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84% “ESG 고려해 투자”…기업 지배구조 중요성 커졌다

FTSE 러셀, 24개국 자산보유기관 402곳 조사
지속가능투자 반영 비율 1년 새 11%p 상승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지속가능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투자 결정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지속가능성 요소를 반영하는 자산보유기관 비율이 1년 만에 1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반면, 기업이 공개하는 ESG 정보의 품질은 지속가능투자를 확대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지목됐다.

최근 글로벌 ESG 전문매체 ESG News의 보도에 따르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산하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 FTSE 러셀(FTSE Russell)이 실시한 제9차 지속가능투자 설문조사에서 자산보유기관의 84%가 투자 결정에 지속가능성 요소를 반영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73%보다 11%p 상승한 수치다. 조사는 연기금과 보험사, 국부펀드, 재단 등 24개국 자산보유기관 402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속가능투자를 검토 중인 기관도 전체의 15%에 달했다. 향후 1~3년간 지속가능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는 응답은 85%였으며, 축소하겠다는 기관은 없었다.

지속가능성을 반영하는 투자자산의 범위도 넓어졌다. 전체 운용자산의 절반 이상에 지속가능성 요소를 적용하는 기관은 지난해 26%에서 올해 51%로 증가했다.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 지속가능성을 반영한다는 응답도 지난해 0%에서 올해 11%로 늘었다.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지속가능투자를 추진한다는 응답은 41%에서 47%로 증가했다.

리 클레먼츠(Lee Clements) FTSE 러셀 지속가능투자 응용연구 책임자는 지속가능성이 일반적인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더욱 폭넓게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름철 극심한 폭염과 에너지 위기 등이 지속가능성 요소가 실제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언급했다.

◇ 투자자 관심, 기후변화 넘어 지배구조·AI로 확대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지속가능성 이슈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기업 지배구조와 세금, 주주권리를 주요 관심사로 꼽은 응답자는 지난해 18%에서 올해 32%로 증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보건·의료 관련 위험(25%), 기술·인공지능(AI) 관련 이슈(24%), 식량안보(19%) 순이었다.

클레먼츠 책임자는 주주권리에 대한 압박과 기업 정보공개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규제 변화가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불안과 거시경제 변동성이 커지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험에 대한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기후위험에 대한 우려 수준을 10점 만점에 10점으로 평가한 기관은 지난해 11%에서 올해 25%로 증가했다. 투자자산 배분 과정에서 기후위험을 고려한다는 응답 역시 36%에서 52%로 높아졌다.

고탄소 자산을 매각하는 탈투자(divestment) 전략을 활용하는 기관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30%로 늘었다. 반면 석유·가스·광업 기업 등에 투자한 상태에서 대화와 주주권 행사를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관여(engagement) 전략을 활용하는 기관은 67%에서 60%로 감소했다.

◇ 지속가능투자 확대 가로막는 최대 요인은 ‘기업 정보공개’

지속가능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과 품질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조사에서 지속가능투자 확대의 가장 큰 장애물로 ‘기업 보고 및 정보공개의 품질’을 꼽은 기관은 33%였다. 지난해 31%보다 2%p 증가한 수치다. 반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따른 평판 위험을 장애물로 꼽은 비율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22%로, ESG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을 지목한 비율은 36%에서 25%로 각각 감소했다.

향후 지속가능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정부 정책의 안정성과 경제 상황이 꼽혔다. 특히 AI 산업 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의 급증이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클레먼츠 책임자는 “정부의 지속가능성 정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시장과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가 지속가능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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