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제주에서 혁신을] “국내 메밀 최대 생산지 제주 이야기를 전통주에 담았습니다”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2기
사회성과 우수상 ‘파란공장 연합팀’ 인터뷰

“보통 ‘전통주’라고 하면 담금주나 어르신들이 드시는 술이라는 편견이 있어요. 맛없는 술 그런 거죠. 지역의 색깔을 담은 전통주는 오히려 젊은 세대의 감성과 꼭 맞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제주 지역 농산물만의 특색있는 이야기를 술에 담아봤어요. MZ세대들이 부담없이 제주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역 단체들과 협업해 콘텐츠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주 지역에서 지역 특산물로 전통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있다. 대표 특산물로 알려진 감귤이나 땅콩이 아닌 ‘메밀’을 활용했다. 조남희(42) 파란공장 대표는 “제주산 메밀이 국내 메밀 생산량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제주는 국내 메밀 최대 생산지”라며 “제주산 메밀을 가공한 전통주로 젊은세대에게는 제주의 숨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고, 제주 지역소상공인과 지역창작자들에게는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농작물 생산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메밀 생산량 1967톤 중 1127톤(약 57.3%)은 제주산이다.

파란공장은 2018년 설립됐다. 메밀 전통주를 개발·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제주 지역의 농가, 양조장, 메밀문화원 등과 협력해 콘텐츠 개발도 맡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2기에 참여해 파란공장을 중심으로 총 5개 조직이 연합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번 프로젝트 기간 파란공장이 제작한 메밀 전통주는 2240개, 도내외 사업장 12곳을 통해 6806만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지난해 기준 총 매출액은 10억원에 달한다. 지난 22일 조남희 대표와 서면인터뷰를 통해 공공·민간이 협업하는 ‘콜렉티브 임팩트’ 프로젝트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22일 조남희 파란공장 대표는 서면인터뷰에서 "파란공장은 최근 MZ세대가 지역 전통주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상품기획부터 온오프라인 판매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란공장
22일 조남희 파란공장 대표는 서면인터뷰에서 “파란공장은 최근 MZ세대가 지역 전통주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상품기획부터 온오프라인 판매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란공장

-지역 이야기를 비즈니스로 담아내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제주는 대표적인 관광지라 성수기인지 비수기인지에 따라 지역 분위기도 크게 달라진다. 특히 산업 기반이 굉장히 약해서 청년들이 일할 좋은 일자리가 없는 편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시즌에만 지역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로컬콘텐츠를 잘 살려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창작자와 소상공인,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소득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왜 메밀을 프로젝트 아이템으로 선택했나?

“전통주와 메밀 모두 대중적인 아이템은 아니다. 그런데 지역의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이 닮아있었다. 그래서 이 두 아이템을 연결시켰다. 메밀은 흔히 강원도나 경상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될 거라 생각한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경상북도, 강원도가 강세였던 것은 맞지만 2010년부터는 제주도가 생산량을 역전했다.”

-주력 사업은 뭔가.

“전통주 브랜드 ‘제주한잔’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개발하고 있다. 제주의 메밀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 특산물이 원재료가 된 전통주를 만든다. 제주 구좌읍 세화리 등 제주 지역 약 15곳 양조장에서 30가지 전통주를 체험할 수 있다. 원재료가 된 자원과 전통주를 테마로 양조장 탐방을 포함해 술빚기체험, 전통주칵테일체험 등 소비자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체험투어도 지역기업들과 협업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파란공장은 제주의 메밀농가인 '한라산아래첫마을'과 메밀문화원 등과 연합팀을 꾸려 '술빚기체험'을 진행했다. /파란공장
지난해 파란공장은 제주의 메밀농가인 ‘한라산아래첫마을’과 메밀문화원 등과 연합팀을 꾸려 ‘술빚기체험’을 진행했다. /파란공장

-제주 출신이 아니라고 들었다. 프로젝트 정착에 어려움은 없었나?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휴식을 가지려 2012년 제주에 처음 내려왔다. 흔히 외지인이 원주민과 쉽게 섞이지 못한다고들 하지만 그렇진 않았다. 제주에는 ‘괸당’과 ‘수눌음’이라는 두 가지 문화가 있다. 괸당은 혈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똘똘 뭉치는 정서, 수눌음은 이웃 사이에 노동을 교환하면서 힘듦을 나누는 문화를 말한다. 모두 공동체 의식에 근간한 문화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 강한 섬 특유의 정서 덕분에 오히려 현지 주민들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협업’이 제주 문화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여러 협력 기업을 한 데 모으고 프로젝트하기 수월했다. 지역 자원을 하나의 상품, 콘텐츠, 서비스로 기획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다. 협업은 필수다. 이번 프로젝트에 연합팀으로 참여한 메밀 농가, 메밀 콘텐츠 기획사, 메밀 양조장, 메밀문화원 등이 사업 아이템은 제각각이라도 사업의 큰 방향은 동일했기 때문에 손발이 맞았던 거 같다.”

-‘협업’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나?

“신한금융그룹이 지원하는 신한 스퀘어브릿지 사업에 ‘자원분야 발굴’로 선정돼 제주 메밀을 첫 번째 자원으로 정했다. 덕분에 전통주를 만들어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로컬 생산자, 기업들과 합을 맞춰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관광콘텐츠로 바라볼 수 있었다. 작년 여름 제주 구좌읍 세화리에서 개최한 ‘제1회 제주한잔 우리술 페스티벌’을 진행했는데, 5시간 동안 1000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했다. 제주의 가치를 알리면서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모두 흥행한 사례다.”

-구체적으로 신한 스퀘어브릿지에서 어떤 도움을 받았나.

“이번 프로젝트는 크게 환경·자원·농업 등 세 분야로 나뉘었는데, 우리는 ‘자원분야 발굴’로 선정됐다. 당시 제주 메밀을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전통주 양조장부터 콘텐츠 기획 업체까지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러 단체를 만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업종이 다른 조직과 연합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신한 스퀘어브릿지에서 목표설정부터 성과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코칭해줬다. 특히 사업화 지원금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검증과 소상공인이 어려워하는 홍보마케팅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올해 계획은 어떤가.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자원, 저평가된 자원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올해는 더 많은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제주 대표 관광콘텐츠로 키우기 위해 제주관광공사와 논의 중이다. 이러한 단기 목표도 있지만, 제주 지역에서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를 모두 창출하는 작지만 단단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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