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이윤만 추구하니까 사고가 나는 것… 사람이 최우선인 경제관념 필요해”

[인터뷰] 피아시 카림 방글라데시 브락대학 교수
의류공장 잇따른 산업재해는 정치·경제적인 문제가 원인
생계 도맡던 이들 다쳤으니 국가 경제도 타격받게 돼

의류봉제공장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관련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장의 붕괴나 화재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방글라데시·파키스탄·캄보디아·베트남·중국 등지에 있는 의류·신발공장에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방글라데시 브락(Brac)대학 경제사회학자인 피아시 카림(Piash Karim·사진) 교수를 만나 의류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실태와 사고 원인에 대해 들어봤다.

미상_사진_방글라데시의류공장_피아시카림교수_2013

―라나플라자 사고를 비롯한 의류 공장에서 연이어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뭔가.

“개발도상국의 산업재해는 그 안에 깔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우선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최대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천민자본주의 사고다. 둘째로, 점차 심화하고 있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다.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간극이 점차 확대되다 보니 소외당하는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 끝으로 정치의 부패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국회의원의 35%가 의류 공장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도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실제 의류 공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실태와 이번 사고가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궁금하다.

“아침 7시 30분쯤 샤바르처럼 의류봉제 공장이 밀집해있는 지역에 가보라. 1000명이 넘는 여성 노동자가 공장으로 걸어가는 걸 볼 수 있다. 8시부터 일을 시작하면 보통 밤 9~10시까지 일한다. 초과근무를 규제하는 노동법이 있지만 지키는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인 월 3000다카(한화로 약 4만원)만 받아서는 생활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가족 내에서 생계를 담당했다. 생계를 도맡던 이들이 경제 활동을 못하게 되면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굉장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들의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앞으로 라나플라자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국가와 기업, 노동자 간의 이해관계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구조적으로는 시장경제 시스템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기존의 돈만 추구하는 방식에서 ‘사람’이 중심인 시장경제(people oriented market economy)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양한 방법으로 개선책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NGO 활동 등을 통해 권력을 감시하거나, 윤리적인 소비 행위 등을 통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다카=주선영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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