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사회적기업 2.0시대가 왔다] ④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만들자

안에선 협동, 밖에선 지원… 사회적기업 성장의 밑거름
협동조합·자활 공동체 등 상호 거래 시스템 만들고
홍보 부족한 사회적기업 외부자원 이용해 적극 활용
“지속적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지난 2006년 삼성전자는 전국의 소형 가전 폐기물 처리를 ‘재활용대안기업연합회’에 맡겼다. ‘중소형 가전 폐기물도 적정 처리를 하라’는 환경부의 지침에 따라, 폐가전제품 처리를 맡을 파트너를 찾던 참이었다. 각지에서 쏟아질 물량 150t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필수였다.

‘재활용대안기업연합회’는 SR센터(서울), 컴윈(화성), 사람과환경(전주). 살림(부산) 등 13개 지역의 재활용 전문 사회적기업이 모인 조직으로, 파트너로선 안성맞춤이었다.

권운혁 재활용대안기업연합회 이사장은 “같은 업종에 있으면서, 정보와 폐기물 처리 기술을 공유하고 공동 시장 개척을 하기 위해 함께 뭉쳤다”며 “사회적기업은 영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많지 않은데, 우리 네트워크는 커다란 한 영업 부서가 되어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고 말했다. 적정 기술에 대한 연구, 기초수급자를 위한 직업 교육 프로그램 개발, 시장 개척 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나가며, 600명 고용(취약계층 70%), 300억 매출(연합회 전체)을 이뤄냈다.

권운혁 이사장은 “소모품을 공동 구매하면서, 목장갑 하나로 아낀 돈만 1300만원”이라며 “중복 투자를 막고, 공동 교육으로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것 등도 모였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작년에는 LG전자와도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회연대은행이 산은금융그룹과 KDB나눔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산은 소셜비지니스디자이너 양성과정'의 하나인 인턴십 장면. /사회연대은행 제공
사회연대은행이 산은금융그룹과 KDB나눔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산은 소셜비지니스디자이너 양성과정’의 하나인 인턴십 장면. /사회연대은행 제공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전문가들은 사회적기업이 좋은 생태계 위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네트워크’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강원도 원주의 사회적기업 ‘행복한 시루봉’은, 밥을 하기에는 적절치 않지만 떡을 만들기 좋은 ‘싸레기 쌀’을 농민들을 통해 공급받고, 소비자협동조합이 생산물의 70% 정도를 소비해 영업비용을 줄여준다”면서 “이 같은 상호 부조 시스템은 이윤 극대화를 최고 목표로 하지 않는 사회적기업들 사이에서는 가능하면서도 매우 효과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 공동체, 마을 기업 간에 상호 거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부 자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라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은 외부의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사회적기업의 BI(Brand Identity)나 팸플릿, 홈페이지 등의 브랜드 디자인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 ‘위더스카페사업단’ ‘꿈이있는일터’ ‘그린비(Greenbee)’ 등 지난 2011년까지 이들의 손을 거친 사회적기업은 27곳.

권선희 (사)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프로보노센터장은 “국민대의 경우처럼 재능을 보람 있게 쓰고 싶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다”며 “실제 경영자나 회계, 노무 쪽 전문가들이 사회적기업의 자문에 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지난 7월 3일 전주한옥마을에서 열린 아시아 사회적기업 페어의 모습.
지난 7월 3일 전주한옥마을에서 열린 아시아 사회적기업 페어의 모습.

지난 4월 롯데홈쇼핑은 사회적기업의 홍보물 제작 사업을 추진, 대상 기업 총 36개를 선정했다. 롯데홈쇼핑은 ‘두레마을’을 시작으로 ‘SR센터’ ‘씨토크커뮤니케이션즈’ 등의 광고 방송을 진행했고, 올 12월까지 매주 수요일 한 업체씩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고 방송은 롯데홈쇼핑 채널을 통해 오전 5시 50분부터 10분 동안 방영된다.

이인경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무국장은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적기업이 외부의 자원을 활용한 좋은 사례”라고 전했다.

외부에서 컨설팅 등을 받을 경우 유의할 점은 ‘전문성’ 여부다. 이은애 씨즈 이사장은 “장애인 고용형 사회적기업에 ‘생산성이 떨어지니 인력 구조조정을 하라’고 조언할 정도로 컨설팅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사회적기업을 컨설팅할 전문가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판로 지원해 건강한 근로 환경 조성해야

사회적기업에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회적 소비자’와 ‘판로’다. 이 때문에 공기업이나 공적 기업이 사회적기업과 거래토록 하는 ‘공공기관 우선 거래’는 꼭 필요한 모델이다. 지난 5월 한국철도공사는 입찰을 통해 과천-안산선과 경의선, 경춘선 등 3개 구간의 역사 청소 관리를 ‘푸른환경코리아’를 비롯한 사회적기업에 맡겼다.

김기만 푸른환경코리아 이사는 “사회적기업과의 대규모 공공 거래는 실질적으로는 처음 성사된 사례”라며 “당장 먹을 빵을 주는 것보다 지속적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사회적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은애 씨즈 이사장은 “대기업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물품을 더 많이 이용하거나, 직원 복리후생, 디자인, 문화예술, 교육 등을 사회적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로 대체하는 등 사회적기업의 시장 개척을 도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대학교의'사회적기업 디자인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위더스카페사업단'의 기업 로고. /세스넷 제공
국민대학교의’사회적기업 디자인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위더스카페사업단’의 기업 로고. /세스넷 제공

◇향후 과제는 ‘사람’과 ‘투자’

SK는 오는 2013년 2월, 카이스트(KAIST)와 함께 사회적기업가 MBA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를 개강한다. 모집 정원은 25명이며, 그중 80%는 실제 사회적기업이나 소셜 벤처 창업을 목표로 한다. 졸업 후 창업하면 등록금은 전액 무료가 되는 시스템이다.

이동진 SK행복나눔재단 사회적기업개발팀 팀장은 “이번 MBA 프로그램 개발이 국내 타 대학으로 확산되어,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과제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꼽고 있다. 사회적기업사회적기업 투자 재단 LGT VPF(Venture Philanthropy Foundation)의 스티븐 리(Steven Lee) 연구원은 “사회적기업에 투자가 잘되고 있는 국가들을 보면, 대표적으로 방글라데시의 무담보 소액 대출 기관인 ‘그라민은행’ 같은 소셜 임팩트 투자 기관이 있다”며 “선구적인 모델이 나와야, 더 많은 투자자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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