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기대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
‘아름다운가게’가 지난달 24일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의류 공장 참사 피해자를 돕기 위한 긴급 모금을 시작했다. 전국 130개 아름다운가게 매장에 모금함을 설치했고, 네이버 해피빈과 다음(Daum) 희망해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소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2002년 안국동에 1호점을 오픈한 지 11년. 누적 기부금 220억원, 상근 간사 300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가 세계로 나눔을 확산할 채비를 갖췄다. 이기대<사진>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는 “앞으로 해외 어려운 이웃을 위한 아름다운가게의 기부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름다운가게가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붕괴 사고 피해자를 위해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참사로 최소 1120명이 죽고, 1000명 이상이 다쳤다. 지금도 셀 수 없이 많은 노동자가 콘크리트 잔해 속에 남아 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많은 관심이 필요한데, 이슈화되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 외신들도 글로벌 의류 브랜드에 불통이 튈까 봐 소극적으로 보도하더라. 많은 사람에게 방글라데시 현장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 도움을 전하고 싶었다.”
―아름다운가게도 해외 구호 사업을 진행해왔나? 주로 국내 매장을 중심으로 물품 기부 문화를 확산해 왔는데.
“아름다운가게 매장 수익금은 국내 소외 계층뿐만 아니라 해외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도 쓰인다. 2007년 갠지스 강 폭우로 인한 기후 난민 지원을 시작으로 베트남·방글라데시·우간다 등에서 긴급 구호를 진행했다. 시민들의 정기 후원금이나 기증 물품을 전달하기도 하고, 소외된 지역 마을에 도서관을 건립하고, 소수민족 어린이 교육도 지원한다. 주로 영국의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의 구호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개도국 현지 비영리단체를 연계해 구호 활동을 벌인다. 개도국 주민이 아름다운가게 모델을 도입해 자립하고자 하면, 파트너십을 맺어 노하우도 전수한다. 필리핀에 벌써 10호점을 오픈한 현지인도 있다.”
―사건이 발생한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공장에서 불공정한 노동 착취가 이뤄졌다고 들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저렴한 제품 뒤에 숨겨진 근로자들의 인권 침해 현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은 어떻다고 보는가.
“2011년 아름다운가게를 방문했던 옥스팜 관계자가 ‘영국 시민들은 옥스팜에서 중고 물품을 구매한 것을 자랑한다. 사람들 사이에 이런 행동은 쿨(Cool)한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은 아름다운가게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에 물품을 담아가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또한 대부분이 저렴한 가격 때문에 아름다운가게 매장을 방문한다. ‘자원이 재사용되고 수익금이 배분된다’는 아름다운가게 제품이 가진 사회적 의미나 가치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상품 이면에 숨겨진 제품 생산과정의 공정성을 들여다보는 ‘윤리적 소비’가 확산되어야 한다. 아름다운가게는 커피, 초콜릿 등을 공정한 가격에 수입해 팔고, 그 수익을 현지 소외 계층에게 돌려주는 ‘윤리적 소비’ 개념을 국내에 소개한 바 있다. 현재는 사회적기업, 장애인재활단체 등 공익단체가 생산한 상품을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 대신 판매해주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앞으로 ‘윤리적 소비’ 확산을 위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계획이다.”
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