO 37301’로 명명된 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은 조직 내부의 효과적인 규정준수 시스템 구축 및 실현, 평가와 개선을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러한 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은 조직의 유형, 규모 및 성격에 관계없이 모든 유형의 조직에 적용되며 공공, 민간 또는 비영리 부문에도 적용된다. 국제 표준화기구가 준법경영 인증제도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준법경영에 대한 요구는 사실 국제 표준화기구에서 오래 전부터 강조하고 있던 사항이다. 2010년에 제정된 ‘ISO 26000’은 국제 표준화기구에서 만든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으로 각 조직이 자율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ISO 26000은 각 조직이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경영자를 위한 히포크라테스 선서

지난 2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은 전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50대 기업을 발표했다. 기업의 혁신성, 인사관리 부분, 자산 활용, 사회적 책임과 품질 관리, 재정 건전성, 장기 투자 가치, 제품·서비스 품질, 글로벌 경쟁력 등 9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GPTW도 매년 탁월한 리더십과 높은 사명감으로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들고 혁신적인 경영철학을 확산·보급하는 CEO를 선정해 ‘일하기 좋은 직장(Great Place to Work)’을 시상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여러 단체들도 매년 사랑받는 기업과 존경 받는 기업을 선정하고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정 기업들은 실제로 사회에서 사랑받고 존경받고 있을까? 사실 기업은 우리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지는 못했다. 경영진이 횡령과 배임으로 구속되기도 하고, 협력업체에 갑질을 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와 노동조합 탄압을 지시하기도 했고, 노동자가 임원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 2001년 기업의 사기와 부패와 관련된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한 에너지·물류 회사인 엔론이 회계부정 사건으로 파산하면서 당시 경영진은 사기와 내부자 거래 등의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엔론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미국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아서앤더슨 역시 영업정지를 받고 결국 파산했다. 이후 2007년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위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전 세계 많은 회사들이 파산하며 금융위기를 맞은 일이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회사의 부실 대출과 함께 이들을 감시하는 신용평가사 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더욱 커졌다.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ESG 평가에 대한 기업의 4가지 반응

최근 ESG(환경·사회·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ESG에 대한 우려와 한계 또한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일명 지속가능성 지수로 불리는 ESG 평가의 실제 의도는 투자자가 ESG 관련 위험에 대한 노출평가와 관리, 피투자 기업과의 교류 등을 목적으로 비재무적 성과를 보다 광범위한 기업과 비교 평가해 책임 있는 투자상품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재는 표준화된 공시기준과 평가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단골로 제기되며 ESG 공시 및 평가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GRI, CDP, IIRC, SASB, CDSB 등 5개 기관은 지난 9월 기업이 공시하는 보고서 표준을 통합하겠다고 밝히고, IIRC와 SASB는 내년 중반까지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ESG 평가에 대해 ‘좌절’을 느끼는 기업이 많은데 그 이유는 수십 개의 평가기관이 연중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플랫폼과 다른 방식을 사용해 유사한 것을 측정함으로써, 기업에 ‘분노’와 ‘냉소’와 ‘보고 피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에스터 클레멘티노(Ester Clementino)와 리처드 퍼킨스(Richard Perkins)는 ESG 평가에 대해 기업이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는지, 실제로 ESG 평가가 기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연구하였고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하였다. 먼저 에스터 클레멘티노와 리처드 퍼킨스는 ESG 평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ESG 평가 및 등급이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ESG 관련 조직을 정교화하고 이들 조직의 역량강화에 힘을 쏟기 시작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외부평가가 마치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사랑받는 기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중요해지면서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더불어 지적되는 게 ‘ESG 워싱’(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는 ESG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조직적인 대응, 성과 관리 등이 미흡함에도 외부에는 ESG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잘하는 기업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기업은 언론이나 SNS 등 홍보채널을 통해 ESG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의 노력을 알리려 할까? 기업 내부적으로 조용하게 ESG 경영을 잘하면 되지 않을까? ‘기업이 왜 사회공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이 있었다. 이 질문은 비단 경영진이 사내 사회공헌부서 담당자에게 던지는 질문일 뿐만 아니라, 주주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도 기업에 묻는 단골 질문 중 하나였다. 주로 모범답변으로 사용되던 것이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 ‘기업에 대한 긍정적 평판 형성’,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이었다. 그리고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사회적으로 좋은 명망을 얻고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사회구성원의 지지를 통해 회복할 수 있는 동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문장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 기업이 ESG 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ESG 경영 후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 질문인 ESG 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미 너무 많은 기사와 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음 질문인 ESG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기업의 ESG 성과는 여러 공시기관과 평가기관에서 만든 환경·사회·지배구조 각 영역의 항목과 지표 측정을 통해 확인할 수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ESG의 배신

