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금 전문가 줄리아 워커 인터뷰
“이사 한 명 한 명이 모금가로 활동하도록 판을 설계해야 한다. 단체의 성공에 기여한다는 느낌이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미국의 모금 전문가 줄리아 워커(Julia Walker·사진)의 말이다. 줄리아 워커는 미국 비영리단체에서 25년 이상 비영리 이사회 교육 및 거액 모금을 설계·실행해 왔다. 이사회 교육은 그녀의 전문 분야다. 미국에서 비영리 이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오는 22일, 주한 미국 대사관과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하는 ‘모금의 필수요소, 이사회 모금과 거액 모금’ 강연을 앞두고 있는 그녀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에선 비영리단체 이사회의 역할에 대해 큰 합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비영리 이사회의 역할을 어떻게 보나.
“단체의 거액 모금 컨설팅을 할 때, 모금 과정에 이사회가 참여하도록 만드는 걸 중시한다. 잘 짜인 비영리 이사회는 비영리단체 성공의 핵심이다. 비영리단체는 자금도 부족하고, 전문성도 필요하다. 이사회는 지식이나 영감을 제공할 수도 있고, 각계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위상을 활용해 기부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사회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한국에선 이사회 한번 개최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비영리단체들도 많다. 모금에 이사를 참여시키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단체 활동을 한 번 설명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여러 단계에 걸쳐 촘촘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근 한 미국 사립대를 대상으로 모금 컨설팅을 했다. 건물 증축, 기기 구입에 드는 기금을 모금하고자 했다. 우리는 초기 단계부터 이사진을 적극적으로 개입시켰다. 14명의 이사를 포함, 다른 기금 캠페인에 참여했던 변호사, 동문 기업가 등 학교 관계자 32명을 심층 인터뷰한 후, 이들의 관심 분야와 우선순위, 기부 의향 등을 물었다. 이를 통해 총장은 이사회와 함께 학교에 무엇이 필요한지, 우선순위가 뭔지 등을 논의했다. 최종 기금 캠페인 목표 금액을 승인한 것도 이사회였다.
모금 캠페인도 체계적으로 접근했다. 이사 한 명에겐 모금 캠페인을 총괄하는 공동 책임 역할을 맡겼다. 총장 및 이사장이 포함된 ‘모금 핵심팀’도 꾸렸다. 이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해, 모든 관계자가 캠페인의 목표와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소통하고, 개입시키면서, 이들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사 각자가 모금가로 나서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결과는 어땠나.
“캠페인은 아직 초기 단계인데, 현재는 대중 캠페인이 아닌 ‘물밑 작업’ 단계다. 이사회 및 핵심팀에 속한 이들의 지인 위주로 1만달러 이상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 이 단계에선 1200만달러를 목표로 한다. 총 목표금액 2000만달러의 60% 되는 수준이다. 그중 800만달러가 모였다. 이사 전원이 기부했다. 이들의 지인이나 가족들도 기부했다. 한 이사는 올가을 본인 집에서 소규모 자선기금 파티를 열 계획이다. 각자가 모금가로 나서 다른 이들에게 기금을 요청하는 식이다.”
-이런 이사회가 꾸려지려면, 이사회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필수적일 것 같은데.
“앞서 언급한 사립대의 경우, 캠페인을 설계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사들을 대상으로 모금 기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사 두 명이 짝이 되어 서로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역할극을 하기도 했다. 미국에는 비영리 리더들, 특히 이사회를 대상으로 다양한 강의와 세미나, 프로그램이 있다. ‘보드소스(Board Source)’라는 단체가 대표적이다. 이들이야말로 비영리단체 성공의 핵심 열쇠다. 이들이 비영리 이사라는 자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고, 단체의 활동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