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탈석탄법 입법 토론회’
한국에는 현재 61기의 석탄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석탄발전소가 내뿜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만큼, 탄소중립에 있어 탈석탄은 중요하다. 마지막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가 지난달 17일, 상업운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석탄발전소 수명 30년을 고려하면 자연적인 탈석탄은 2054년에 이뤄진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탈석탄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에너지전환지원법과 신규석탄발전법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에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석탄법 입법토론회’가 열렸다. 환경 전문가와 석탄 산업 종사자 및 관계자들이 모여 탈석탄을 달성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지점들을 논의했다.
탈석탄은 늦어질수록 손해, 당근과 채찍으로 빠른 전환 필요해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송용현 사단법인 넥스트 부대표는 탈석탄이 늦어질수록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울 뿐 아니라, 경제적 손실도 크다고 강조했다. 석탄발전소를 오래 가동할수록 사업자가 받는 보상금도 줄어들고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도 커진다는 것이다.
송용현 부대표는 “국가 환경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아지면서 2035년부터는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이 50% 이하로 떨어져 경제성이 없다”며 “폐지 보상금은 발전소 이용률을 바탕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자 보상금은 작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용현 부대표는 “늦어도 2035년까지 탈석탄을 이끌어내야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현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해외 탈석탄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또한 경제적 유인과 법의 강제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2020년 9월부터 지금까지 7차례의 경매를 통해 탈석탄 보상금을 지급하고 발전소 41곳을 폐지했다. 올해 3월에도 발전소 7곳을 추가로 폐쇄하기로 결정하는 등 탈석탄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네덜란드는 더욱 엄격한 정책을 펼쳤다. 네덜란드는 2019년 대법원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은 뒤 강력한 탈석탄법을 제정했다. 203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닫도록 하며 보상금 또한 제한적으로 지급했다. 하지현 변호사는 “보상만으로는 탈석탄을 이끌어낼 수 없다”며 “어떤 발전소를 언제 폐쇄할 것인지, 보상은 어떤 기준으로 지급할 것인지 등을 명시한 법을 정해 탈석탄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이재혁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탈석탄 과정에서 녹색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 중립으로 인해 쇠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과 지역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제적 기준에 맞춰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혁 연구위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정권 기조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커진다”며 “탈석탄 정책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지휘하고 갈등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탈석탄 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탈석탄법 제정 전,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이어 토론에는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기후변화법제팀장 ▲임동조 삼척블루파워 상무 ▲남부발전·남동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남승홍 충청남도 탄소중립경제과장 ▲남태섭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좌장은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장은혜 팀장은 법 제정 이전에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은혜 팀장은 “기후 분야 법률은 목표, 재정 규모까지 명시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법률이 구체적인 만큼 법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는 탈석탄의 파급력을 공유하고 피해 당사자가 누구인지, 그들에게 왜 보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동조 상무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삼척 블루파워의 상황을 설명하며 법 제정 시 계약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임동조 상무는 “삼척 블루파워는 국가뿐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투자자 간 계약 등 다양한 협약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2차 협력사들은 30년 가동을 전제로 투자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탈석탄 시 해소해야 할 계약 관계가 다양한 것이다. 덧붙여 발전소 지역 인재 채용 등 지역에 기여하는 역할이 큰 만큼 탈석탄의 파장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탄발전소 폐쇄로 타격을 입은 당사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남승홍 과장은 ‘석탄화력발전 폐지지원 특별법’이 필요하다 호소했다. 남승홍 과장은 “미세먼지 저감 정책으로 보령시의 발전소를 폐쇄하며 인구가 줄어들고 경기가 침체됐다”면서 “일자리 및 지역 경제 충격을 고려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2020년 12월 보령화력 1·2호기가 폐쇄된 직후 충남 보령 지역은 인구 10만명선이 붕괴됐다. 보령화력 1·2호기 폐쇄 전인 2018∼2020년 3년 동안 보령에서는 연 평균 880명의 인구 감소가 있었지만, 폐쇄 직후인 2021년에는 2배가 넘는 1821명이 줄었다.
이소영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탈석탄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소영 의원은 “탈석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동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이번 토론에 나왔던 내용을 잘 담아 탈석탄법을 발의하고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2년 기준 석탄발전은 한국의 전기 생산에서 39.7%를 차지며 발전 에너지원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지난달 31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는 석탄발전의 비중을 2030년 17.4%, 2038년 10.3%로 낮추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그 공백을 신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