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일(수)

시민들의 자유로운 ‘환경 실험’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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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을 인터뷰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7월 재단 설립을 계기로 한 첫 인터뷰는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이제 막 설립된 신생 재단이라 사무실도 없을 때였다. 당시 그는 “우리 사회의 난제(難題)인 환경, 안전,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와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분야의 인재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게 숲과나눔의 가장 큰 미션이라고 밝히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울창한 ‘인재 숲’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3년 만에 성사된 두 번째 인터뷰는 서울 양재동에 있는 숲과나눔 재단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장재연 이사장은 “두 가지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3년 전 인터뷰 때 했던 약속 잘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 재단의 사업이 1단계를 완료하고 2단계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처음으로 내부 자금이 아닌 외부의 자금을 받아 협력하면서 ‘판’을 키우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6일 서울 양재동에 있는 재단법인 숲과나눔 사무실에서 만난 장재연 이사장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앨버트로스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19년 숲과나눔이 개최한 사진전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에 전시된 작품으로, 전국에서 4만6000여 명이 이 전시를 관람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사랑의열매와 함께 10억원 규모의 ‘초록열매’ 진행

―최신 소식부터 들어볼까요. 누구와 어떻게 판을 키운다는 건가요.

“사랑의열매에서 10억원을 받아 ‘초록열매’ 프로젝트라는 공동 사업을 진행합니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를 선정해 최대 3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에요. 환경 복지, 자원 순환, 기후 위기 대응, 생태계 보호, 환경 교육 등 참여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하고 선정된 단체에는 행정 지원과 전문가 멘토링도 해줍니다.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갖고도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환경 분야 비영리 단체들엔 반가운 기회죠.”

―숲과나눔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풀꽃’ 프로그램이 있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을 선발해 2000만원씩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풀꽃 프로그램에 뽑혀 지원받은 팀은 20여 팀이에요. 제로웨이스트 숍인 ‘더피커’와 ‘알맹상점’, 제로웨이스트 카페인 ‘보틀팩토리’도 풀꽃을 거쳐 갔어요. 숲과나눔이 3년간 해왔던 일을 공공성이 훨씬 강한 사랑의열매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아주 뿌듯합니다. 당분간 풀꽃 대신 ‘초록열매’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간 취약 계층 지원에 주력해 온 사랑의열매가 환경 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죠.

“그렇죠. 사랑의열매가 환경 사업을 새롭게 만든 거니까요. 법정 모금·배분 기관이 환경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환경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1980년대 초 울주군에 있는 온산공업단지에서 발생한 ‘온산병’을 조사하면서 환경 운동을 시작했어요. 당시 시민 단체나 노동자는 온산병이 ‘공해병’이라는 입장이었고, 기업과 정부는 아니라는 입장이었죠. 그러면서 서로 싸웠어요. 국민들은 환경 문제가 뭔지도 잘 모를 때였고요. 그때는 환경 문제에 대해 알리는 게 환경 운동의 중요한 과제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문제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초등학생도 알아요. 아는 걸 자꾸 이야기할 필요는 없죠.”

―그렇다면?

“이제는 해결을 해야죠. 각자가 역할을 갖고 함께 최선을 다해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갈등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문제를 조율하고 해결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해요. 우리 재단이 ‘문제 해결형 인재’를 키우는 이유죠.”

선입견 버리고 규제·서류 최소화

숲과나눔은 지난 3년간 환경·안전·보건 분야에서 ▲인재 양성 ▲대안 개발 ▲협력 등 크게 세 가지 사업을 진행했다. 인재 양성 사업으로는 환경 분야 공익 활동가를 꿈꾸는 청년들을 무료로 교육하는 ‘풀씨 아카데미’, 환경 분야 리더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풀꽃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석·박사 과정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등록금·생활비·연구비를 지원하는 여러 장학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안 개발 사업으로는 시민 아이디어 지원 사업 ‘풀씨’, 시민 아이디어가 사업화되게 돕는 ‘풀꽃’, 전국 규모로 사업을 확대하는 ‘풀숲’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운영한다. 해외 NGO와 시민 활동을 지원하는 ‘국제 풀씨’도 있다. 협력 사업으로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환경건강센터’를 설립했고, 흩어져 있던 환경 운동 자료와 환경 사진을 모아 디지털로 보존하고 공유하는 ‘환경아카이브 풀숲’ ‘환경사진 아카이브’ 사업을 각각 진행했다.

―숲과나눔의 프로그램들은 서로 씨줄 날줄로 얽혀 있는 느낌이에요.

“풀씨 사업에 선정된 팀은 300만원을 지원받아요. 비교적 소액이죠. 그걸 잘해내면 풀꽃 사업으로 갈 수 있어요. 평균적으로 풀씨 10팀 중 한 팀이 풀꽃 단계로 넘어가요. 단독 프로그램이지만 사실은 모두 연결돼 있어요.”

―풀씨의 경우 성과에 대한 부담이 적고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어요.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시민 활동가가 풀씨에 참여했어요. 네트워크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5000명 정도 됩니다. 우리는 답을 정해 놓고 ‘이렇게 해봐라’는 식으로는 안 합니다. 본인의 아이디어, 연구 주제를 가지고 와서 마음껏 하게 해요. 지원금을 줄 때도 규제도 최소화하고 서류도 최소화해요. 빵 만드는 일에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기존 지원 방식은 설탕을 몇 그램 샀는지, 밀가루는 얼마 주고 샀는지만 들여다 보는 식이에요. 정작 빵이 잘 만들어졌는지는 잊어버리죠. 투명성과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그런 부담을 개인에게만 지우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어요. 숲과나눔은 ‘시스템’으로 그걸 해결했어요. 풀씨를 거쳐야 풀꽃으로 갈 수 있고 풀꽃을 거쳐야 풀숲으로 갈 수 있죠. 신뢰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되 시스템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이에요.”

―숲과나눔이 2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재단을 설계할 때 9년간 3단계에 걸쳐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세웠거든요. 인프라와 시스템을 만드는 1단계는 마무리됐고, 이제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2단계에 접어들었어요. 1단계에서 만들어 놓은 인프라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네트워킹을 시작하는 거죠. 우리와 함께할 더 많은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초록열매’ 프로젝트로 사랑의열매와 연결된 게 그래서 더 의미 있어요. 3단계는 우리 재단이 가만히 있어도 네트워크에 있는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하면서 담론을 만들어 가는 단계입니다. 일종의 ‘시장’과 비슷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거죠. 시장에 오는 사람들끼리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기도 하고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기도 하잖아요.”

―그 ‘시장’에서 우리 사회의 난제를 풀어줄 해결책들이 나오게 될 거란 얘긴가요.

“지난 3년간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청년들의 훌륭함’이에요. 환경운동연합에서 공동대표도 오래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청년들은 공익 활동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작은 기회를 열어줬더니 ‘공익 활동가가 되겠다’ ‘환경 공부 해보겠다’는 친구들이 구름처럼 몰려왔어요. 시민들이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내는 ‘풀씨’도 마찬가지예요. 체계화하고 발전시키면 뭔가 될 만한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그냥 두면 결국 다 사장되고 말아요. 답은 시민과 청년들이 가지고 있어요. 숲과나눔은 그들이 싱크탱크가 될 수 있게 도울 겁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기자 blindlett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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