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쪼개진 경기 집값… 남부 ‘신풍년’ vs 서북부 ‘소외’

반도체 산업의 활황이 경기 지역 부동산 시장의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와 직주근접 여건을 갖춘 경기 남부권은 집값이 급등하는 반면, 산업 호재에서 비껴간 서북부권은 하락세를 보이며 지역 간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4.36% 상승했다. 이는 서울(7.33%)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자, 전국 평균 상승률(2.41%)을 웃도는 기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승세는 일부 지역에 집중된 착시 효과에 가깝다.

집값 상승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반도체 특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거점과 가까운 화성 동탄구는 올해에만 16.9% 급등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통근 여건이 좋은 동탄은 실거주를 원하는 반도체 종사자 수요에 향후 가치 상승을 노린 투자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지난 6월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음에도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 벨트 영향권에 속한 광명시(13.58%), 용인 수지구(13.46%), 성남 분당구(12.24%), 수원 영통구(11.10%), 용인 기흥구(10.86%), 하남시(10.39%) 등도 10%가 넘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소득 첨단 산업 일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배후 주거지의 매수세가 강해지고 이것이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영향이다.

반면, 산업 호재가 부족하거나 공급 부담이 있는 서북부 지역은 침체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파주시(-2.00%)를 비롯해 고양시(-0.49%), 동두천시(-0.47%), 포천시(-0.20%), 양주시(-0.18%), 김포시(-0.07%) 등은 올해 들어 집값이 일제히 하락했다. 남부권의 양질의 일자리 집중과 자금 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주거 선호도가 낮은 서북부권의 수요 이탈을 부추긴 결과다.

이러한 양극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KB부동산 집계 결과 지난달 경기 지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6.1배를 기록하며 2013년 4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위 20%(1분위) 아파트 6채를 파내야 상위 20%(5분위) 아파트 1채를 겨우 사들일 수 있을 만큼 자산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첨단 산업 유치 여부가 집값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만큼, 반도체 중심의 경기 남부권 쏠림과 서북부권의 소외 현상에 따른 집값 양극화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 경기 활황 기대와 삼성전자 사내대출 등 추가 유동성 유입 기대감으로 경기 남부 인기 주거지역이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 배후 인기 지역이 경기도 부동산 시장 가격을 견인하는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고 연쇄적인 갈아타기 목적의 실수요가 서울 동남권 지역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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