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인류 최초 수심 1만m 탐험…마주한 건 쓰레기 더미

인류가 미지의 심해 생명체 발견을 위해 지구에서 세 번째로 깊은 해구 탐험에 나섰다. 그러나 수심 1만m 속에서 마주한 것은 각종 쓰레기 더미였다.

민간 해저기술업체 캘러던오시애닉(Caladan Oceanic)이 지난 4월 공개한 필리핀 엠덴해연 바닥. 비닐봉지, 제품 포장지 등 분해되지 않은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다. /캘러던오시애닉 유튜브 채널

싱가포르의 채널뉴스아시아(CNA)는 미지의 심해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필리핀 엠덴해연 바닥에서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CNA가 보도한 내용은 앞서 지난 4월 민간 해저기술업체 캘러던오시애닉(Caladan Oceanic)의 유튜브 채널에도 공개된 바 있다.

이번 탐사에는 필리핀국립대 해양과학연구소 미생물해양학자 데오 플로렌스 온다(33) 박사와 해저 탐험가이자 퇴역한 미 해군 장교 빅터 베스코보(55)가 참여했다. 온다 박사와 베스코보는 심해잠수정을 타고 12시간에 걸쳐 엠덴해연 속으로 내려갔다. 엠덴해연은 최대 수심 1만540m에 달한다. 인류의 엠덴해연 탐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51년 덴마크 해양조사선 갈라테아호가 이곳 주변을 탐사한 적은 있지만, 엠덴해연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당초 온다 박사는 이번 탐험을 통해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미생물의 생명주기 연구에 나설 계획이었다. 기대와 달리 이들은 생명체 대신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마주했다. 엠덴해연 바닥에는 비닐봉지, 제품 포장지, 셔츠, 바지, 곰인형 등의 쓰레기가 분해되지 않은 채 떠다니고 있었다.

온다 박사는 “심해에 흰 물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어 해파리인 줄 알았지만 가까이 가보니 플라스틱이었다”며 “지구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게 됐고 이를 알려야 할 책임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바다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떠다니며 생명체에 중대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며 “아직도 심해 생물이 얼마나 다양한지 모르고 이들이 해양생태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조준혁 더나은미래 기자 pres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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