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2022 임팩트어스] ‘처치 곤란’ 굴 껍데기, 과일 씨앗… 친환경 경제 발판 되다

‘2022 임팩트어스 인베스터스데이’
그린오션스·에이트테크·블레스드프로젝트

여기, ‘버려지는 것’에 주목한 스타트업들이 있다. 양식장, 농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부산물을 재사용할 아이디어를 제시한 기업들이다. 굴 껍데기, 과일 껍질 등 소각해 없애는 데도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방치돼 썩어가던 것들, 결국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던 것들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친환경 소재로 재탄생 했다. 그런가 하면 재활용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제시하기도 했다. 생산과 소비의 과정을 거친 자원의 수명이 ‘폐기’에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생산’으로 이어지도록 한 스타트업들, 즉 ‘순환경제’의 발판을 마련한 세 팀을 소개한다.

해양오염 주범 굴 껍데기, 친환경 자원으로 재탄생

문피아 그린오션스 대표는 굴 껍데기를 '친환경 탄산칼슘'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소풍벤처스
문피아 그린오션스 대표는 굴 껍데기를 ‘친환경 탄산칼슘’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소풍벤처스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굴 생산국이다. 매년 35만t이 국내 바다에서 생산된다. 문제는 ‘껍데기’다. 굴 35만t을 생산하려면 굴 껍데기는 생산량의 6배인 210만t이 발생한다. ‘그린오션스’는 골칫거리 굴 껍데기를 ‘친환경 탄산칼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현재 국내에 방치된 굴 껍데기는 1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렬로 세웠을 때 지구를 25바퀴나 돌 수 있는 양이죠. 이 중 15%는 비료나 사료 재료로 활용되지만, 나머지는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습니다.” 문피아 그린오션스 대표는 “세척도 하지 않은 껍데기를 높게 쌓아두다가 부패해 악취가 심해지면 바다 깊은 곳에 버리고는 한다”고 설명했다. 해양 오염은 더 심해진다. 돈도 많이 든다. 정부와 굴 생산자들은 굴 껍데기 처리 비용으로 연간 150억원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그린오션스는 굴 껍데기를 처리할 수 있는 랩스케일 장비를 자체 개발했다. 굴 껍데기의 94%는 탄산칼슘으로 이뤄져 있다. 탄산칼슘은 플라스틱, 제지, 건축, 비료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요긴한 소재다. 랩스케일 장비로 굴 껍데기를 1~3cm 크기로 파쇄해 세척한다. 이후 400~500도에서 건조해 5~10미크론 수준의 아주 작은 입자로 만든다. 그린오션스는 이 입자를 활용해 폴리프로필렌(PP), 폴리락틱에시드(PLA) 등을 가공하는 총 6가지 배합 레시피를 개발했다.

문피아 대표는 “어릴 적부터 굴 껍데기 처리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굴 껍데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ESG 트렌드에 맞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플라스틱 충진제 시장으로 먼저 진출한 다음 제지, 건축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람보다 3배 빠르다… 재활용 폐기물 선별 로봇 ‘에이트론’

“가정에서, 농가에서 모든 산업 기준을 충족해 재활용 폐기물을 분리배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사람이 다시 분류하는 작업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위험하죠. 에이트테크가 내세운 해결책은 인공지능 로봇 ‘에이트론’입니다.”

에이트테크에서 개발한 로봇 '에이트론'는 재활용 폐기물을 1분에 최고 96개까지 종류별로 분류할 수 있다. 박태형 에이트테크 대표가 에이트론 작동 화면을 보고 있다. /소풍벤처스
에이트테크에서 개발한 로봇 ‘에이트론’는 재활용 폐기물을 1분에 최고 96개까지 종류별로 분류할 수 있다. 박태형 에이트테크 대표가 에이트론 작동 화면을 보고 있다. /소풍벤처스

