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소가 배출하는 메탄, 절반 줄인다”…저메탄 사료로 기후변화에 맞서는 ‘엔텍바이오에스’ [애그테크 리더즈]

[인터뷰] 김의철 엔텍바이오에스 대표

4년 전만 하더라도 김의철(43) 씨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회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안정적인 생활 속에서도 그는 어딘가 불편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매일같이 화두에 오르는 기후변화 문제와, 50년간 축산 사료 업계를 지켜온 아버지의 열정이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아버지는 늘 좋은 사료를 만들고 싶어 하셨어요. 저에게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해 보라는 요청을 하셨을 때, 단순한 제안으로만 들리지 않았죠. 그 안에 농가의 지속 가능성,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더 큰 의미가 있었어요.”

김의철 엔텍바이오에스 대표는 “메탄 저감 사료 자동화 시스템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소풍벤처스

김 씨는 10년간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2021년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메탄가스를 줄이는 사료를 만들자.’ 아버지의 사료 제조 경험과 본인의 기술적 전문성을 더해,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저메탄 사료 제조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태어난 회사가 바로 ‘엔텍바이오에스’다.

◇ 소의 트림과 방귀가 만드는 기후변화, 그리고 그 해법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온실가스의 주범이라 불리는 ‘메탄가스’ 중 약 32%가 가축에서 나온다. 특히 소 한 마리가 트림이나 방귀로 하루에 배출하는 메탄가스 양은 최대 500리터로, 소형차 한 대의 1일 배출량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텍바이오에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매스(옥수숫대·볏짚 등)를 활용한 저메탄 사료를 개발했다. 저메탄 사료는 기존 사료와 달리 메탄 저감제나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 변형 기술과 화학적 변성화를 통해 가축의 소화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가축이 사료를 섭취하기 전, 미생물이 섬유소를 분해하고 소화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덕분에 되새김질 시간이 줄어들어 메탄 배출이 감소하죠. 게다가 원재료로 바이오매스를 활용하기 때문에 수입 사료에 비해 생산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 43.1%의 메탄 감소 효과, 40% 낮은 가격

엔텍바이오에스의 저메탄 사료는 충남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분석에서 43.1%의 메탄 감소, 35%의 소화율 향상, 51.9%의 소화 속도가 증가됐다.

저메탄 사료는 자동화된 제조 공정을 통해 생산되며, 기존 제품 대비 40%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된다. 생산 공정은 철저히 자동화됐다. 먼저 절단기에 투입된 바이오매스는 일정한 크기로 잘린 뒤, 이물선별기로 이동한다. 이물선별기는 바이오매스에 섞여 있는 금속, 모래, 비닐 등 이물질을 자동으로 걸러내며, 걸러진 이물질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공장 외부로 배출된다.

엔텍바이오에스의 저메탄 사료 제조 자동화 설비 시스템. /엔텍바이오에스

이물질이 제거된 바이오매스는 온도 및 습도 조절 등 맞춤형 기능을 수행하는 모듈을 통과한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매스는 체내 소화 흡수율과 미생물 증식 활성화에 최적화된 형태로 가공된다. 제조된 사료는 소형 사각 블록 형태로 압축포장돼 기존 포장 대비 효율성을 높였다.

엔텍바이오에스는 농식품창업콘테스트 포스코특별상,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상(2022년), 소셜임팩트 IR 리그 대상(2023년) 등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충남 서산과 전북 완주의 농가 16곳을 포함해 여러 농가와 협력하고 있으며, 농협과도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는 중국 천진시와 협력해 글로벌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김의철 엔텍바이오에스 대표는 천진시 산하 유관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메탄 저감 사료를 확대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저의 창업은 지역에 자동화 공장을 세워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고, 메탄 저감 사료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시작된 도전입니다. 농업, 환경, 지역이 조화를 이루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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