새해를 맞아 기업들 저마다 주요 경영방침을 선언하고 있다. 이중 눈에 띄는 공통적인 단어 중 하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ESG는 2006년 UN PRI(유엔 책임투자원칙)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된 용어로, 투자 시 수익성 등 재무적인 성과 이외에 피투자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 및 연기금, 블랙록과 같은 해외 투자기관으로부터 시작된 ESG에 대한 강조는 한국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등 금융권은 일찌감치 ESG 전담조직을 만들고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건설의 경우 ‘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여 ESG를 선도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리포지셔닝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주요 건설사들도 ESG를 올해의 주요 키워드로 꼽고 있다. 투자자 및 기업이 ESG를 강조하다 보니 이들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계, 법무법인들도 앞다투어 ESG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ESG 펀드 규모 또한 매년 커지고 있는데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펀드의 규모가 45조 달러(약 5경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향후 20년간 20조 달러가 신규로 ESG 펀드에 유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투자자와 기업이 ESG 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관점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노력, 사회에 대한 관심, 건강한 지배구조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조건이며, 회사의 존망을 결정하는 요소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ESG 경영이 기업에 실제로 도움이 될까? ESG가 중요하고, 필요하며, 도움이 된다고 하고 있고 기업들은 ESG를 잘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설명은 좀 다르다. UN PRI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사회공헌의 파트너십

지난 11월말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이 주최한 ‘2020 서울사회공헌 우수 프로그램’ 시상식이 열렸다. 공공, 비영리, 민간 등 2개 이상의 기관이 협력해 수행한 사회공헌 활동으로만 참여를 제한한 것이 특징인데, 심사를 총괄한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는 “우리가 해결하려는 것들이 큰 문제이고 많은 해결책이 필요한 만큼 반드시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최근 사회공헌은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는 총평을 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최하고 사회공헌센터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주관한 ‘제4회 사회공헌 파트너 매칭데이’가 진행됐다. 이 행사는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춘 우수한 사회공헌 사업을 발굴해 공공, 민간기업과 비영리, 사회적경제 조직의 협력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올해는 ‘장애, 아동과 청소년, 환경’이라는 주제로 공모사업이 진행됐다. 이제 ‘사회공헌’ 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협력’과 ‘파트너십’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의 사회공헌은 정말 파트너십을 필요로 할까? 전 세계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자고 약속한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의 17개의 목표 중, 마지막 17번에 해당하는 것도 ‘파트너십’이다.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과 다국적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연구한 흥미로운 논문이 있다(조상미∙권소일, 2016). 이 연구는 국내 기업과 국내에 소재한 다국적기업의 사회공헌 현황을 비교하고, 기업이 사회공헌을 하는 이유와 장애요인을 분석한 후, 결론에서는 기업 사회공헌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먼저 국내에서 ‘다국적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 가장 큰 이유였고, 그다음은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사회공헌과 관련한 ‘기업의 사회적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컬렉티브 임팩트’라는 약속과 현실

