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1일(토)
강원도와 사회적기업 ‘손에 손 잡고’

평창올림픽에서 꽃핀 사회적경제

이제 우리나라 차례다!

지난 20일 오전, 피겨스케이팅 아이스 댄스 종목의 프리 댄스 경기가 펼쳐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 우리나라 대표로 출전한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 선수가 얼음판 위에 오르자,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박경수(가명·13)군도 긴장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덩달아 옆에 앉아있던 그룹홈 동생들도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장내엔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두 선수가 아리랑 가락에 맞춰 은반 위에서 춤을 췄다.

지난 20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 경기를 선보인 국가대표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 선수. ⓒ조선일보 DB

 

◇사회적기업 8곳 함께 한 공정 여행

 

이날 경기를 관람한 아동·청소년은 총 300명. 전국 60개 그룹홈에서 올라온 아이들은 올림픽 경기를 보고 강원도 곳곳을 여행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강원도가 주최하고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가 주관한 취약계층 공정 여행 프로그램 ‘러브 커넥티드(Love Connected)’ 덕분이다. 전라남도 장흥에 위치한 그룹홈에서 지내온 경수에겐 이번이 친구들과 가는 첫 여행이었다. 2박 3일 동안 의야지 바람마을, 응골 딸기마을 등 체험 마을에서 ‘양 먹이 주기’ ‘치즈 초콜릿 만들기’ 등을 체험했고, 대관령 눈꽃 축제, 트릭아트 미술관 등 지역 명소도 방문했다. 그룹홈 아동뿐만 아니다. ‘러브 커넥티드’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 독거 어르신, 다문화·한부모 가정 등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여행도 진행됐다. 이렇게 지난 9일부터 21일까지 강원도 여행을 다녀간 이만 총 1400명(11팀)에 달한다. 여행 일정 전반은 지역에 경제·사회·환경적 유익이 가도록 한다는 공정 여행의 개념과 취지를 따라 지역 친화적으로 구성됐다.

강원도 응골 딸기마을에서 딸기체험 중인 ‘러브 커넥티드’ 참가 아동들. ⓒ트래블러스맵

이번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프로그램 운영 전반을 강원도와 공정 여행 관련 사회적기업 8곳이 함께 머리를 맞대 기획하고 진행했다. 트래블러스맵을 주축으로 강원도의 동네방네 트래블, 강원도협동조합 감자 및 착한여행, 공감만세, 거위의꿈, 우리가만드는미래, 마이플래닛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협력했다. 간식도 광산 우리밀 러스크·유기농 두유 ‘바리의 꿈’ 등 강원도 사회적기업의 상품으로 구성했고, 한국전세버스협동조합의 쿱(COOP) 버스를 섭외해 교통수단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이 참여했다.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는 “오래전부터 평창올림픽을 통해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참여할 기회를 찾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와 지난해 말부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최문경 강원도협동조합 ‘감자’의 사업1팀장은 “한꺼번에 많은 참가자들과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만나 일해보니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강릉 페스티벌파크에 방문객 북적

 

19일 오후, 강릉 페스티벌파크 내부에 마련된 ‘사회적경제 상품관’이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상품관 부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는 유명 셰프 이원일(39·디어브레드 오너 셰프)씨. 강원도 사회적경제 홍보대사인 그는 몇 가지 상품을 직접 시연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곤드레톡’을 밥 위에 톡 뿌리고 취사 버튼만 누르면 곤드레밥이 나와요. 저도 식당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이씨가 소개한 상품은 강원도 사회적경제 조직인 ‘해비즌협동조합’의 ‘정선 곤드레톡’. 강원도 정선의 특산물인 곤드레를 특허 공법으로 가공해 곤드레밥을 만들 수 있는 상품이다. 강원도의 전통 음식이나 사회적경제 상품을 증정하는 ‘경품 추첨 룰렛 이벤트’ 시간에도 곤드레밥은 단연 인기였다.

강릉페스티벌파크 내 사회적경제 상품관에서 강원도 사회적경제상품을 설명하고 있는 이원일 셰프. ⓒ협동조합 판

 

강원도가 지난 1월 30일 문을 연 사회적경제 상품관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이 제작한 상품들을 홍보하고 유통하고 있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대회가 마무리되는 3월 25일까지 114개 기업의 총 618개 품목이 일정 주기로 순환 판매된다. 유동인구가 많고 농축수산물부터 건강식품, 선물 세트와 잡화류까지 품목이 다양해 하루 매출 250만~300만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는 중이다. 이곳 상품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협동조합 ‘판’의 오석조 대표는 “설에는 황태나 김 선물 세트 등 인기 상품들의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주문이 폭주했다”면서 “외국인 손님에겐 한지 등을 사용한 잡화류도 사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관 한편에는 소규모 소셜벤처들의 상품을 소개하는 팝업스토어도 있다. 지난 26일까지는 얼킨, 비백(B.Bag), 에코파티메아리 등 업사이클링 제품 브랜드를 비롯해 한복을 재해석한 소셜벤처 브랜드 15가지가 소개됐고, 그 후부턴 국내 대표 소셜벤처 제품들이 고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44일간 올림픽 개·폐회식 준비단 배 채운 ‘행복도시락’

 

평창올림픽 기간 내내 강원도에 상주하며 준비한 ‘올림픽 개·폐회식 제작단’의 식사를 책임진 것도 사회적경제 조직이었다. SK행복나눔재단이 운영 및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행복도시락은 1월 14일부터 지난 26일까지 하루 4끼씩, 2만5000식가량을 공급했다. 강원도 행복도시락 평창센터와 원주센터(원주푸드협동조합)에서 도시락을 만들어 44일간 강원도 봉평군 30여 곳에 위치한 제작단 숙소로 직접 배송했다.

행복도시락의 ‘강원만찬’ 도시락. 때에 따라 조식 등은 간편식 형태로도 제공한다. ⓒ행복도시락
 

특히 이번 도시락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식재료로 꾸려졌다. 횡성 한우와 곤드레밥, 더덕, 송어 스테이크 등 6종으로 구성된 일명 ‘강원 만찬’이다.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외식창업팀, 강원도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올림픽을 겨냥해 약 3~4년 전부터 개발해온 메뉴다. 도시락의 초기 개발부터 참여한 조세훈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원주푸드협동조합 센터장)는 “국가적 행사인 올림픽에서도 먹거리 환경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강원도의 식문화를 알리고, 또 문화적 인프라를 남겨보고자 ‘올림픽 도시락’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행복도시락은 이번 도시락 공급으로 약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각 센터는 도시락 한 개당 약 200원(매출의 2.5%)씩 기금을 모아 다시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에 기부할 예정이다.

 

강릉=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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