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30일(금)

코로나 이후 ‘공격 투자’ 활기… 헬스케어·환경 분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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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임팩트투자 지형도

위기는 기회를 만든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외 경제가 움츠러들었지만, 유독 소셜벤처 업계에서는 어느 때보다 활발한 투자가 이뤄졌다. 올 한 해에 출범한 임팩트펀드만 약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임팩트투자사들은 코로나 발생 이후 공격적인 투자 포지션을 취했고,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소셜벤처들도 속속 등장했다. 지난 5월 느린 학습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사 ‘에누마’가 11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8월에는 재활용 폐기물을 선별해 순환 자원으로 만드는 ‘수퍼빈’이 2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수퍼빈의 기업 가치는 1000억원으로 뛰었다. 만성질환자의 일상 속 건강관리를 돕는 ‘휴레이포지티브’는 지난 10월 150억원 투자를 이끌어냈다.

더나은미래는 2020년 소셜벤처 투자 현황을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HGI, MYSC, 소풍벤처스 등 주요 임팩트투자사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언론 등에 발표된 임팩트투자 공시 등을 기반으로 했다. 올해 투자를 성사시킨 소셜벤처는 집계된 곳만 74곳이었다. 아직 투자 유치 결과를 공시하지 않았지만 연내에 투자 집행이 완료될 예정인 기업 3곳도 분석에 포함했다.

코로나 속 투자 랠리… 소셜벤처 4社, 510억원 유치

올해 투자받은 소셜벤처 가운데 대외적으로 투자 규모를 공개한 기업은 13곳 정도다. 이들이 투자받은 돈은 총 803억원가량이다. 스타트업 투자는 기업 성장 단계에 따라 창업 초창기 시드(seed), 프리시리즈A를 거쳐 시리즈A, 시리즈B, 시리즈C 등 차례로 이름 붙인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을 투자 단계별로 구분해보면, 투자액 1억원 내외의 시드 단계 기업이 전체의 58.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시리즈A 20.3%, 프리시리즈A 14.9%, 시리즈B 5.4% 순이었다. 정보 비공개를 조건으로 한 시리즈C 유치 기업도 1곳 있었다.

대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면서 소셜벤처 업계 투자를 견인한 기업은 수퍼빈, 휴레이포지티브, 에누마, 테스트웍스 등 4곳이다. 이 네 기업이 이끌어낸 투자 금액만 약 510억원에 달한다.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루트에너지, 프로젝트노아, 엔젤스윙, 케어닥, 리플라, 짐티, MGRV, 두손컴퍼니, 째깍악어, 코나투스 등 15곳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환경’과 ‘헬스케어’가 핵심 투자 키워드로 떠올랐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문제를 다루는 분야는 단연 인기 투자처인데 올해 코로나 이후 그 관심이 더 커졌다”면서 “헬스케어 분야 역시 디지털 기술의 발달 측면도 있겠지만 감염병이 불러온 ‘건강한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임팩트투자사 HGI는 올해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올해 투자한 7곳 중 5곳이 헬스케어 분야 소셜벤처다. 남보현 HGI 대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감염성 질환 관리, 비대면 의료, 빅데이터 기반의 질환 초기 탐지·확진 등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이 늘고 있다”면서 “이러한 흐름 속에 소셜미션을 갖춘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증가하고, 임팩트투자도 더 많이 이뤄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사업별로 구분해 보면 ‘환경 기술·제조’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각각 24곳, 13곳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ICT·핀테크’ 분야는 6곳, ‘교육’ 5곳, ‘도시 재생’ 4곳, ‘문화 예술’ 3곳 등으로 나타났다.

위기일수록 빠르고 과감하게… 임팩트투자사 ‘공격 투자’ 포지션

올해 임팩트투자 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투자사들의 공격적인 포지션이다. 물론 코로나 확산 초기였던 상반기에는 국내 벤처 투자 전체가 주춤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하는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벤처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7.2% 감소했다가 3분기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가 늘었다. 김정태 MYSC 대표는 “코로나 확산은 소셜벤처들을 일시적인 자금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지만, 역량 있는 소셜벤처에 효과적인 투자를 집행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국내 임팩트투자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정부다. 임팩트투자에 투입되는 정부 출자분만 수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임팩트투자 시장에 5000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상엽 대표는 “자체 추산하기에는 올해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에 직접 투자된 정부 출자분은 작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1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오히려 특정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 기금이 증가하는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이를테면 투자 기금에 미세 먼지 저감, 여성 기업 지원, 도시 재생 등과 같은 구체적 목표를 정해놓고 집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임팩트투자사들은 올해보다 내년 투자 시장을 더 밝게 전망하는 의견이 많았다. 투자 생태계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양적 완화 기조와 더불어 민간 기업의 임팩트펀드 참여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국민연금공단은 전체 운용 자산의 4% 수준인 ESG 투자 규모를 2022년까지 50%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의 운용 기금 규모는 약 750조원이다. 한상엽 대표는 “지속 가능한 투자를 강조하는 범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내년 투자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며 “임팩트투자 규모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태 대표는 “위기 국면일수록 더 공격적으로 빠르게 투자하면서 소셜벤처의 성장을 지원한다면 인내 자본인 임팩트투자의 진가도 곧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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