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기후재난, 닥치기 전 대응한다…환경재단 ‘아시아 기후 허브’ 추진

창립 24주년 후원의 밤서 아시아 기후재난 사전 대응 로드맵 공개
기후위험 지도·지역별 대응·기후펀드 등 3대 전략 추진

“환경을 지키겠다는 원칙은 과거와 같습니다. 다만 이제는 그 무대를 넓혀야 할 때입니다. 기후위기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환경재단 창립 24주년 후원의 밤’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환경운동을 넘어 아시아 각국과 협력을 넓히겠다는 뜻이다. 최 이사장은 아시아 청년들이 서로 배우고 연대하며 각자의 지역에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재단이 디딤돌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환경재단은 아시아 기후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새 로드맵 ‘아시아 기후 허브 ACT(Asia Climate Together)’를 공개했다. 각국의 기후위험을 파악하고 지역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재난에 대비할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환경재단은 2027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이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 재난 발생 후 수습보다 사전 예방…3대 전략 제시

로드맵을 발표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2008년 네팔의 한 환경운동가가 재단을 찾아왔던 경험을 소개하며 당시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히말라야 인근 주민들이 위험에 놓여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재단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경험을 돌아보며 기후재난이 발생한 뒤 피해를 수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운동은 미래업이자 예방업”이라며 “이미 예고된 기후재난 앞에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험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현지 주민들이 스스로 위험을 파악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환경재단은 ▲아시아 기후위험 지도 구축 ▲지역별 맞춤형 대응 과제 발굴 ▲아시아 기후펀드 조성을 3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우선 현지 주민들이 직접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국의 기후위험을 파악해 지도로 만들 계획이다. 이어 각국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역별 특성과 필요에 맞는 대응 과제를 발굴한다.

◇ 24년간 쌓은 협력 기반,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

이번 로드맵은 환경재단이 지난 24년간 아시아 각국에서 쌓아온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환경재단은 아시아 약 15개국에서 60여 개 사업을 추진했다. 네팔과 방글라데시, 미얀마, 몽골 등에서 식수 시설과 태양광 설비를 지원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원순환 사업을 진행했다. 2015년부터는 현지 주민들과 함께 맹그로브숲을 복원하는 ‘맹그로브 100만 캠페인’도 이어오고 있다.

현지 시민단체와의 협력도 이어왔다. ‘그린아시아그랜트’를 통해 아시아 7개국 시민단체의 환경 활동에 약 24만 달러를 지원했다. 국내외 환경단체 151곳, 기업 등 2169곳과 협력해 온 경험도 이번 로드맵의 기반으로 삼는다.

환경재단은 그동안 개별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을 연결하고, 아시아 각국의 시민사회와 기업, 전문가가 함께 기후위험에 대응하는 협력체계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이 대표는 전 세계 기후재난의 절반 가까이가 아시아에서 발생한다며, 한국 시민사회가 아시아 기후협력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환경재단은 2030년까지 환경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그린리더’를 누적 10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재까지 재단과 함께한 그린리더는 약 796만 명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제19회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시상식도 열렸다. 올해 수상자는 환경 부문 고 장지영 생태지평연구소 처장과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제작진, 사회 부문 송길영 작가, 문화예술 부문 가수 바다 등 4팀이다. 환경 부문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000만 원과 트로피가, 사회·문화예술 부문 수상자에게는 기념 트로피가 수여됐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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