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놓고 보면 학기 중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방학 때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대상의 자문이나 컨설팅을 주로 한다. 이번 겨울방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학 기간 동안 수십여 개 기업과 기관 관계자를 만나 지속가능경영, ESG, CSR 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통적으로 나왔던 말이 있다. “회사에서는 ESG를 잘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정작 인원과 예산은 변함이 없다” “ESG 활동 계획을 세우고 보고 드리면, 첫 질문이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 등의 내용이었다.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모두의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 내부의 현실은 조금 다른 듯하다. ESG 경영이 기업의 기본적인 활동으로 정착되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맞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1~2월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 상위 300대 기업 중 81.4%가 작년 대비 ESG 사업 규모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또한 ESG 위원회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곳이 88.4%에 달했고, 탄소배출량 감축, 신재생 에너지 활용,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 및 공급망 리스크 관리 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동시에 이러한 ESG 경영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감세, 공제 등 세제지원과 규제 완화,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필자가 지난해 기고했던 ‘ESG의 배신’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있다. ESG 경영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맞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어설프게 ESG 경영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개념으로 ‘ESG 패러독스(역설)’를 소개했다. ESG와 관련된 워싱을 경계하자는 의미로, ESG 경영은 선언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고, E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