박태형 에이트테크 대표는 “재활용 폐기물은 재질, 색상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 분류해야 재사용이 가능하다”며 우리나라의 낮은 재활용률을 지적했다. 예컨대 유리병 하나도 국산인지 외국산인지에 따라 달리 구분된다. 가정이나 농가에서 이 같은 기준으로 모두 알고 폐기물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겨우 분류해 놓은 재활용품들이 수거 차량 안에서 다시 한 데 섞이기도 한다. 결국 선별장에서 사람이 일일이 정해진 산업 기준에 맞춰 분류한다. 이때 골라내지 못한 폐기물은 그대로 소각된다. 이에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2.7%에 불과한 실정이다. 작업장 환경도 열악하다. 악취, 소음, 먼지가 가득한 데다가 매년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기업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으며 근로자 나이대도 평균 50~60대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박태형 에이트테크 대표는 사람 대신 재활용 폐기물을 분류하는 로봇 ‘에이트론’을 공개했다. 에이트론은 폐기물 데이터 100만건을 누적 학습한 인공지능이 컨베이어 벨트 위의 폐기물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종류별로 구분한다. 사람은 1분에 30~40개를 분류하지만 로봇은 분당 96개까지 골라낸다. 12종의 재활용 폐기물을 구분할 수 있으며, 정확도는 99.3%에 달한다. 박 대표는 “자원순환센터에 에이트론 도입 시 선별비용은 211% 감소, 영업이익 380% 증가, 운영시간 300% 증가, 재활용품 선별 속도 240%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폐기물 처리업 시장은 연 4.8%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연 6.6% 수준으로 더 빠르게 크고 있다. 국내 재활용 사업장은 2020년 기준 3292곳이다. 이 중 근로자 10명 이상, 공장형 업체는 844곳이다. 전체 시장 규모는 2조1000억원으로 평가된다. 에이트론은 올해 9대를 판매, 16억원의 매출을 냈다. 2023년에는 50대, 2024년에는 해외 진출을 시도해 100대 이상을 판매해 매출을 200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美 캘리포니아 ‘아몬드 껍질’, 고급 핸드워시 재료가 되다

블레스드프로젝트’는 버려지는 농업부산물을 핸드워시 등 프리미엄 뷰티 제품 재료로 재탄생시키는 스타트업이다. 이름에 담긴 ‘자연이 준 축복(bless)을 이롭게 사용하겠다’는 의미처럼, 아몬드·토마토·포도 등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나온 농업부산물로 화장품을 만든다. 이를 통해 농가와 소비자에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백연주 블레스드프로젝트 대표는 “농가는 농업부산물로 추가 이윤을 창출하고, 소비자는 농업부산물을 프리미엄 소비재로 경험할 수 있으며, 폐기물을 줄임으로써 환경오염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연주(왼쪽), 김부이 블레스드프로젝트 각자대표. 블레스드프로젝트는 아몬드껍질 같은 농업부산물을 활용해 뷰티 제품을 제작한다. /소풍벤처스
백연주(왼쪽), 김부이 블레스드프로젝트 각자대표. 블레스드프로젝트는 아몬드껍질 같은 농업부산물을 활용해 뷰티 제품을 제작한다. /소풍벤처스

재료로 사용하는 농업부산물은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농작물의 4분의 1을 수출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공수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약 8만개 농장에서 400가지 넘는 작물이 재배된다. 그만큼 부산물도 많다. 연간 9000만t의 농업부산물이 발생한다. 이 중 60%는 폐기물로 남는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폐기물은 산불과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고, 토양오염과 가축 위생 문제도 초래한다. 농업부산물은 4조200억 달러(약 6000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지만, 원료화 연구만 다수 진행됐을 뿐 아직 상품화까지 진전된 사례는 많지 않다.

블레스드프로젝트는 지난 3월 프리미엄 비건 업사이클링 세정브랜드를 런칭했다. 아몬드껍질 각질제거제가 들어간 핸드워시와 핸드&바디워시 등을 선보였다. 또 이화여대 식품소재공학 연구실과 협력해 자체적으로 원료화를 연구개발했다. 출시 이후 매출은 4개월 만에 613% 성장했으며, 세포라·29cm·W컨셉 등 대형 유통사 9곳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현지에서 하인즈케첩과 피자헛 핫소스를 가공하는 토마토 농장, 나파밸리에 있는 와인농장과 협약을 맺고 로션, 핸드크림 등 신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제품 종류를 현 6가지에서 12가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백연주 대표는 “3년 내에 미국, 일본 시장으로 진출해 2025년에는 총 매출 84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뷰티뿐 아니라 홈 퍼니싱, 가구, 라이프스타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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