올해 한국사회에서 공공, 기업, 시민사회를 통틀어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일 것이다. 지난 2018년 3월 정부는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사회적 가치 중심의 정부’, ‘참여와 협력’, ‘신뢰받는 정부’를 세 가지 전략으로 선정했다. 이후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 확산을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민간기업은 어떨까? 삼성전자는 올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경제적 성과와 함께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환경적·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는 대표이사의 말을 실었고, SK그룹은 더블바텀라인(DBL)을 제시하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모두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진정한 가치창출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컬렉티브 임팩트’라는 용어가 눈길을 끈다. 컬렉티브 임팩트는 2011년 카니아와 크레이머(Kania & Kramer)가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에 언급하면서 유명해진 용어다. 물론, 이전에도 사회문제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공동 대응(Coordinated Community Response)’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이 있었다. ‘공동 대응’은 어느 한 조직이나 기관이 혼자서 복잡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데, 단순히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통의 의제를 개발하고 실행하는 과정으로서 ‘컬렉티브 임팩트’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컬렉티브 임팩트’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다음의 다섯 가지 필수 요건이 있다. ▲공통된의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호 보완 활동 ▲중추적 지원 조직 ▲공유 측정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컬렉티브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부도덕한 경영? 비도덕적 경영?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기업 내부에서도 지속가능경영 및 ESG 관련 조직을 갖추고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그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전체 운용자산 752조 2000억원 중 약 60%에 달하는 450조원에 대해 ESG 원칙을 적용해 투자키로 결정했다. 여러 자산운용사도 자체 ESG 평가 기준을 만들고 사회적 책임(CSR)을 잘 이행하는, 일명 ‘착한 기업’을 찾아 투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산업계와 함께 고민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지난 7월 창립한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포럼’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지속가능경영, ESG등의 단어와 함께 등장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무엇일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은 미국 경제학자인 하워드 보웬(Howard R. Bowen)이 1953년에 출판한 ‘비즈니스맨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도 기업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몇 가지 주장이 있었지만, 하워드 보웬으로부터 CSR의 개념이 정립됐다는 게 통설이다. 이후 다양한 개념으로 정의되던 CSR은 1979년 캐롤(Carroll. B. A)이 기업의 성과에 대해 작성한 아홉 페이지의 짧은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정리됐다. 캐롤은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임의의 책임이라고 정의하며 CSR의 개념을 발전시켰지만, 마지막 ‘임의의 책임’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1991년 마침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으로 재정의한 논문 ‘CSR의 피라미드’를 발표했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이행하는 방식은 회사의 규모와 경영진의 철학, 기업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그린워크’와 ‘그린토크’가 불일치할 때 ‘그린워싱’이 탄생한다

빙하와 만년설이 녹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긴 장마와 잦은 태풍, 게릴라성 폭우가 이어진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13일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녹색금융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됐다. 금융위 손병두 부위원장은 “자산운용에 있어 전통적 리스크 외에도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요소 등 사회적 책임투자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늬만 녹색인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그린(녹색)’과 ‘화이트워싱(불쾌한 사실을 숨기기 위한 눈가림)’의 합성어로, 겉으로는 환경에 좋은 녹색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환경오염 감소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린워싱과 관련해 켄트워커(Kent Walker)와 팡완(Fang Wan)은 ‘상징적 행위와 그린워싱의 피해’라는 연구 논문에서 다양한 그린워싱 사례를 조사하고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했다. 이 연구에서 저자는 환경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그린워크(Green Walk)’로 정의했다. 또 환경을 위해 상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그린토크(Green Talk)’라고 했다. 그린워크와 그린토크의 불일치를 ‘그린워싱’이라고 정의했고, 그린워크과 그린토크를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그린 하이라이팅(Green Highlighting)’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다음 4가지의 가설을 세우고 검증했다. 첫 번째 가설은, 환경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그린워크)는 재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환경을 위해 상징적으로 하는 행동(그린토크)은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 그린워싱은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 넷째, 그린 하이라이팅은 재무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린워크는 재무성과와 큰 관련이 없었고, 상징적 활동인 그린토크는 가설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그린워싱도 예상대로 재무성과에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