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액 자산가들, 수익 넘어 ‘문제 해결’ 전략 전환
기후·에너지로 자본 흐름 이동
임팩트 투자가 ‘착한 투자’라는 수식어를 벗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자본 배분 전략으로 뚜렷하게 전환되고 있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 토닉(Toniic)은 지난 14일, 전 세계 고액 자산가와 재단의 실질 자산 흐름을 분석한 ‘T100 크루징 앨티튜드 2025(Cruising Altitude 2025)’ 보고서를 공개했다. 토닉은 자산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고액 자산가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다. 현재 25개국에서 약 500명의 고액 자산가, 패밀리오피스, 재단 등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보고서는 토닉이 2016년부터 수행해온 T100 프로젝트의 최신판으로, 전 세계 25개국 500여 명의 회원이 보유한 총 107개 포트폴리오(약 35억 달러, 한화 약 4조 8000억 원 규모)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트폴리오의 55%가 ‘해결에 기여(Contribute to Solutions)’하는 기업에 자본을 배분하고 있었다. 이는 2016년(40%)보다 15%p 상승한 수치다.

근로자와 고객 등 이해관계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 혜택(Benefit Stakeholders)’ 유형은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반면, ‘사회에 해를 끼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기업(Does·May Cause Harm)’에 대한 투자는 2016년 20% 이상에서 2023년에는 10% 미만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 기후·에너지 분야에 자본 집중
투자 분야별로는 기후변화 대응(SDG 13, 14%)과 청정 에너지(SDG 7, 13%)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과거 SDG 11(지속가능 도시 및 커뮤니티)이 우선시되던 흐름에서,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으로 자본이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 사례로는 청정 에너지만을 위한 대출을 제공하는 ‘청정 에너지 신용 협동조합(Clean Energy Credit Union)’, 기후 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지속가능한 기후 펀드 1호(Enduring Climate Fund I)’ 등이 소개됐다.
반면, 물과 위생, (SDG 6, 1%)과 평화·제도(SDG 16, 0.5%) 분야는 여전히 투자 접근성이 낮았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시장 미성숙, 장기 회수 구조, 낮은 수익성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하며, 이 분야는 자선 활동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자산군별로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가 3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비상장 기업에 자본을 투입해 기업과 긴밀히 협업하고, 실질적 변화 유도(Enterprise Impact & Investor Contribution)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상장 주식(29%), 실물 자산(1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장 주식 부문에서는 ‘문제 해결 기여’에 부합하는 상품이 부족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고민으로 지적됐다.
◇ 촉매 자본 19%…“의도적 위험 감수, 변화 만든다”
T100 포트폴리오의 19%는 ‘촉매 자본(Catalytic Capital)’으로 분류됐다. 이는 위험도가 높고 수익성이 낮더라도, 시장 형성 초기나 수요 부족 분야에 의도적으로 투자해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적 자본이다. 물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 ‘워터에쿼티 글로벌 펀드(WaterEquity Global Access Fund)’, 금융 소외 계층 대상 대출 프로젝트인 ‘렌더블 SIV 1호(Lendable SIV I)’ 등이 대표 사례다.
토닉의 아담 벤델 회장은 “임팩트 투자자들은 위험 대비 수익률보다도 임팩트를 위해 유동성을 기꺼이 포기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전략은 단순 자선도, 보수적 투자도 아닌, 시스템 전환을 위한 핵심 도구”라고 강조했다.
다라 파커 토닉 CEO는 보고서에서 “임팩트 투자는 사모펀드뿐 아니라 모든 자산군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며 “단순한 스크리닝을 넘어 자본이 사회적 기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