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ESG 평가에 대한 기업의 4가지 반응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최근 ESG(환경·사회·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ESG에 대한 우려와 한계 또한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일명 지속가능성 지수로 불리는 ESG 평가의 실제 의도는 투자자가 ESG 관련 위험에 대한 노출평가와 관리, 피투자 기업과의 교류 등을 목적으로 비재무적 성과를 보다 광범위한 기업과 비교 평가해 책임 있는 투자상품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재는 표준화된 공시기준과 평가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단골로 제기되며 ESG 공시 및 평가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GRI, CDP, IIRC, SASB, CDSB 등 5개 기관은 지난 9월 기업이 공시하는 보고서 표준을 통합하겠다고 밝히고, IIRC와 SASB는 내년 중반까지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ESG 평가에 대해 ‘좌절’을 느끼는 기업이 많은데 그 이유는 수십 개의 평가기관이 연중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플랫폼과 다른 방식을 사용해 유사한 것을 측정함으로써, 기업에 ‘분노’와 ‘냉소’와 ‘보고 피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에스터 클레멘티노(Ester Clementino)와 리처드 퍼킨스(Richard Perkins)는 ESG 평가에 대해 기업이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는지, 실제로 ESG 평가가 기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연구하였고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하였다.

먼저 에스터 클레멘티노와 리처드 퍼킨스는 ESG 평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ESG 평가 및 등급이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ESG 관련 조직을 정교화하고 이들 조직의 역량강화에 힘을 쏟기 시작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외부평가가 마치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윤리적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과 같은 상황을 유도할 위험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즉, ESG 평가는 그간 재무적인 데이터만을 고려한 기업평가에서 이제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이며 비교 가능한 비재무적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불균형’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ESG 평가 및 등급화의 근거가 되는 기업의 데이터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 위주로 제공해 본래 취지인 정보 불균형 해소가 아닌 ‘정보의 비대칭’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ESG 평가기관들도 의도적으로 타 평가기관과의 차별화를 위해 경쟁하고 있어 통일된 기준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여러 기관에서 ‘한국형 평가기준’ 등의 이름으로 자체 ESG 평가기준을 만들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연구진은 ESG평가에 대해 반응하는 기업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먼저 ESG 평가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나누고, 다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과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으로 나누었는데, 이러한 구분에 따라 기업을 수동적 수용기업 적극적 수용기업 수동적 저항기업 적극적 저항기업 등으로 나누고 그룹별로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수동적 수용기업’의 경우 외부 ESG 평가에 대해 어느 정도는 반응하고 있으며 ESG 등급 결과가 기업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응답하였다. 이 부류의 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중심으로 평가기관에 대응하고, 평가기준에 맞추어 보고서나 홈페이지 등에 공개 수준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동적 대응을 하였다. ‘적극적 수용기업’의 경우 ESG 평가 결과가 좋으면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평가자의 요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적극적으로 응답하여 경쟁회사에 비교우위를 선점하고 투자자와의 신뢰와 평판을 구축하였다. 이들 그룹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작성 수준을 높였고, 관련 조직을 고도화했으며, 임직원의 KPI에 ESG 관련 목표를 부여하고, 임직원의 인식을 높이는 활동을 하였으며, ESG 관련 지표에 대해 학습하고 벤치마킹한 후, 기업의 새로운 정책에 ESG를 반영하는 활동을 하였다.

반면 ‘수동적 저항기업’은 ESG 평가결과가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기업의 평판 제고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ESG 평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 ESG 요구에 대해 ‘묵살’하는 경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적극적 저항기업’은 ESG 경영과 비즈니스 목표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ESG 평가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룹이었다. 오히려 이들 그룹은 ESG 평가 결과는 진정한 ESG 경영을 위한 일부 이해관계자에 불과하며, ESG 평가요소가 미래 성과 예측보다는 과거 성과에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통해 피평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ESG 평가항목에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좋은 ESG 평가등급을 받기 위해 공시범위를 확대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실제 기업의 경영현실과는 다른 정보를 포함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는 문제를 지적하였다. 즉 기업이 개선된 것들을 중심으로 공개하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축소하거나 부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조심해야 하고, ESG 평가가 기업의 상업적 마케팅 요소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ESG 성과가 좋은 기업이 사회에 무해하고 도덕적인 기업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하였다.

과거에도 ISO 26000, 지속가능경영, CSR 등의 이름으로 환경과 사회와 거버넌스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해왔지만 지금처럼 기업이 반응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선언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기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체가 ‘투자자’ 그룹임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선한 마음으로 기업이 변화하기를 바랐던 것은 몇몇 낙관론자의 희망사항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이유와 어떻든 지금은 기업이 변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기업들이 제대로 기업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오늘의 논문
-Ester Clementino· Richard Perkins(2020), “How Do Companies Respond to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ESG) ratings? Evidence from Italy”, Journal of Business Ethics. https://doi.org/10.1007/s10551-020-04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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