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기후테크 시장 베트남에 가다 <上>
베트남 기후문제 해결하는 기술 찾는 ‘넷제로 챌린지 2024’
지난 22일, 베트남 호찌민시 디스키홀 살라 컨벤션 센터에서 글로벌 기후 기술 대회 ‘넷제로 챌린지 2024 그랜드 파이널’이 열렸다. 베트남의 기후테크 투자사 터치스톤파트너스와 싱가포르 테마섹 재단이 주최하고, 호찌민시 개발연구원(HIDS)이 협력한 이번 대회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베트남에서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베트남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놓인 국가다. 2020년, 국제환경단체 저먼워치가 발표한 세계기후위험지수에서 6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최근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염류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로 2회째를 맞는 넷제로 챌린지는 ‘재생 에너지 및 탄소 재생’, ‘식량 시스템 및 지속 가능한 농업’, ‘순환 경제 및 폐기물 관리’ 등 3개 부문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일 기업들을 발굴하는 행사다.
◇ 55개국 500건 지원…결승에 오른 9팀의 경쟁
22일 열린 ‘그랜드 파이널’은 결승에 진출한 9개 기업 중 최종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온 투자자와 전문가를 비롯해 기후 관련 기술에 관심이 있는 15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대회에는 전 세계 55개국에서 500건의 기술이 지원됐으며, 부문별로 3곳씩 총 9개 기업이 결승에 올랐다. 최종 우승 기업은 부문별로 한 팀씩 선정되며, 이들에게는 총상금 150억 베트남 동(약 8억2800만 원)의 무상 지원금과 650억 베트남 동(약 35억8800만 원) 규모의 투자 제안을 포함해 멘토링과 현물 지원 등의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재생 에너지 및 탄소 재생’ 부문에서는 ▲해양 탄소를 포집하는 ‘친환경 특수 돌’을 개발한 영국의 ‘블루싱크(Blusink)’ ▲탄소 포집 기술로 화학물질 생산의 탄소 배출을 줄인 캐나다의 ‘쿨 테크놀로지(CO2L Technologies)’ ▲열 반사 페인트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베트남의 ‘레어 톨스(RARE Toles)’가 선정됐다.
‘식량 시스템 및 지속 가능한 농업’ 부문은 ▲생분해성 토양 보습제를 개발한 인도의 ‘EF폴리머(EF Polymer)’ ▲미생물군 분석으로 수산양식 수확량을 높인 싱가포르의 ‘루미니스 수자원 기술(Luminis Water Technologies)’ ▲식품 폐기물로 천연 균제를 만드는 싱가포르의 ‘N&E 이노베이션(N&E Innovations)’이 이름을 올렸다.
‘순환 경제 및 폐기물 관리’ 부문에서는 ▲견과류 껍질로 활성탄을 생산한 호주의 ‘바이젠(Bygen)’ ▲식품 폐기물로 생분해 플라스틱 포장재를 만든 미국의 ‘크루즈 폼(Cruz Foam)’ ▲농업 폐기물을 활용해 가죽을 생산한 인도네시아의 ‘마이클(MYCL)’이 결승에 진출했다.
◇ 기후 기술로 투자와 협력의 장 열려
결승은 각 기업이 5분간 자사 기술을 소개한 뒤, 5분간 청중의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술 검증, 주요 고객층, 투자금 활용 계획 등 실질적 질문이 이어졌고, 기업들은 자사 기술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제품과 시연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N&E 이노베이션’은 식품 폐기물로 만든 소독 스프레이를, ‘EF폴리머’는 자사의 토양 보습제를 활용한 모형을 공개했다. ‘마이클(MYCL)’의 발표자는 폐기물 가죽으로 제작한 신발과 옷을 착용한 채 발표에 나서 청중의 주목을 받았다.
최종 우승의 영예는 ▲쿨 테크놀로지(캐나다·재생 에너지 및 탄소 재생 부문) ▲N&E 이노베이션(싱가포르·식량 시스템 및 지속 가능한 농업 부문) ▲바이젠(호주·순환 경제 및 폐기물 관리 부문)이 차지했다.
카메론 그리피스(Cameron Griffiths) 바이젠 CCO는 “이번 수상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우리 기술을 소개하고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활성탄 생산으로 업계를 혁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심사에 참여한 칸 트란(Khan Tran) 터치스톤파트너스 파트너는 “참여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매우 높았다”며 “내년 3회 대회에는 더 많은 한국 기업들도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한국의 임팩트 투자사인 소풍벤처스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각각 투자 및 협력 파트너로 참여했다. 소풍벤처스는 투자 파트너로 상금 5만달러(한화 약 7000만원)를 지원했으며, 현대코퍼레이션은 현장에 참석해 기후 기술 스타트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호찌민=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