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韓·中 학생 함께 한국 조동마을에 박물관 건립 “문화 배우고 교류하는 소중한 경험 됐어요”

SK텔레콤 대학생 봉사단 ‘써니(Sunny)’

“도깨비랑 사람이 친해지면 도깨비가 돈을 주지, 땅을 사라고. 그 돈으로 땅을 사는데 그다음에 도깨비랑 사이가 안 좋아지면 도깨비가 심술이 나서 훼방을 놓으려고 땅에다 불을 지르고 거름을 뿌려. 그렇게 하면 농사가 더 잘 되는 걸 도깨비는 모르는 거지.”

충북 영동군 조동마을의 경로당, 윤순영 할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할머니를 둘러싼 학생들이 입을 벌리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얼핏 보기엔 할머니가 대학생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사이에 학생들 사이에선 중국어와 영어 통역이 이어진다. 이야기를 하던 할머니도 통역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할머니의 눈에도 학생들의 눈에도 호기심이 어린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다른 할머니가 불쑥 질문을 던진다.

“중국 젊은이가 보여줄 건 없나? 더 궁금한 건 없고?”

경로당에 모인 할머니들이 웃음을 터트리자 양양이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연다. 한국 대학생이 양양의 얘기를 옮겨서 설명해준다.

“저도 중국에서는 고향이 시골인데 거긴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이렇게 어르신이 다 모여 있는 장소가 없어요. 서로 만나려면 멀리 걸어서 서로의 집까지 가야 하는데, 이렇게 마을 어른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게 좋아요.”

고개를 끄덕이던 할머니의 설명이 이어진다.

“한국도 옛날에는 한 집에 여러 가족이 살 때는 사람도 많고,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공간도 드물었는데, 이젠 마을 사람들이 다 도시로 가버리니까 이런 것도 꽤 필요하고 쓸 만하지.”

잠깐의 대화를 통해 한국의 할머니와 중국의 대학생이 서로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한국 대학생 12명과 중국 대학생 12명이 충북의 조동마을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가 섞여서 통용되는 이 봉사단은 SK텔레콤이 2003년부터 운영하는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써니)이다.

대학생 봉사단 '써니'의 학생이 조동마을 박물관에 놓일 장승을 꾸미고 있다.
대학생 봉사단 ‘써니’의 학생이 조동마을 박물관에 놓일 장승을 꾸미고 있다.

SK텔레콤 써니는 전국 11개 권역에서 대학생이 스스로 봉사활동을 기획, 진행하고 있으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은 연간 4300여명 수준이다. 지난 2010년 9월 말에는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SK써니를 모델 삼아 중국에서도 대학생 자원봉사단을 창단했다. 작년 7월을 기준으로 베이징과 쓰촨 소재의 12개 대학에서 선발된 대학생 349명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조동마을에서의 봉사활동은 중국과 한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써니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원봉사활동과 문화 교류를 벌이는 글로벌 캠프(Global Camp)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이번 글로벌 캠프에서는 특색 있는 활동들이 벌어졌다.

써니들은 마을의 집들을 방문해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 사이에서 전래되어 왔던 이야기들을 듣고 이를 토대로 마을 역사를 담을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이 간직하고 있는 도깨비 이야기와 금광과 화전민이 얽힌 마을 역사 이야기, 한국의 육지에서는 최초로 재배되었다는 표고버섯 이야기들이 오래된 사진들과 함께 하나 둘 공개됐다.

이뿐만 아니라 써니는 마을의 주요 농작물이 무엇인지, 생산량은 얼마나 되고 판로는 어떻게 되는지 등도 조사했다. 써니가 수집한 마을에서 재배하는 농작물의 종류, 경작현황, 가공 및 제품화 상황, 판매방법 및 수량, 가구별 연수입 등의 자료는 이후 마을의 발전 계획을 짜고 농작물의 유통 경로를 개선하는 데 기초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짧은 기간 동안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회의를 해서 자료를 정리하고 박물관에 대해 기획, 구상을 해서 박물관을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대학생들은 의견 차이는 토론으로 극복하고 피로는 응원으로 이겨내며 전 일정을 잘 마쳤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 잔치도 벌이고, 마을의 집집마다 새로운 문패도 하나씩 만들어 드렸다.

중국 인민대 2학년의 양양군은 “중국 학생들이랑 한국 학생들이랑 같이 모여서 서로의 문화도 알게 되고 교류도 하는 것이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중국과 한국에서 의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SK텔레콤은 “대학생들이 써니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해나가길 바란다”며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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