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임신 위험 폭염일 2배 증가”…韓은 연평균 29일

부산·대구 등 남부, 폭염일 절반이 기후변화 영향
조산·부종·감염 위험↑…“산모 건강, 기후 대응에 달렸다”

기후변화가 태아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한국에서 임산부에게 건강상 위험을 줄 수 있는 폭염일이 연평균 29일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기후변화로 인한 날씨’였다.

클라이밋 센트럴은 기후변화 때문에 임신 위험 폭염일이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Freepik

미국의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14일(현지시각) “전 세계 임신 위험 폭염일이 최근 5년간 평균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임신 위험 폭염일’은 해당 지역의 일 최고기온이 과거 상위 5%에 해당하는 날을 뜻하며, 임산부의 신체적 부담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날이다.

보고서는 2020~2024년 전 세계 247개 지역, 940개 도시에 걸친 기온 데이터를 분석해 기후변화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의 기상조건인 ‘기후 전환 지표(Climate Shift Index)’와 비교했다. 그 결과 90% 지역에서 폭염일 수가 기후변화로 인해 연평균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임신 위험 폭염일은 29일, 이 중 약 34%(10일)가 기후변화 탓으로 분석됐다. 부산(54%)·대구(52%)·울산(50%)·창원(50%) 등 남부 지역은 그 절반 이상이 기후변화와 연관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수원·인천 등 중부 지역도 모두 30일 이상의 폭염일을 기록했다.

이 같은 폭염은 임산부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클라이밋 센트럴은 “폭염 노출은 조산, 부종, 호흡기·소화기·비뇨생식기 질환 등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의 공식 학술지(PHWR)에 실린 국내 연구에서도 고온 노출과 조산 위험, 장감염 질환 입원 간 연관성이 확인된 바 있다.

실제 한국의 조산율은 2007년 5.2%에서 2023년 9.9%로 급증했다. 출산하는 아기 10명 중 1명이 미숙아인 셈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인 한국에서 조산은 단순한 의료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역설적으로, 그 책임이 적은 국가와 계층에 더 크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키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은 카리브해, 중남미, 동남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지역이다.

여성 건강 전문가 브루스 벡카 박사는 “극심한 폭염은 전 세계 임산부에게 가장 시급한 위협 중 하나”라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은 지구를 지키는 것이자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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