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데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폭탄까지 쏟아지며 유가증권시장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 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6.92포인트(3.48%) 밀린 5730.74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낙폭을 키우며 가파르게 하락했다. 오전 10시 4분께에는 코스피200 선물이 5% 이상 급락함에 따라 지난 15일 이후 11거래일 만에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장중 한때 5600선마저 무너지며 5599.42까지 떨어졌으나, 오후 들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다소 줄였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하락장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8420억 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과 기타법인은 각각 8568억 원, 2365억 원을 순매수했고, 장 초반 순매도를 보이던 기관도 7493억 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정유나 유안타증권 PB는 “외국인 수급 변동성이 확대되며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미국 10월 고용 보고서를 확인하는 등, 실물 경제 건전성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급락세는 간밤 뉴욕증시에서 불거진 빅테크의 실적 충격이 국내로 번진 결과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광고 사업 부진 등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가 12.64% 폭락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5000억 달러(약 667조 원)가 증발했다.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대비 뚜렷한 수익 창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회의론이 확산하며 기술주 전반에 투매를 불렀다. 아마존 역시 견조한 클라우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AI 설비 투자로 인해 잉여현금흐름(FCF)이 424억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고, 인텔 역시 보수적인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내놓으며 우려를 키웠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반도체주도 동반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3.02% 떨어진 22만50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7.08% 폭락한 141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시총 상위주 대다수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기(-7.50%), SK스퀘어(-5.88%), 현대차(-3.59%), 삼성물산(-3.55%) 등이 큰 폭으로 밀렸다. 반면 실적 방어 및 경기방어 성격을 띤 삼성바이오로직스(8.86%), 셀트리온(1.22%), LG에너지솔루션(0.98%) 등은 오름세로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제약(2.08%)과 담배(1.24%)를 제외한 전자장비(-7.69%), 자동차(-7.12%), 반도체(-5.10%) 등 대다수 업종이 하락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 지수 역시 전장보다 28.85포인트(3.83%) 내린 724.38에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1681억 원을 사들였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10억 원, 1361억 원을 순매도했다.
구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