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30일(수)
삼성 사회공헌 ‘1년의 침묵’ 깨나…CSR 투명성 강화돼야

삼성전자 CSR 향방은? 

 

지난 11월 1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성화봉송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이 기지개를 켜는 모양입니다.” 

최근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삼성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최순실 사태 이후 1년 넘게 두문불출했던 삼성이 CSR 전략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

지난 11월 24일 삼성 사회봉사단장에 임명된 이인용 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이날 기자실을 찾아, 삼성그룹 이웃사랑 성금 500억원 기탁 소식을 알리며 향후 사회공헌 활동 방향을 소개했다. 이 단장은 “상당 규모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왔지만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떠오르는 게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사회공헌 관련 조직을 어떻게 정비할지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12년간 삼성그룹에서 홍보 업무를 맡아온 이 단장이 삼성 사회봉사단을 총괄하게 되자, 업계에선 삼성이 향후 사회공헌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 사회공헌 탄력받나…기부금 대부분 오너 일가 연계 재단으로 

 

실제로 1년간 ‘개점 휴업’ 상태였던 5대그룹 사회공헌 네트워크 모임도 오는 12월 중순 삼성의 주도로 재개될 예정이다. 삼성, 현대차, LG, SK, 포스코, SK 등 5대 그룹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수년간 네트워킹 모임을 비공식적으로 진행해왔다. 이는 평소 친분이 있던 사회공헌 실무자들이 부서내 직원들과 함께 안면을 트고, 서로간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시작한 일종의 ‘친목 모임’으로, 매년 2~3회 진행돼왔다. 각 그룹이 돌아가며 모임 일시 및 장소를 정하는 ‘호스트’ 역할을 한다. 롯데그룹이 작년부터 합류해 6대그룹 모임으로 확대됐다. 해당 모임에 꾸준히 참석해온 한 사회공헌 담당자는 “그동안 삼성은 5대그룹 모임뿐만 아니라 각종 기업 사회공헌 네트워킹 모임 및 포럼 등에서 아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내년도 삼성 사회공헌 방향성에 타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돼있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계열사별 사회공헌을 강화해왔다. 2013년 12월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20주년 특별 보너스’의 10%에 해당하는 110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에 기부하고, 계열사 28곳마다 각사 특성에 맞는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했다. 매출만큼 보너스가 많았던 삼성전자는 임직원 투표를 거쳐 보육원 퇴소 아동 자립 지원에 3년간 150억원을 투입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현재 계열사별 사회공헌 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 단계이며, 300~400억 정도 예산이 남아있는 상태”라며 “기부금 규모가 컸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남은 기금에 대한 신규 사회공헌 방향성을 잡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삼성 임직원 기부금 1100억원, 그 행방은?

최순실 사태와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400억원으로 이재용 부회장 수사와 구속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의 사회공헌은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10억원 이상 기부금 및 사회공헌기금을 지출할때 반드시 사외이사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을 신설하고 해당 내용을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기부금 집행 절차가 강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사회공헌 비용도 축소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실제로 기존 교실에 전자칠판, 스마트 태플릿 등 최신 기술 제품과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스마트스쿨’을 비롯, 삼성전자의 나눔경영(지역사회공헌) 총비용은 2014년 5230억원, 2015년 5230억원으로 유지되다가 2016년 4450억원으로 감소했다(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17).  ☞관련기사: 대기업 기부금 심사 강화, 독 될까 약 될까 

삼성전자가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나타난 대외후원현황(2017년 11월 14일 기준)

삼성전자는 약속대로 2017년 3월부터 사업보고서에 대외 후원 현황을 공시하고, 분기보고서에 담지 못한 기부금 집행 관련 이사회 의결 사항을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자율공시 형태로 올리고 있다. 3월 이후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기부금은 총 1197억2000만원(전자공시시스템 공시기준)으로, 2017년 사회공헌기금으로 125억9000만원, 제44회 UAE 아부다비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및 2017-2018 국제기능올림픽위원회 후원금으로 약16억3000만원, (삼성)언론재단에 17억원을 집행했다. 여기에 호암재단(40억원), 삼성복지재단(240억원), 삼성생명공익재단(377억원), 성균관대학(150억원) 등 오너 일가와 연계되거나 전현직 임원을 통해 실질적 주도권을 쥔 재단 등에 약 67%를 기부했다. 지난 11월 24일에는 포항 특별재난지역 기부금 30억원(전국재해구호협회)과 ‘희망2018나눔캠페인’ 기부금 201억원(공동모금회) 출연 사실을 자율공시 형태로 추가로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사회공헌 및 나눔경영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삼성 사회봉사단 주도로 계열사별 사회공헌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임직원의 역량 및 재능을 살리는 사회공헌을 지속적 확대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삼성, CSR 투명성 강화…“갈 길 멀다”  

