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4일(일)
공정여행가 임영신씨 인터뷰_”행복한 세상 위한 ‘희망의 발자국’ 남깁니다”

현지인의 삶 존중할 때 자연스레 공동체 형성
평화 도서관 프로젝트로 분쟁지역 어린이에 선물, 가치있는 여행 위해 공정여행자 수기 모아 희망 지도 만들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삶이 있습니다. 세상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대로 사는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며 사는 사람.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희망을 전하는 삶을 살았다. 지나온 길을 더듬어 보니, 모든 발자국은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고, 절망 속에서 평화를 찾아나서는 길. 공정여행가 임영신씨의 여정은 그렇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여행하는 이도,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도 함께 행복한 여행은 불가능할까. ‘공정여행’은 이러한 새로운 물음에서 출발했다. 임영신씨가 공정여행을 시작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관광이 지나간 자리에서 그늘을 마주했습니다. 여행자 한 사람이 여행을 할 때 하루 평균 3.5㎏의 쓰레기를 만들고, 400ℓ의 물을 쓰며,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주민 30명이 쓰는 평균 전기량을 소비합니다. 또한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여행자를 위해 히말라야 숲에서 매일 세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고 있죠. 우리가 여행하는 곳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요 일상이란 것을 기억한다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마음이 새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0년 세계 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관광인구는 9억4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역시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2007년 여행자 최대 인원인 1300만명을 돌파하면서 세계 관광 지출국 10위에 올랐다. 여행대국으로의 성장은 또 다른 진통을 낳았다.

“2006년, 필리핀 여행 중에 한국 관광객의 문화를 접하게 됐습니다. 호텔 로비에서 술에 만취해 옷을 벗고 돌아다니고, 현지 소녀를 성추행하고, 돈을 뿌리며 무시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의 행태 때문에 상처받은 필리핀인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여행 인구의 81%가 아시아를 여행하는 지금, 국내에 ‘공정여행’을 소개하고 더 많은 이들과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공정여행은 여행하는 이뿐 아니라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여행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희망을 전하는 공정여행가 임영신씨 모습(오른쪽). /이매진피스 제공
공정여행은 여행하는 이뿐 아니라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여행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희망을 전하는 공정여행가 임영신씨 모습(오른쪽). /이매진피스 제공

그녀는 같은 고민을 하는 여행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공정여행’의 정의를 내리고, 바람직한 여행 방법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이매진피스(www.imaginepe ace.or.kr)’의 평화여행자들과 함께 공정여행을 연구·기획·전파하고 있다.

“공정여행을 할 때는 ‘장소(Where)’보다는 ‘방법(How)’이 중요합니다. 똑같이 뉴욕을 가더라도 어떤 시선과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여행하느냐에 따라 경험의 깊이가 달라지거든요.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공정여행이 시작됩니다. 내가 머무는 마을 주민들의 삶을 존중하고, 자연스레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여행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공정여행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사진을 찍기 전에 양해를 구하는 것, 물건 값을 지나치게 깎지 않는 것,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음식점을 이용하는 것, 현지인들의 생활방식과 종교를 존중하는 것 모두 공정여행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많은 분이 공정여행과 자원봉사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공정여행의 주체는 자신입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죠.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이 ‘키워드’를 뽑는 작업입니다. ‘책’에 관심이 많은 친구는 세계의 책 문화를 돌아보는 계획을 세우고, ‘나눔’에 관심이 많은 친구는 전 세계의 사회적 기업을 방문하는 계획을 세우면 됩니다.”

키워드가 정리되면 나머지는 현장이다. 현지인에게 직접 공정여행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여행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현지인과 친구가 되는 시간을 가진다면 그것으로 공정여행은 완성된다.

임씨는 국내에 공정여행을 전파함과 동시에 지난 2006년부터 분쟁지역에 희망을 전달하는 ‘평화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아이 중 72%가 가족이나 친척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다고 합니다. 이라크 아이들 90%가 자신이 전쟁으로 죽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아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쳐야 합니다. 총 대신 평화의 책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어린이들은 벼룩시장을 열어 헌책을 판매한 수익금을 전달하고, 공정여행가들은 배낭 가득 넣은 헌책을 판매하며 ‘평화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전 세계에 홍보했다. 뜻을 함께한 이들의 노력으로 인도네시아, 이라크, 파키스탄, 동티모르, 필리핀 등에 평화 도서관을 건립했다. 분쟁 속에서 죽음을 보던 아이들이 이제 책 속에서 희망을 접하기 시작했다.

“이매진피스는 현금 모금보다는 거리에서 열리는 평화 헌책방 모금에 더 집중합니다. ‘수익금’보다는 분쟁 지역 어린이들에게 평화를 전하려는 ‘진심’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녀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엔 ‘희망 지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눔, 디자인, 요리, 미술, 음악 등 공정여행을 떠난 이들의 키워드와 수기를 모아 하나의 지도에 그려내는 작업이다. ‘희망의 지도’가 완성되면, 여행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해서 보다 가치 있고 공정한 여행을 계획할 수 있게 된다.

“아직은 시작일 뿐, 저 혼자 힘으로는 희망지도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큰 강이 흐르는 건 아니잖아요.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모여 바다가 되는 것처럼, 수많은 공정여행가의 발걸음이 모여 ‘희망 지도’가 완성되겠죠. 공정여행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발견하고, 지역 공동체의 삶이 일어나고, 숲이 지켜지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난다면, 이 세상은 좀 더 공정하고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여행지 공동체에 도움되는 공정여행, 이렇게 하세요

01. 비행기 이용 줄이고 물·전기 아껴쓰자.
02.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음식물, 교통편, 여행사를 이용하자.
03.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로 만든 기념품(조개·산호·상어 등) 사지 말자.
04. 동물을 학대하는 쇼나 투어에 참여하지 말자.
05. 과도한 쇼핑 자제, 공정무역 제품 이용, 지나치게 깎지 말자.
06. 현지의 인사말, 노래, 춤을 배워보자. 작은 선물을 준비해 가자.
07. 여행지 생활 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자.
08. 적선보다는 기부를! 여행 경비의 1%는 현지 단체에.
09. 현지인과 한 약속(사진 보내기 등)을 지키자.
10. 내 여행의 기억을 기록하고 공유하자.

'특종'보다 '사람'이 100배 더 좋은 기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시스템보단 사람이더라.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행복, 그 인사이트를 맛보는 재미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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