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청년에 매력적인 농촌 만들 것”…농협, 농촌에 혁신 기술 더한다  

애그테크 리더 등용문 ‘엔하베스트엑스’
[인터뷰] 이경춘 농협중앙회 디지털전략부 국장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08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3.5% 줄었다. 고령화도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전년보다 2.8%p 상승한 52.6%를 기록했다. 일할 사람은 부족해지고 생산성도 함께 떨어지고 있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농업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농협중앙회는 ‘애그테크(AgTech)’ 혁신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농식품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엔하베스트엑스(NHarvest X)’다. 이는 농협중앙회와 임팩트 전문 벤처캐피탈(VC) 소풍벤처스가 협력해 운영하는 ‘애그테크 청년창업 캠퍼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시작해 올해 10월 말 기준 두 기수를 운영하며 총 21개 팀의 혁신기업을 배출했다.

선정된 기업들은 약 6개월간 ▲스타트업으로서의 기본역량 강화교육 ▲농산업 현장 방문하는 필드트립 ▲농협 계열사와의 PoC(시제품 설계·구현 및 성능 검증)추진 ▲투자 기회 확보 가능한 데모데이 참여 등의 혜택을 제공받는다.

엔하베스트엑스를 총괄 담당했던 농협중앙회 디지털전략부 이경춘 국장은 지난달 26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농촌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전통 농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가진 청년들이 기회를 쫓아 지속적으로 농산업에 유입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엔하베스트엑스를 총괄 담당했던 농협중앙회 디지털전략부 이경춘 국장은 지난달 26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농촌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전통 농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첨단기술을 보유한 청년들이 농업으로 유입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하베스트엑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농식품 산업에 청년을 유치하려면 농업이 대기업이나 다른 산업에 비해 소득과 편리성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그 해법이 바로 ‘기술 기반의 농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2022년 6월 ‘애그테크 상생혁신 펀드’를 조성하고, 농식품 분야 유망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청년재단으로부터 청년 육성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고용노동부 주관 ‘미래내일일경험 사업’에 참여해 같은 해 6월 ‘애그테크 청년창업 캠퍼스’ 1기를 시작했다. 엔하베스트엑스는 이 사업의 ‘심화과정’이다.”

―그렇다면, 올해 엔하베스트엑스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1기 때는 고용노동부 사업의 주된 목적이 청년들에게 다양한 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예비 창업가나 초기 창업 단계의 청년만 지원 가능했다. 그 결과, 바로 사업화가 가능한 팀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2기부터는 기본 과정인 ‘엔에이치씨드(NH SEED)’와 심화 과정인 ‘엔하베스트엑스’의 재원을 분리했다. 기본 과정은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심화 과정은 농협 자금으로 운영하며 기술력과 사업성을 보유한 팀들을 선발했다. 농산업 분야 창업가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장과의 접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증사업과 현장 연결에 집중해 농협 조합원들과 직접 만나 상담하고 PoC(기술 검증)까지 진행하도록 도왔다.”

엔하베스트엑스(NHarvest X) 2기에 참여한 11개 기업이 발대식 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소풍벤처스

―1기와 2기를 통틀어 가장 주목한 기업은 어디인가.

“1기 대상 수상팀인 ‘파이토리서치’를 가장 주목하고 있다. 이 기업은 식물조직배양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으로, 엔하베스트엑스 참여 후 화원농협에 파종기를 판매해 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협과 협업으로 매출이 발생한 첫 사례라 의미가 크다. 2기에서는 ‘토트’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 기업은 폐배터리 분해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인데, 이 기술이 농산품 분류와 포장 과정에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농산업과 이종산업 간 협력 가능성을 확인했다.”

―엔하베스트엑스를 총괄하는 디지털전략부가 2020년에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역할은 무엇인가.

“농협은 1111개의 지역농축협을 회원으로 하는 농협중앙회와 32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큰 조직이다. 산업과 환경의 디지털화에 발맞춰 조직 전반의 디지털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0년 7월 디지털전략부가 신설됐다. 우리 부서의 핵심 역할은 농협 사업 전반을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활용해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임직원을 위한 앱인 ‘NH 업(業)스토어’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차량 관리부터 근무일정 관리 등의 11개 앱이 테스트 단계에 있다. 내년부터는 적극 도입해 업무 효율화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농협과 농산업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애그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그 기술을 농업에 적용해 확산시키는 ‘범농협 애그테크 투자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기본 과정인 ‘엔에이치씨드’와 심화 과정인 ‘엔하베스트엑스’ 모두 매년 피드백을 반영해 보완·발전시킬 예정이다. 특히 ‘엔에치씨드’는 이번 고용노동부 미래내일일경험 ESG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졸업팀 간 커뮤니티 구성도 계획 중이다. 혼자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사업은 없다. 다양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협력해 농업 혁신을 만들어가도록 돕는 것이 농협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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