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일(토)

‘섬김과 헌신’ 정신으로 남이 주목하지 않는 복지의 길 개척

하트하트 재단과 함께하는 문화복지의 꿈
하트하트 재단 성장원동력 신인숙 이사장에 묻다
인공와우 수술비 지원… 잃어버린 소리 되찾아줘
안과 전문 인력 양성 등 저개발국 ‘역량강화’ 초점
눈앞의 요구보다 세상과 소통하는 ‘문화복지’에 힘써

“척박하고 험난했습니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 없는 길이었죠.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하트하트 재단이 걸어온 길이 비슷한 도전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그래서 더 도움이 절실한 곳.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사랑과 나눔을 베푼 지 벌써 23년. 하트하트 재단 신인숙 이사장의 시선은 항상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곳을 향해 있다. 저마다 살아가는 형편이 다르지만, 너와 내가 똑같이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 꼭 이뤄야 할 꿈이 있기에, 그녀의 도전은 좀처럼 멈출 줄 몰랐다.

①신인숙 이사장이 아이에게 학용품을 건네고 있는 사진. 평탄하고 쉬운 길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는 외롭고 험한 길을 찾아 나아가는 하트하트재단 신인숙 이사장.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한 그녀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하트하트 재단
①신인숙 이사장이 아이에게 학용품을 건네고 있는 사진. 평탄하고 쉬운 길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는 외롭고 험한 길을 찾아 나아가는 하트하트재단 신인숙 이사장.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한 그녀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하트하트 재단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다

작은 시도가 세상을 변화시켰다. 지난 2003년 하트하트 재단이 시도한 인공 와우(손상된 내이의 기능을 대신하는 전자 의료기기) 수술비 지원 사업 이야기다. 청각 장애의 경우 수술을 받으면 어느 정도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싼 수술비 때문에 매년 출산 되는 5000명의 청각 장애 아동 중 90%가 평생 소리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다. 막대한 비용 때문에 당시 어떤 NGO도 이들을 지원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한 명의 청각 장애 아동이 수술을 받으려면 2500만원의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인숙 이사장은 “그래서 더욱 하트하트 재단이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일에 과감히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첫해 하트하트 재단이 후원한 2억5000만원으로 11명의 아동이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았고, 이듬해 25명의 아동(4억3500만원)의 귀가 열렸다. 수혜자가 고작 36명인 사업이 과연 성공적인 것이냐는 주위의 비아냥도 많았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한 아이의 인생이 달라짐으로써 더 많은 변화가 연속적으로 일어날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그런 믿음이 또 다른 기적을 낳았죠.” 하트하트 재단의 용기 있는 도전 덕분일까. 2005년부터 인공 와우 수술이 보험 급여 대상이 되면서 청각 장애를 가진 이들은 정부로부터 기존 비용의 80%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2007년까지 인공 와우 수술과 이들의 언어치료를 지원하던 하트하트 재단은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나섰다.

②하트하트재단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방글라데시 주민들에게 빛을 찾아주고 있다. ③하트하트재단이 방글라데시에 건립한 안과클리닉 모습. /하트하트 재단
②하트하트재단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방글라데시 주민들에게 빛을 찾아주고 있다. ③하트하트재단이 방글라데시에 건립한 안과클리닉 모습. /하트하트 재단

◇거북이 걸음으로

캄캄한 어둠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들의 보지 못하는 아픔을 치유하고 싶었다. 2억8500만명에 달하는 지구촌의 실명과 저시력 인구 중 90%는 개발도상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 중 80%는 예방과 치료가 얼마든지 가능함에도 의료적인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는 하트하트 재단이 해외 빈곤 현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상황은 훨씬 더 열악했다. 규모가 큰 마을에서도 안과 의사를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하트하트 재단의 시력회복사업을 통해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탄자니아에서 총 4300명이 백내장과 안질환 수술을 통해 빛을 되찾았다. 그러나 일회적인 진료 서비스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들의 삶의 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현지에 안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안과 클리닉을 건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해외사업담당 윤주희 사무국장이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하트하트 재단은 지역 주민의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준안과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MLOP센터(Mid Level Ophthalmic Personal center)를 설립하고 올해 8월 입학식을 가졌습니다. 25명의 학생들이 전액 무료로 수업을 듣고 있죠.”

하트하트 재단은 사업을 구상할 때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쉽게 건너갈 수 있는 돌다리도 몇 번이고 두드려본다. 태양광 램프 사업을 추진할 땐 더욱 그랬다. 윤주희 국장은 “중국 청도에 있는 태양광 관련 업체를 전부 찾아가 램프 샘플을 직접 골랐다. 믿을만한 업체라고 했지만 소량만 구입해 몽골과 말라위에 보냈다. 시범 작동 결과 금방 고장이 나더라. 마침 한국에도 태양광 관련 업체가 생겨나면서 수소문 끝에 계약을 체결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④하트하트재단은 방글라데시 아이들에게 실명예방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트하트 재단
④하트하트재단은 방글라데시 아이들에게 실명예방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트하트 재단

◇한발 앞서가는 하트하트

하트하트 재단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눈앞의 사회적 요구보단 열 걸음 앞의 복지 흐름을 읽는다. 1994년부터 발달장애 아동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하트하트 재단이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세상과 소통하는 ‘문화복지’야말로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복지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발달장애청소년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지 6년 만에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라 감동의 선율을 선보였고, 한국형 ‘엘시스테마’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그런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창의적인 발상이죠.” 이사장이 한마디로 대답했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해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습니다. 신문, 잡지, 소설 등 무엇이라도 좋으니 본인 생각에 가장 참신했던 소재를 들고 오라고요.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파트에 적용할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기존 아이디어를 변형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트하트 재단은 결식 아동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던 중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아이들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합창단을 결성한 것이다. 주 2회 정기적인 합창 활동과 여름캠프, 문화체험 등으로 아이들은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섬기는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하트하트 재단. 그 성장 속에 숨겨진 가장 큰 원동력은 직원들의 섬김과 헌신에 있었다. 좀 더 쉬운 길, 눈에 보이는 길을 가보자는 유혹도 많았다. 시력회복사업, 문화복지사업이 자리 잡기까지 무시도 많이 당했다. 그때마다 이들은 재단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어떤 비전을 갖고 나아갈지 함께 고민했다. 좀 더 낮아지고 섬기려 노력했다. 하트하트 재단의 이러한 따뜻한 에너지는 앞으로 아름다운 기적을 더 많이 꽃 피우리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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