 

ⓒ2017 Glabal 100 results

올해 삼성전자는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특히 평판 하락을 겪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서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Global 100 Most Sustainable Corporations)’ 명단에서 2013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100대 기업 명단에서 빠졌다. 반면 LG전자는 65위로, 국내 전자업체로는 유일하게 선정돼 4년 연속 명단에 올랐다(포스코는 35위, 신한금융은 40위로 한국 기업 중 100대 기업에 선정된 곳은 LG전자를 포함해 3곳에 불과하다). 레퓨테이션인스티튜트(이하 RI)가 기업의 제품, 서비스, 지배구조, 리더십, 혁신, 근무환경 등을 기준으로 매년 기업의 평판을 점수화하는 ‘랩트랙(RepTrack) 100’에서도 17위에서 70위로 전년 대비 대폭 하락했다. 애플은 20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USA투데이는 “갤럭시노트 7 폭발,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사건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불황을 겪은 삼성전자의 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분석 기사를 다뤘다.

RI가 발표하는 ‘2017 글로벌 CSR RepTrack 100’에서도 2015~2016년 20위로 상위권을 유지하던 삼성전자는 89위로 급격히 하락했다. (주)LG가 한국 기업 중 가장 높은 76위에 올랐다. 1위는 덴마크 완구업체 레고(LEGO),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3위는 구글(Goole)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CSR 평가에서도 점수는 저조한 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진행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삼성전자의 ESG통합 점수는 B+로, 특히 지배구조에 있어서 ‘B’를 받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사회와 환경 부문은 A). 

상당 비용을 기부금과 사회공헌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음에도,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권, 안전, 환경, 상생 등 CSR 전반의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 사회공헌은 ‘그린워싱’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강점만 홍보하지 말고, 약점을 공개하고 이를 보완해나가는 노력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신뢰가 높아지며 지배구조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flickr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 삼성전자는 올해 눈에 띄게 CSR 공시를 강화했다. 이사회 구성, 기능 등을 설명하는 ‘2017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발간한 것. 기업지배구조 공시제도는 투자 정보 확대와 기업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도입한 제도로, 의무 사항은 아니다. 삼성그룹은 16개 계열사 중 4곳(43.8%)가 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해, SK(6.7%), 롯데(9.1%)보다 공시 비중이 높았다. 위원회도 확대 개편했다. 지난 4월 CSR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립하고, 산하에 CSR리스크관리협의회를 신설해 CSR 리스크에 대한 사내 관리체계 감독과 이슈사항 해결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CSR 및 ESG를 평가하는 다수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는 기본적인 제도와 정책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본 평가 점수는 높지만, 오너 리스크, 안전, 환경, 인권, 상생 등 분야에서 취약점이 밝혀져 매년 감점이 많이 발생한다”고 입을 모은다. A기관 ESG평가 담당 연구원은 “오너 일가의 지분이 높은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 비율이 굉장히 높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책임 경영을 실천하기 어렵다”면서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야하는데, 전자투표제 등 주주총회 참석이 어려운 주주들을 위한 별다른 노력이 보이지 않아 점수를 주기 어렵더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비율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이사회 9명 중 사외이사가 5명으로 법에서 요구하는 과반수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고, 3명의 사외이사가 소위원회 6개 중 감사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거버넌스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4개 위원회에 소속돼있다. 전문성 있는 의견 개진을 통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

올해 거버넌스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위원회 규정 전문이 공개되지 않아 ‘반쪽자리 공시’라는 비판도 있다. 반면 SK가스,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은 위원회 규정 전문을 공개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은 이사회 결의 의사록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시하거나 이해관계자 요청시 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환경 및 에너지 분야에서도 경쟁기업인 애플(Apple)에 비해 CSR 투명성 격차가 큰 편이다. 애플 CEO인 팀쿡(Tim Cook)은 데이터센터 및 사업장 운영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기로 공개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국가별·종류별로 공개하고 있다. 이에 더해 협력업체가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2020년까지 4GW로 증가시키겠다는 목표에 따라 협력업체의 재생에너지 구매계약 총량을 밝히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협력사를 공개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폭발사고로 회수된 갤럭시노트 7의 친환경 처리방침의 이행성과를 공개하지 않고, 일부 모바일 기기에 대한 탄소배출 및 에너지 소비 평가 내용만 보고할 뿐 애플에 비해 공개하는 제품의 정보 목록이 제한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투표제 등 주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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