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9) 로켓이 우주로 향했다. 지구 궤도를 돌며 군사, 기후, 교통 등 여러 정보를 수집하는 위성 113개가 로켓에 실렸다. 위성들은 국가 안보용 군사 위성부터 민간 제작 상업 위성까지 국적도 종류도 다양했다. 발사 1시간 20분 뒤, 지상과 교신하는 데 가장 먼저 성공한 위성이 나왔다. 바로 ‘옵저버 1A’다.
옵저버 1A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가 제작한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가로·세로 각 20cm, 높이 40cm로 500mL 생수병 20개 묶음 정도의 크기지만 광학카메라, 자세 제어 장치, 태양 전지판, 고성능 안테나 등 인공위성이 갖춰야 할 기본 성능을 모두 갖췄다. 무게는 25kg 정도다. 옵저버 1A는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며 한반도 500km 상공에서 하루 두 번 관측한 정보를 지상 관제팀으로 보낸다.
나라스페이스는 2015년 설립된 초소형 인공위성 솔루션 기업이다. 2012년 대학 위성 경연 대회에서 만난 동료 11명이 의기투합해 현재는 50명 규모로 성장했다. 위성 개발자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개발자, 영상 분석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등 위성 정보를 가공하기 위한 다양한 인력이 함께한다. 지금까지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은 135억원에 이른다.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유윈시티 나라스페이스 본사에서 만난 박재필(35)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옵저버 1A의 발사 성공은 시작일뿐”이라며 “앞으로 위성 100기 이상을 운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옵저버 1A’는 우주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나?
“지구 500km 상공을 돌며 고성능 광학카메라로 지구를 촬영한다. 해안선 형태 같은 국토 정보부터 구름의 이동이나 해수 온도 변화까지 다양하게 관측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해서 기상캐스터가 활용하는 영상과 이미지 등이 인공위성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옵저버 1A는 1.5m 크기의 물체들을 식별할 수 있다. 500km 상공에서도 버스나 승용차를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을 발사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인공위성 발사는 한 두 기업이 모여 할 수 없는 작업이다. 크게 스페이스X처럼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고, 스페이스X가 운용하는 발사체에 탑승을 조율하는 중개업체, 나라스페이스 같이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업체가 있다. 이 과정 안에서도 여러 업체가 관여하게 된다. 여행사를 통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인공위성 개발부터 발사까지 비용은 얼마나 드나?
“나라스페이스가 보유한 초소형 위성을 기준으로 위성 하나를 개발하는 데 약 35억~45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또 발사할 때 추가로 5억~6억원 정도 든다. 우주 산업에소 소형 위성 분야가 주목받으면서 비용이 많이 줄어든 거다. 다목적 위성 1대를 발사하려면 3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기존에 우주 산업이 대부분 국가 단위에서 이뤄졌던 이유기도 하다.”
-스타트업으로서 우주 산업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점은 뭔가.
“아무래도 비용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 2015년 나라스페이스를 처음 설립했을 당시만 해도 국내 투자는 활발하지 않았다. 우주 산업은 해외에서나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다 한국 정부가 우주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우주 산업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나라스페이스도 2020년에 첫 투자를 받았다.”
-주력 분야가 따로 있나?
“전 세계적으로 현재 군집 위성(Satellite Constellation) 시장이 가장 치열하다. 군집 위성은 소형 위성 여러 대가 함께 같은 궤도를 돌며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수집하는 집합체다. 옵저버와 같이 RGB 광학카메라로 이미지를 촬영하기도 하고,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특정 물질의 농도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초음파 카메라를 통해 고도 등을 측정하기도 한다.”
-군집 위성으로 얻은 복합 데이터는 어디에 활용되나?
“국토 관리나 국가 안보 차원에서 활용되는 국가 차원의 위성의 공백을 메우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전세계 탄소 발자국을 추적해 기업 ESG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도시 계획에서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시티 구축도 가능하다. 또 위성으로 홍수나 산사태, 화재 등 자연재해 등부터 교통 변화 등을 파악할 수 있는데, 국가 위성이 넓은 범위에서 자연재해 지역 등을 파악했다면, 군집 위성은 짧은 단위 시간마다 화재나 산사태, 홍수의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한다. 국가 위성과 민간 위성이 서로 경쟁한다기보다 서로 단점을 보완해주는 협력관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라스페이스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현재 ‘어스페이퍼(Earthpaper)’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위성 데이터들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국가별, 시간별 데이터와 교통, 지리, 기후 정보들을 결합해 인사이트도 제공 중이다. 최근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의 화재 피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경로 분석, 북한의 개성공업지구 가동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위성 정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농작물 수확량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작물 수확량 예측 모델도 개발했다. 특히 농작물의 경우 미리 계약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선물 시장형태다. 미국 농무부가 8월부터 11월 사이 매달 수확량 예측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를 토대로 선물 거래 시장이 형성되는데, 나라스페이스의 경우 해당 발간일보다 72시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고, 오차율은 약 5% 정도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서울대학교 기후연구실과 한국전문연구원 그리고 해외 자문기관과 함께 메탄 모니터링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메탄을 전문적으로 관찰하는 초공간 카메라가 탑재된 위성을 우주로 보내 메탄을 관측한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물질이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알고 있는데, 메탄도 온실효과를 파악하는 물질 중 하나다. 메탄 정보로 제조업 공장 가동이나 축산업을 통한 대기오염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후 목표가 있다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2027년까지 100대 이상의 초소형 위성을 운용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거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위성 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 현재는 공개된 위성 정보들을 활용해 전쟁, 기후, 농작물, 안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자체 보유 위성을 통해 데이터 독립을 이루는 것이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