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머문 아동급식카드
디지털 기술로 식사 선택 넓히고 낙인감 줄인다
3월이면 개학과 함께 학교 급식이 재개된다. 그러나 방학 동안 결식우려아동들은 급식카드에 의존해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결식우려아동은 27만2400명. 아동 100명 중 4명은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정부는 18세 미만 결식우려아동에게 ‘아동급식카드’를 지원하고 있다. 각 지자체가 급식비를 충전하면, 아동이 지정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편의점 중심의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자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아동급식카드 전체 결제 건수(1301만9905건) 중 37%(481만7501건)가 편의점에서 이뤄졌다. 인천시의 경우 편의점 결제 비율이 54.2%에 달했다. 아이들은 삼각김밥, 컵라면, 치킨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실정이다.
◇ “결제가 안 될까 봐 김밥집도 못 가요”
아이들이 급식카드 사용에서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낙인감’과 ‘선택권 부족’이다. ‘더나은미래’와 데이터 기반 기부·복지 플랫폼 ‘나눔비타민’이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321명 중 22%가 “다른 사람 앞에서 사용하기 꺼려진다”고 답했다. 19%는 “먹을 만한 음식이 없어 계속 같은 것만 먹는다”고 했고, 18%는 “키오스크나 온라인 결제가 안 된다”고 했다.

한 초등학생은 “집 근처에 비빔밥집이 있지만 급식카드 결제가 안 될까봐 안 간다”며 “어디서 되는지 확인해야 해서 결국 편의점으로 간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수급 가구 아동의 단백질 섭취 빈도는 일반 가구 아동보다 훨씬 낮았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고기나 생선을 먹지 못하는 비율이 일반 가구 아동은 1.82%였지만, 수급 가구 아동은 12.45%로 약 7배 높았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정상 체중 비율은 낮고, 저체중이나 비만 비율은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 “아동급식카드, 기술로 바뀌다”…플랫폼으로 선택 넓혀
이처럼 급식카드가 실질적인 ‘식사 지원’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 모든 음식점을 가맹점으로 확대하고, 인공지능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부적합 가맹점을 관리한다. 경기도는 hy 온라인몰 ‘프레딧’과 연계해 비대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구시와 인천시를 비롯해 광주시, 속초시, 진주시 등은 아동급식카드의 디자인을 신용카드와 동일한 IC형 카드로 교체했다.
민간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진다. 그중 하나가 나눔비타민이 운영하는 ‘나비얌’이다. 나비얌은 아동급식카드와 연계된 디지털 기부 플랫폼으로, 아이들이 앱에서 미리 결제한 후 가게에서 식사권을 ‘기프티콘’처럼 제시하는 방식이다. 카드를 직접 꺼내지 않아도 돼 낙인감이 줄고, 편의점 외 다양한 음식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SK텔레콤, 한화그룹 등 국내 기업들이 기부한 식사 쿠폰이 나비얌을 통해 전달돼, 아동들이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실제 이용자의 과반수 이상이 “결제할 때 눈치 보지 않아 부담이 줄었다(66%)”, “모바일 기반 주문 및 결제로 편리해졌다(63%)“, “더 다양한 음식을 고를 수 있다(56%)”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음 손님을 위해 음식값을 미리 내두는 이른바 ‘미리내 운동’을 창시했던 김준호 동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나눔 활동을 해보니, 청소년들은 취약계층이라는 낙인감이 크다는 걸 실감했다”며 “온라인 플랫폼이 낙인감을 줄이고, 복지 신뢰를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