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인성교육의 시작입니다] (1) 굿네이버스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학교 폭력 중 35%가 언어폭력 형태
스마트폰 통한 SNS 대화서 특히 심해고맙거나 미안했던 이야기 나누는 방식
‘간지럽다’며 싫어하던 아이도 차츰 변해
긍정적인 말의 중요성 깨닫게 돼
“미친, 너 원조교제 하는 거 모를 줄 알았냐 이 XX년아.”
“대박ㅋㅋ, 완전 걸레.”
또 시작이었다. 23명이 초대된 카카오톡 방, 이정주(가명·14)양에게 이번엔 지금까지 상상도 못한 공격이 들어왔다. 어이가 없어 대꾸할 말도 찾지 못한 사이, 휴대폰 메신저가 연이어 울렸다. ‘그럴 줄 알았다’ ‘대박이다’ 욕설 섞인 답변이 연이어 쏟아지면서, 이씨의 원조교제가 마치 기정사실인 양 굳어졌다. 사건의 발단이 된 곳은 엉뚱하게도 학교 급식실이었다. 새치기를 한 소위 ‘노는 친구’에게 뒤로 가라고 이야기한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이양은 “처음에는 몇 번 같이 욕설을 쓰면서 대꾸도 해보고 방도 나가봤지만, 듣는 욕 강도만 더 세지고 워낙 여럿에 나 혼자라 소용이 없었다”면서 “그냥 빨리 제풀에 꺾여 그만두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언어폭력, 손끝에서 휘두르는 칼날
지난 7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1차 학교 폭력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폭력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언어폭력으로 드러났다. 35%에 달하는 학교 폭력이 ‘언어폭력’ 형태였다. 경기도에 한 중학교 교장은 아이들은 욕이 폭력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장난으로 한 말이 다른 이에게는 상처가 되고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데다 신체 폭력처럼 잘 드러나지 않아 잠재된 문제가 크다”고 했다.
스마트폰은 ‘언어폭력’을 심화시키는 주범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말이 더 쉽게 전파되는 스마트폰 특성상 언어폭력의 정도가 더 심해졌단 얘기도 있었다. 서울 한 중학교의 김승진(가명·13)양은 “같은 반에, 은따(은근한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두 분 다 계시는데도 아이들이 단체 카카오톡 창에서 ‘이혼을 했다더라’ ‘엄마가 가출했다더라’ ‘원래 질이 안 좋다더라’ 하는 거짓말들을 올리기도 했다”며 “만약에 교실에서 말로 하면 그 자리에서 하니까 ‘맞다’ ‘아니다’ 말이라도 했을 텐데, 카카오톡은 여러 명이 하다 보면 워낙 빠른 속도로 말이 묻히니까 그 친구는 아예 대꾸도 안 했다”고 했다. 경기 한 중학교의 이준기(가명·13)군은 얼마 전, 반에서 자신만 빼고 카카오톡 창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군은 “중간에 이사를 와서 친구가 없는 상황인 데다, 나도 조용한 편이라 애들이랑 서로 번호도 모른다”면서도 “그래도 알고 나니 기분이 좀 그랬다”고 했다.
◇’공감’ 도입한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
‘아이들이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고, 상처 주는 대신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게 할 수는 없을까.’
아이들 사이에 이미 만연한 ‘욕’ 문화를 바꾸기 위해, 굿네이버스는 고민을 시작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학교 폭력 예방캠페인 ‘내 친구를 지키는 한 마디’는 수개월에 걸친 고민의 결과물이다. 문소원 굿네이버스 나눔인성교육팀 과장은 “욕을 하면 혼내고 처벌했던 것에서,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했을 때 더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줘, 좋은 말 사용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예방 교육을 준비했다”고 했다. 기본 영상 자료는 준비하되, 교육 방식은 열어뒀다. 각 학교나 학급 차원에서 현장 분위기와 잘 맞는 방법으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지난 5월부터 ‘내 친구를 지키는 한마디’ 수업을 진행해 온 서울 중마초등학교 소정옥(38) 교사가 진행해온 방식은 ‘릴레이 칭찬’. 한 친구가 일어나서, 고맙거나 미안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하거나 손을 잡거나 등을 쓰다듬어주는 형태로 이뤄진다. 매주 한 번, 지금까지 반마다 10회씩은 캠페인 교육이 이뤄진 셈. 소씨는 “한번은 6학년 반 전체가 칭찬 릴레이를 마치고선 저희끼리 ‘이런 말 하다니 우리 반이 참 멋진 것 같다’고 이야기하더라”고 했다. 소씨는 “처음에는 친구한테 가서 칭찬해주라면 ‘간지럽다’며 소리지르던 아이들이 조금씩 변하는 게 느껴진다”며 “언어라는 게 음성이 30%, 다른 표정이나 몸동작 같은 부분이 나머지인 만큼, 너무 쑥스럽거나 부담스러운 친구는 등을 다독여주고 손이라도 잡아주고 오게 하면서, 칭찬을 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해주고 있다”고 했다.
◇’욕이 그렇게 나쁜 줄 몰랐어요’ 아이들 느린 변화 만들어지길
“얘들아, 욕을 하면 그게 듣는 사람한테도 안 좋지만, 결국에는 우리 귀로 다시 들어오는 거잖아. 영상에도 나왔지만, 욕하는 건 욕하는 사람한테도 너무 안 좋은 일이야. 우리 앞으로 조금씩만 줄여보는 게 어떨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곤조곤 설명하는 3학년 선배의 말에, 몇몇 아이도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같이 우리한테 힘이 되는 말을 크게 읽어보자. 내가 먼저 말하면 뒤에 따라 해!”
“다 잘될 거야!” “다! 잘! 될! 거! 야!!”
지난달 29일, 경기 안양 근명중학교 1학년 1반에서는 조금 특별한 캠페인 현장이 열렸다. 이 학교에선 학교 선생님 대신, 선배들이 후배들을 찾아가 ‘나를 지켜준 한마디’ 캠페인을 전개했다. 캠페인을 진행한 신유정(14)양은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가 직접 한번 캠페인을 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해주셔서 후배들을 위해 준비했다”며 “일주일 전부터 동영상을 보고 준비하다 보니, 욕을 덜 쓰고 긍정적인 말을 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캠페인을 들은 1학년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듣다 보니까, 지겨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욕 하는 게 그렇게 저한테도 안 좋은 줄은 몰랐어요.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긍정적인 말에는 ‘너는 할 수 있어’ 라고 썼는데, 포스트잇 서로 읽어주는 것도 처음엔 오글거렸는데 나중에는 좀 편안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 욕을 좀 줄여야 될 텐데…. 아직 바로 안 할 자신은 없지만 조금씩 줄이도록 노력해야겠죠?(웃음)”
굿네이버스 학교폭력 예방교육 문의전화 (02) 6717-4094
안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